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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의 음성을 몰래 녹음해 학부모에게 건넨 현직 공립 병설유치원 원감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침해' 결정을 받았다. 교육청도 이 원감에 대해 후속 처분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인권위와 인천 서구 K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등에 따르면, 이 유치원 김 아무개 원감은 학부모 A씨의 민원에 대해 올해 5월 30일 담임 교사인 B씨와 면담했다. 그런데 김 원감은 교사 B씨 몰래 면담 내용을 녹음한 뒤, 해당 파일을 A씨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관리자인 원감이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게 교사의 녹취파일을 몰래 건네준 사실이 들통 나 '인권침해' 결정을 받은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해당 사건은 B씨의 음성이 담긴 파일이 학부모 사이에 돌아다니는 사실을 안 한 학부모가 올해 6월 25일 '학부모 다모임'에서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학부모 A씨는 자기 자녀에 대한 교사 B씨의 교육방식에 반발해 교육당국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B씨의 직속상관인 김 원감이 B씨와의 면담 내용을 녹음해 학부모에게 전달한 것이다.
 
인권위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 훼손 가능성"


이에 대해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지난 1일 결정문에서 "피해자(B씨)가 상급자인 피진정인(김 원감)에게 본인의 입장을 항변하면서 한 발언들이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에게 그대로 옮겨질 경우 학부모와 피해자 사이의 신뢰가 훼손되거나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면서 "이러한 점을 볼 때 피진정인이 녹음파일을 제3자(A씨)에게 전달함으로써 피해자는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상당히 잃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면담과정을 녹음해 학부모에게 전달한 피진정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인격권 및 음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 판단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K초 병설유치원에 김 원감을 포함한 소속 직원들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B씨는 16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원감이 내 음성을 녹음해 학부모에게 건네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 놀라고 화가 났다"면서 "이 같은 일을 겪은 뒤 더 이상 원감과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 메신저로만 의사전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원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대변인이 곧 전화해 말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공립유치원 원감에게 무슨 대변인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대변인이 전화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대변인의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김 원감은 인권위에 "녹음한 것을 학부모 A씨에게 들려준 것은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설령 정확한 내용 전달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공익실현을 위해 필요한 조사나 언론보도를 위한 증거 제출과 같은 음성권 제한의 정당한 사유라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인권위는 김 원감이 자신의 유치원에 근무하는 한 교사의 교무실 근무 모습을 핸드폰으로 몰래 촬영했다가 들킨 또 다른 사건에 대해 "제3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권침해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태그:#녹취 학부모 전달 사건, #국가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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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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