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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아천문화교류재단이 지난 달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대전 올림픽국민생활관과 대전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개최한 '2018 제5회 설장문화예술대전 국악경연대회' 안내 포스터.
 재단법인 아천문화교류재단이 지난 달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대전 올림픽국민생활관과 대전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개최한 "2018 제5회 설장문화예술대전 국악경연대회" 안내 포스터.
ⓒ 아천문화교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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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화재단이 주최한 국악경연대회가 엉터리로 진행돼 논란이다. 문제의 대회에서는 1등이 아닌 2등에게 최고상인 국회의장상을 시상하는가 하면, 결선심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시상식이 열리는 촌극이 벌어졌다.

재단법인 아천문화교류재단(이사장 장연수 성민스님, 반야사 주지)은 지난 9월 29일과 30일 '2018 제5회 설잠문화예술대전 국악경연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최종 경연에서 1등을 한 S씨는 '통일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런데 예선에서 2등을 한 P씨가 장관상보다 한 단계 위인 '국회의장상'을 받았다. 엉터리로 대회가 진행된 데다가 처음부터 특정인에게 '국회의장상'을 주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 이유로 ▲ 1등을 가리는 결선심사가 진행 중인데도 국회의장상을 주는 시상식을 연 점 ▲ 타 대회 장관상(최고상) 수상자는 또 다른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국악계 관례를 깨고 타 대회 장관상 수상자인 P씨가 참가한 점 ▲ 심사위원들이 P씨를 예선탈락 시키려 했지만 대회 측이 심사위원을 다시 꾸리는 등 변칙 진행을 한 점 ▲ 애초 대회 공지에는 '국회의장상'이 없었는데도 P씨가 예선 과정에서 '국회의장상'을 언급한 점 등이 꼽힌다.

대전 국악계 인사의 제보에 따르면, 타 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은 P씨가 참가자 명단에 있는 것을 본 심사위원들은 P씨를 예선탈락 시키려 했다. 그러자 P씨가 강하게 항의하면서 "이 대회에는 국회의장상이 있다, 때문에 내가 타 대회에서 받은 장관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통일부 장관상이 대회 최고상이라고 알고 있던 심사위원들은 'P씨가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논의 끝에 P씨를 예선탈락 시켰다. 하지만 다음 날 본선 시작 후에도 P씨의 항의는 계속됐다.

결국 주최 측은 심사위원단을 다시 꾸리고 예선 탈락자들을 불러모아 경연을 다시 치르기로 했다. 예선 심사위원들이 "이게 무슨 짓이냐, 뭐 이런 대회가 다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주최 측은 강행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P씨는 기악병창 부문 2등에 올랐다.

최고상 경연 진행중인데 시상식 강행... "뭐 이런 대회가 다 있나"
 
재단법인 아천문화교류재단이 지난 달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대전 올림픽국민생활관과 대전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개최한 '2018 제5회 설장문화예술대전 국악경연대회'에서 시상한 '통일부장관상' 상장. 주최 측이 결선심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에 특정인의 이름을 미리 기재했다가 번복하다보니 급하게 펜으로 수정한 흔적이 남아 있다. 더 큰 문제는 장관상을 받은 사람보다 예선 성적이 낮았던 P씨가 국회의장상을 받았다. 이로 인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재단법인 아천문화교류재단이 지난 달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대전 올림픽국민생활관과 대전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개최한 "2018 제5회 설장문화예술대전 국악경연대회"에서 시상한 "통일부장관상" 상장. 주최 측이 결선심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에 특정인의 이름을 미리 기재했다가 번복하다보니 급하게 펜으로 수정한 흔적이 남아 있다. 더 큰 문제는 장관상을 받은 사람보다 예선 성적이 낮았던 P씨가 국회의장상을 받았다. 이로 인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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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의 백미는 다름 아닌 시상식이었다. 대회 시상식에는 사전고지 없이 '국회의장상'이 시상됐는데 수상자는 다름 아닌 기악병창 2등을 한 P씨였다. 통상 국회의장상이 장관상보다 높다고 여겨진다.

한편 주최 측이 시상식을 여는 동안, 각 부문 1등 참가자들은 최고상인 '통일부 장관상'을 놓고 결선 심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시상식이 열리던 시각, 심사위원들도 결선 심사를 위해 대회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결국, 기악병창 부문에서 1등을 한 S씨는 통일부 장관상을 받고, 2등을 한 P씨는 그보다 높은 국회의장상을 받았다.

주최 측은 국회의장상과 각 부문별 2, 3등 상을 수여한 다음 시상식을 끝내버렸다. 1등 수상자를 위한 별도 시상식은 열리지 않았다. 일부 심사위원들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자 이사장인 성민 스님은 "결선을 할 필요가 없다", "시상은 재단에서 알아서 하겠다", "상장은 많이 있으니 걱정 마라"고 말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제보자는 "아마도 처음부터 특정인에게 국회의장상을 주려는 시나리오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엉터리 운영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통일부 장관상 상장은 수상자 이름을 잘못 적어, 상장에 펜으로 줄을 그어 수정한 후 시상하기도 했다. 수상자가 황당해 하니 주최 측은 "통일부에서 다시 받아서 주겠다"며 회수해 갔다. 또 '대덕구청장상'은 박정현 대덕구청장이 시상식에 참여했는데도 직인 없이 수여됐다.

민요 부문 결선에서는 점수 집계를 잘못해 1등에서 순위가 뒤바뀐 참가자가 항의하기도 했다. 엉터리 집계에 참가자들이 항의하자 주최 측은 참가자 3명 모두에게 1등 상을 주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리허설도 없이 경연을 진행했고, 심사위원들을 위한 심사표나 참가자 기본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재단 이사장 "도덕적으로는 죄송... 시상엔 전혀 관여 안해"
 
아천문화교류재단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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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천문화교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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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재단 이사장인 성민 스님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회 준비가 부족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점은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심사 결과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국악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래서 대전의 저명한 국악계 인사에게 대회 진행과 심사의 전권을 주고 관리하게 했다"며 "나는 심사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장상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실과 다르다, 국악 부문 최고상은 '통일부 장관상'이 맞다"면서 "이번 대회는 국악뿐만 아니라 문학과 미술, 음악도 같이 경연을 했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통틀어서 특별한 사람에게 '국회의장상'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원래 '국회의장상'은 국악에 배정된 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예선 과정에서 P씨에 대해 (타 대회 장관상 수상자) 논란이 있자 심사위원들이 '특별상을 주든지 해야지...'라고 했다"라며 "P씨는 '특별상'으로 '국회의장상'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누구 줘라 마라라고 그러겠나"라고 되묻고 "재단이 다 책임지는 것은 맞지 않는다, 도덕적 책임이야 질 수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대화를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회 진행자 "시상은 재단에서... P씨 국회의장상 수상, 나도 놀라"

반면, 이번 대회 진행을 맡았다는 대전 국악계 인사인 또 다른 P씨는 성민 스님과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P씨는 "나는 진행만 했다, 시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재단에서 알아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도 깜짝 놀랐다, 지난 해 '국회의장상'은 문학 분야에 줬다, 올해에도 국악에는 국회의장상이 없는 걸로 알았고 신문 공고도 그렇게 했다"며 "그런데 결선 심사를 하러 간 사이 재단 측이 '국회의장상'을 P씨에게 수여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이 문제로 나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2주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설잠문화예술대전은 '금오신화'를 지은 조선의 매월당 설잠스님(김시습)의 사상과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국민통합과 평화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해마다 열리는 행사다. 이번 대회는 국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통일부, 대전광역시, 대전광역시교육청 등이 후원했으며 문희상 국회의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허태정 대전시장, 박정현 대덕구청장 등의 이름으로 상장도 수여됐다.

태그:#국악경연대회, #아천문화재단, #설장문화예술대전, #국회의장상, #통일부장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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