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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자연드림파크 전경
 구례자연드림파크 전경
ⓒ 구례자연드림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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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구례 자연드림파크에 관한 글들이 페이스북에 많이 올라오는데 그럴 때마다 참으로 답답하다. 특히 오마이뉴스 같은 언론을 통해 조합원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는 것이 조합원으로서 많이 부끄럽고 자존심 상한다. 왜 우리의 문제를 남의 지면을 빌려서 토론해야 하는가? 20만 조합원을 두고 있는 아이쿱 생협에 조합원들이 의견을 올리고 토론할 만한 창구도 없다는 말인가?

부끄럽게도 없다. 몇 년 전에는 있었다. 아이쿱 생협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이 있어서 나도 많이 활용했었다. 꽤 오래 전에는 생협 물품에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가 점점 많아져서 내가 자유게시판에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의견을 올렸다. 이에 많은 조합원이 동조와 지지 등 다양한 의견을 올려주신 적도 있다. 그런 열린 토론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리 뒤져도 자연드림파크 페이스북밖에 없다.

아이쿱 홈페이지가 자연드림 쇼핑몰로 바뀌면서 물품에 대한 의견을 올릴 수 있고 1:1 질문도 가능하지만 여러 조합원이 함께 소통할 자유게시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홈페이지가 부활하고 자유게시판이 조합원의 품에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이렇게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지 않아도 될 것 아닌가?

내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또 한 가지 답답한 일, '자연드림과 아이쿱이 관계가 없다는 주장' 때문이다. 법적으로 분리가 됐으니 조합원이나 노조원들이 노조 문제를 아이쿱과 연결시키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허위사실 유포했다며 아이쿱사업연합회에서 내용 증명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15년 된 한 조합원에게도 내용증명이 왔다며 SNS에 사진이 올라왔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나는 21년 즉, 아이쿱 생협이 한국생협연합회로 처음 발을 내디딜 때부터 조합원이다. 한국생협연합회라는 이름이 아이쿱 생협으로 이름이 바뀔 때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따랐고, 구례에 아이쿱의 생산가공공단이 생긴다고 했을 때는 내 일처럼 반가워서 수시로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라면공방과 몇몇 공방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된다고 했을 때 의아했지만 사정이 있으니까 그렇게 했겠지 생각했다. 아이들 용돈 모은 것으로 주식도 좀 샀다. 아이쿱의 자본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책임출자금을 내야 한다고 했을 때도 의심 없이 100만 원 책임출자금도 냈다. 내 머릿속에는 아이쿱에 내는 돈이 당연히 자연드림파크로 가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내 돈이 자연드림을 안정적으로 잘 굴러가게 하는구나 싶어 그저 하라는 대로 했다.

그런데 이제 법적으로 분리되어서 따로 운영하고, 관계가 없다고 하니 정말 이상하다. 그렇다면 내가 낸 책임출자금은 어디에서 활용되고 있단 말인가?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내는 조합비는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걸까? 반은 조합에서 쓰고 반은 연합회에 보내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 반이 어떻게 쓰이는지 뭐가 달라졌는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도 믿는다. 뭔가 필요하니까 분리했겠지, 돈도 잘 쓰고 있겠지... 그렇겠지?

물론 아이쿱이 노조를 직접 탄압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아이쿱과 자연드림 파크가 남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자식이 다 커서 분가를 하면 분명 법적으로는 별개다.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도 부모 책임은 없다. 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있을 수 있다. 책임을 지기 싫어도 진짜 부모는 가슴이 찢어져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의 자식이다. 이제 컸다고 분가를 시킨 모양인데(사실 분가했는지 모르는 조합원이 훨씬 많다. 얼마 전까지 나도 몰랐으니) 분가한 지 얼마 안 된 자식이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네 탓 내 탓 시끄럽게 싸우고 있다. 그런데도 분가했으니 내 자식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을 텐가? 분가한 지 20년이 된 것도 아니고 10년이 된 것도 아니다. 집안의 명예를 실추했으니 내 자식 아니라고 한들,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이겠는가?

얼마 전에 남원생협에서 구례 문제에 대해 경영학과 교수님이 강의를 하고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아이쿱 측에선 (아이쿱이) 자연드림파크와 상관없다고 한다"고 말했더니 다들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지나가는 조합원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자. 저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지?

나도 오랫동안 활동을 했던 사람이라 현재 활동가 연합회 회장과 전국의 활동가들을 이해하려고 많이 애썼다. 이렇게 구례와 거리를 두는 이유가 뭔가 있겠지, 사정이 있겠지 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다. 그런데 도대체 모르겠다. 나뿐만 아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궁금해 한다. "왜 아이쿱에서 가만히 있어요?" 하고 나한테 물어본다. 제발 공개적으로 누군가 속 시원히 말해 줬으면 좋겠다. 왜 이렇게 하는지?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글을 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이쿱 생협,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갔고 늘 나의 자랑이었던, 20년 동안 조합원으로서 활동가로서 보람을 느끼게 했던 아이쿱 생협. 지금의 문제도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노조가 '비리집단'이라는 프레임을 잠시 접고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기 바란다.

나는 노사 양측 이야기를 다 들어봤다. 회사 측 얘기만 들었을 때는 노조가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노조 측 이야기를 들으니 회사가 너무했고 억측이 많았다. 활동가 연합회 소속 전국의 이사장들이 노조의 이야기를 듣기 바란다. 한두 명이 듣고 그들의 주관을 섞은 채 전달하지 말고 이사장들이 모두 직접 노조의 이야기를 듣기 바란다.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해왔는지 긴 맥락 속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기 바란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노조원 중에 비어락하우스에서 일하다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젊은 여성 노동자가 있다. 얘기를 다 들어보니 인천에 살다가 아버지 고향으로 내려와 좋은 곳에 취업했다고 자연드림 홍보영상에도 나온 아가씨다. 그 친구는 관리자에게 부당한 일을 당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한 경험으로 노조에 가입했다.

그런데 얼마 뒤 회사는 횡령 혐의로 4개월 정직 징계를 하고 경찰에도 고발했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에서 두 번에 걸쳐 부당징계 원직복직 판정이 났고 검찰에서도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런데도 회사는 본관 건물에 매우 큰 플래카드를 걸었다. "도둑질, 횡령 감싸는 게 노조 활동인가?"하고. 그 아가씨 엄마는 그 프랭카드로 목을 감고 죽고 싶었다고 한다. 그 엄마는 딸을 도와 지금도 열심히 싸우고 있다. 왜 안 그러겠는가? 귀한 딸래미를 도둑으로 모는 회사를 어찌 가만 놔두겠는가? 최근 이 플래카드 사건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회사에게 벌금형이 떨어졌다고 한다.

회사 측의 이야기만 들은 활동가들은 잘 모른다. 그냥 뭔가 진짜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사업연합회에서 저러는 것이겠지? 그동안 너무 믿었던 조직이라 이번 일도 그저 믿고 따른다. 사실 나도 노조원들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이렇게 관심 갖지 않았다. 사업연합회에서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이제 1년 반이 지났고 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을 거리에서 보낸 노조원들이 또다시 매서운 칼바람을 맞게 해야겠는가? 우리 아이쿱이 그 정도의 지혜와 역량도 없단 말인가?

지난번 8월 협상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 결과보다 협상 전후 과정이 더 문제가 많았다. 그러니 다시 한 번 겨울이 오기 전에 제대로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머리 맞대고 좋은 결론을 만들어 내기 바란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아이쿱이 만든 귀한 자식이다.

남원생협 활동가 김양오

[논쟁①] 윤리적 소비 내세운 아이쿱... 왜 노동자들과는 불화하나
[논쟁②] 구례자연드림파크의 주인이 전한다... 상식있는 노조가 되길

태그:#구례자연드림, #아이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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