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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의 한국 보수정치

한국 보수정치가 격동의 세월을 겪고있다. 그 이유는 모두가 알고있다. 그동안의 한국 보수 정치에서 상식이었던 내용들이 근본부터 흔들렸고, 보수적 가치관을 갖는 모든 유권자들이 그 결과를 2018년 6월에 목도했기에 보수정치의 현재 혼란과 변화는 불가피한 면모도 있다.

현재 한국 보수정치의 혼란은 위와 같은 현실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현재 보수 정치의 위기가 어디서 기인했으며, 또 보수정치 세력이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고찰이 진행 중인 것이다.

더 나아가 위와 같은 고민은 한국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꽤나 뻔한 경구이지만 한쪽 날개로 나는 새는 없다. 정치 집단이 자신들의 철학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꽤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2. 한국 보수정치가 마주한 두 가지 시대적 변화

한국형 보수정치는 크게 두가지 기둥이 받히고 있었다. 6.25 이후의 '대외 강경책'과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이 만든 '경제성장 지상주의'가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세대 이후의 세대가 사회 다수를 차지하게 된 지점과 최근 대북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전자의 힘은 크게 약화시켰다.

후자인 경제성장 지상주의의 경우, 대한민국이 처하 산업환경 자체가 변화하였고 경제 양극화가 극심해진 지점에서 그 위세가 예전만 못해졌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보수정치를 받혀주던 두 개의 기둥이 시대적 변화로 인해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 현재 한국 보수정치가 마주한 현실이다.

 
보수주의를 논할 때 필히 들어가는 명저.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보수주의를 논할 때 필히 들어가는 명저.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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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역설적 사실, 보수주의도 '변하는' 게 본질이며 생존법이다

i. 에드먼드 버크를 통해 본 보수주의

많은 이들의 인식 속에서 보수주의는 기존 질서를 지키기만 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이는 반대 측의 개념어인 진보라는 단어가 변화라는 단어 그자체로 인식되면서 반대급부로 생긴 보수주의의 오명이다.

그러나 진보나 보수나 '변화'를 전제한다. 다만 보수는 기존 체제 보존에 더 무게를 두고,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변화를 인정하고, 또 변화의 과정 중 발생될 혼란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정치적 방법론일 뿐이다.

이는 보수주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에드먼드 버크, 2017[1790])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래의 내용들은 위 책의 본문을 참조했다. 문장 뒤에 참조된 페이지 역시 본 저서의 부분이다. 저서의 자세한 내역은 하단부 덧붙이는 글에 기재하였다.

버크는 자신의 저서인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을 통해서 영국은 왕위계승과 명예혁명을 통해 사회에서 수정되어야 하는 부분은 수정되었으며, 지켜내야 할 부분 역시 지켜냈음을 강조한다(65쪽). 

버크는 보존과 교정이라는 두 가지 원칙 모두를 추구하며, 이에 대한 태도로서의 안전한 변화를 책의 본문 내내 강조한다. 보수주의가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논하는 것이다.

다만 버크는 보존에 보다 큰 무게를 둔다. 현재 사회가 지금의 모습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와 합리성이 있다고 버크는 판단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버크는 현재의 정치체계가 일시적인 부분과 순간들이 모여서 균형상태가 된, 일종의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상정한다. 현재의 제도가 인간 본성들이 발현된 사건들로 발현되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태로 버크는 상정하는 것이다(82~84쪽).

위와 같은 버크의 주장은 아래의 문장에 압축적으로 담겨있다.

"우리가 이제까지 시행한 모든 개혁은, 옛것에 대한 참조원리를 바탕으로하여 이루어졌다. 그리고 나는 장차 행해질 모든 것이 유사한 선례와 권위 그리고 예시를 바탕으로 하여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아니 그렇게 확신하는 바이다"(79쪽)


 
영국 총선의 보수당 압승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영국 총선의 보수당 압승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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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이에 대한 입증, 영국 보수당

보존과 교정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추구하며, 다만 보존에 보다 중점을 둔다는 버크의 보수주의는 허황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입증 역시 영국의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것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보수당이 그 실제 사례이다. 

영국 보수당은 그 전신으로 볼 수 있는 토리 정파부터 따지면 약 450년의 역사를 지닌 정치 집단이다. 과연 이들은 그 길고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고, 또 성공해왔을까.

영국 보수당의 생존과 성공 원인은 '변화에의 적응'에 있다. 영국 보수당의 지난 역사 속에서 영국이라는 국가 발전과 영국 보수당의 승리를 위해 끝없이 변화를 택해왔다.

영국 보수당의 첫 전성기를 이끈 로버트 필은 산업화의 시대 속에서 도시 노동자와 산업 세력의 성장을 목도했다. 로버트 필은 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 로버트 필과 영국 보수당은 산업화라는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선택한 결과, 영국 보수당의 첫 전성기를 만들었으며 당시 영국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었다. 로버트 필 이후 디즈레일리는 사회개혁 법안보다 강하게 추진하여 보수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하도록 이끌었다. 

물론 디즈레일리 이후 보수당은 몇몇 실책으로 노동자의 지지를 급격히 상실했다. 그러나 1차대전 시기의 영국 보수당 당수인 스탠리 볼드윈은 영국이 직면한 경제위기를 넘고자 관세개혁 카드를 꺼냈다. 또한 볼드윈은 경제 불황기에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유화책을 펼쳤고 사회개혁 법안을 주도했다. 이는 산업, 교통, 교육, 주택문제를 훌륭히 해결하는 데 기여했고 노동계급 유권자의 보수당 지지세를 확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결과적으로 볼드윈의 보수당은 1931년 선거에서 역대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

영국의 수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영국 보수당의 복지정책 틀을 만들었던 랍 버틀러의 철학은 영국 보수당을 또 한번 변화시켰고 2차대전 이후 위기였던 보수당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반이 된다.

우리에게 마가렛 대처와 대처 당시 보수당의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영국 보수당은 시대적 변화에 적응했따. 또한 영국 보수당은 실제로 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다만 그 방식이 기존 체제 기반까지 통째로 바꾸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영국 노동당도 마찬가지이다. 복지확대 지향성에 대해 국민이 의구심을 품자, 이후 평가는 분분하지만 노동당은 제3의 길이라는 변화를 택했고 이는 보수당 장기집권을 끝내고 노동당 정권을 만드는 데 핵심적 요인이 된다.
 
갈림길
 갈림길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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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의 보수정치. 이제는 선택의 시점이다.

결과적으로 보수주의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현재의 모든 것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철학이 아니다. 보수 역시 변화를 추구한다. 다만 그 방식이 진보에 비해 현 사회 보존을 보다 중점에 두고 변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차이를 보일 뿐이다.

글의 서두에 제시했듯 지금의 한국 보수정치는 매우 혼란한 시기이다. 한국 보수정치 주류 집단에서는 2012년 대선 승리의 핵심으로 인식되어온 경제민주화 구호가 다시 평가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임금주도성장이라는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경제정책과는 전혀 다른 진보적 경제정책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치며 시장자유주의 확대를 내걸고 있다. 자신들의 철학과 방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또 갈등하고 있는 시기가 지금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쥐어진 철학의 재고 기간이 만료되어가고 있다. 이제 한국 보수정치는 '어떤 변화' 를 선택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 에드먼드 버크, 2017[1790], 한길사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영국 보수당의 역사>, 강원택, 2008, 동아시아연구원

태그:#보수정치, #에드먼드버크, #버크, #영국 보수당, #보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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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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