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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청사 앞에 걸려있던 새마을기. 광주시는 지난해 1월 지역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새마을기를 철거했다.
 광주시청사 앞에 걸려있던 새마을기. 광주시는 지난해 1월 지역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새마을기를 철거했다.
ⓒ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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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0년이나 지속돼 온 새마을장학금이 폐지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3년 연속 보조금 평가에서 '즉시폐지' 평가가 나온 것을 계기로 광주시가 내년 예산 편성을 철회할 뜻을 내비친 것. 새마을장학금 폐지를 요구해온 지역 시민단체들은 "40년 박정희 유신적폐가 역사적 퇴장의 길로 들어섰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17일 광주시, 장연주 광주시의원 등에 따르면, 광주시는 당초 내년 시예산에 새마을지도자자녀장학금 명목으로 4100만 원의 보조금 예산을 신청한 상태였다.

하지만 광주광역시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 8월 완료된 '3년 연속 지원(2015~2017) 지방보조금 유지 필요성 평가'에서 새마을장학금에 대한 '즉시폐지'라는 평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평가는 지방재정법과 '광주광역시 지방보조금 관리조례'에 따라 광주시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평가는 광주전남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실시했고, 최종 결과는 지난 8월 광주광역시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를 통해 확정했다.

광주시 40년째 새마을장학금 예산 지원

새마을장학금은 광주시 자체 조례(광주광역시 새마을장학금 지급 조례)를 근거로 '광주직할시'였던 지난 1978년부터 운영돼 왔다. 새마을지도자 자녀들만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인데도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해당 조례에 따라 매년 예산을 지원했다.

지역 시민사회에선 특정단체에 대한 특혜 등을 지적하며 폐지를 요구했으나 광주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예산 심사 권한을 가진 광주시의회도 마찬가지. 조직 동원력을 갖춘 지역 새마을회의 눈치를 보느라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2016년 말 촛불정국을 타고 지역에서 새마을장학금 폐지 운동이 다시 거세게 일었다. 광주시청과 시의회 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새마을기가 철거됐고, 특정 자치구 새마을회 회관 건립을 위해 세워졌던 예산도 철회됐다.

하지만 여전히 새마을장학금은 유지됐다.

폐지 요구에 광주시와 광주시 새마을회는 새마을장학금 조례 개정을 통한 대상자 확대 등 '개선책'을 내놨지만, 유야무야됐고, 새마을장학금 관련 예산도 그대로 편성, 집행됐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가 광주시 새마을회 등 지역 새마을회에 지원하고 있는 1년 예산은 7억~8억 원 규모다. 이중 새마을장학금 예산이 2억~2억5000만 원으로 약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 '광주광역시 새마을운동조직 지원 조례(각 자치구별 조례도 시행 중)'에 따라 지원하는 운영비와 사업비(법정 지원금)다.

운영비와 사업비는 사실상 새마을회 자체 행사에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새마을장학금 특혜 폐지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는 최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새마을회의 보조금 사용 실태를 분석, 대다수 사업비가 새마을지도자 워크숍, 시상식 등 '자체 행사'에 쓰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여기다 새마을지도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까지 광주시와 5개 자치구 예산으로 지원해 특혜라는 지적이 잇따른 것이다.

중복지급으로 축소, '즉시폐지' 보조금 평가로 쐐기
 
광산구 임곡교 인근에 걸려있는 새마을기.
 광산구 임곡교 인근에 걸려있는 새마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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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시민회의가 새마을장학금의 중복 문제를 지적한 것이 변곡점이 됐다. 이미 한 번 장학금 혜택을 받은 새마을지도자가 또 장학금을 받고, 또 받고 있었던 것. 시민회의가 확인한 중복 수혜 건수는 지난 4년간 163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실태조사에 나선 광주시는 중복지급 문제를 확인(2회 지급 78명, 3회 지급 3명), 집행하지 않은 올해 새마을장학금 예산 6637만 원을 감액했다. 내년 예산에 새마을장학금 관련 4100만 원만 신청한 것도 '중복수급'을 제외키로 하면서 예산 규모가 축소된 결과다.

그런데 3년 연속 지방보조금 유지 필요성 평가에서 '즉시폐지'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새마을장학금 자체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평가 결과 이행 여부를 고심하던 광주시는 이날 장연주 시의원이 시정질문을 통해 "내년에도 불공정 보조금(새마을장학금 지칭)을 또다시 실행하려는 것이냐"고 따지자 "광주광역시 보조금심의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따르겠다"는 답을 내놨다. 새마을장학금 관련 내년 예산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
 
지난 11일 새마을장학금 특혜 폐지 시민회의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마을장학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1일 새마을장학금 특혜 폐지 시민회의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마을장학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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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광주시가 시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즉시 폐지' 결정에 따르기로 함에 따라, 내년도에도 관련 예산을 편성하려던 광주시의 계획은 전면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민회의는 "'새마을정신은 유신이념의 실천도장"이라는 박정희가 친필로 남긴 붓글씨에서 상징적으로 알 수 있듯, 새마을장학금 역시 박정희 유신 독재로부터 태생했고, 박정희 유신 독재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유신 잔재 중의 하나다"며 "광주시의 이번 결정으로, 1978년 제정 이래 40년 동안 유지되어 온 박정희정권의 대표적 유신 적폐 중의 하나인 '새마을장학금'은 광주에서 역사적 퇴장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적폐 청산과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을 염원하는 민심을 반영한 이번 광주시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특혜와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마을장학금 예산이 편성되지 않을 경우 새마을장학금 관련 조례도 사실상 폐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당 조례는 상위법 근거가 없고, 자치구별 조례 없이 광주시 조례만 존재한다. 광주시의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폐기할 수 있는 것.

시민회의는 "광주시의 '새마을장학금' 폐기 입장이 공식화됨에 따라, 이제 '광주광역시 새마을장학금 지급 조례'는 빈껍데기로 남게 됐다"며 "광주시와 광주시의회는 이미 실효성이 없어진 새마을장학금 지급조례 폐기도 하루빨리 매듭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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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광주드림에도 실립니다.


태그:#새마을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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