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18 07:50최종 업데이트 18.10.18 09:08

2017년 3월 1일 태극기 집회, 사회자가 "우리의 영웅"이라고 누군가를 호명하자 집회가 절정에 이르렀다. 집회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영웅'이라 불린 그는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무대에 올랐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춘천, 재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김 의원은 태극기 부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태극기 집회 참여 국민들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다"라는 이유로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출마했다. 이후에도 태극기 집회를 극우보수로 모는 시각에 맹렬히 맞섰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태극기를 극우 보수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래서 태극기 집회를 멀리했는데 대선·지선에서 그 모양이었나.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기 바란다." 

지난 9월 10일 김 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향해 "다음 총선까지 말아 먹어야 직성이 풀리겠냐"라면서 내뱉은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김 의원의 '태극기 집회' 사랑, 과연 정치자금 지출에도 드러날까. <오마이뉴스>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대 국회의원 299명의 2017년 정치자금을 분석했고 몇몇 '눈에 띄는' 지출들을 따로 꼽아봤다. 

'정치자금'에서도 드러난 김진태 의원의 '태극기 집회' 사랑
 

이야기 나누는 정광용-김진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탄기국 대변인 정광용 박사모 회장. 사진은 2017년 3월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과 서울광장에서 박사모 등이 참여한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 16차 집회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권우성

   
예상대로, 김 의원은 태극기 구매에 정치자금을 지불했다. 그는 2017년 1월 태극기 구입에 40만 원을 지출했고, 그 해 2월 3일 해외집회 태극기현수막 구매를 위해 또 44만 원을 썼다. 물론, 김 의원 외에도 태극기를 구매한 의원들은 또 있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회의장),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등이 한 차례 20만 원가량을 지출했다. 통상적 지출에 비해 김 의원은 4배가량을 쓴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 1월 해외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참석을 위해 김 의원은 항공료 및 여행사 대행료·숙박료로 530만 원가량을 썼다. 김 의원은 그 해 1월 27일부터 4박 7일 일정으로 캐나다·독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바 있다. 

김 의원의 태극기 집회 사랑은 또 다른 '태극기 전사'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후원으로도 드러났다. 2017년 대선을 한 달 여 앞둔 4월 17일 김 의원은 자신이 속한 당인 자유한국당에 100만 원의 특별당비를 냈다. 바로 그 날, '조원진 대선 후원회'에 500만 원을 통 크게 송금했다. 

반면, "태극기와 한 몸"이라던 조원진 대표는 정치자금으로 태극기를 구매하지 않았다. 

도청 카메라 탐지기 3종 세트는 얼마?
 

민주노총 울산본부은 2016년 12월 울산 남구 박맹우 의원 사무실을 항의방문해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후 박맹우 의원은 '혹시 하는 마음에 CCTV와 도청 탐지기 기능이 있는 기계를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살펴보다 밑줄 긋게 되는 지출들이 발견됐다. '도청 카메라 탐지기' 등이 그것이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울산 남구, 재선)은 2017년 1월 지역 사무실에 도청 카메라 탐지기 3종을 구입했다. 모두 235만 원을 지출했다. 

박 의원 지역사무실 관계자는 '도청 카메라 탐지기' 구입 경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을 때 단체 사람들이 사무실에 와서 탄핵에 찬성하는지에 대해 의원님의 생각을 밝혀달라며 사무실에서 나가지 않은 적이 있다"라며 "답변할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고, 사무실에서 자겠다고 해서 우리는 퇴근하고 단체 사람들만 사무실에 남아 있었던 일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일을 겪은 후 혹시 하는 마음에 CCTV와 도청 탐지기 기능이 있는 기계를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외의 지출'은 또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충북 청주, 4선)은 이미지 컨설팅 비용으로 550만 원가량을 썼다. 정 의원은 2017년 1월과 2월 각각 492만 원, 55만 원을 '크리스티앙'에 썼다. '크리스티앙'은 개인 이미지 컨설팅 업체다. 정 의원이 이미지 컨설팅을 받았던 당시인 2017년 2월 그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미지 컨설팅' 효과에 대해 정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 당시 인터뷰 등이 있을 때마다 업체에서 옷을 코디해서 대여해줬던 거다, 전문가가 골라주니 좋은 면은 있었다"라면서 "그런데 아무래도 번거롭고 적성에 안 맞아서 몇 번 하고는 이후에는 이용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심혈관질환자에서 나타는 젠더불평등의 국내현황' 정책개발비 역시 밑줄 그은 지출이다. 2017년 7월 안아무개씨에게 '젠더불평등' 정책개발비로 300만 원을 지급한 이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 고양, 3선)이다. 

심혈관질환자와 젠더불평등은 어떤 상관이 있을까. 

심 의원실 관계자는 "응급실에 심혈관 질환자가 들어오면 남성과 여성에 대한 대응의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데 착안한 연구"라며 "응급의학과 의사는 대부분 남자라서 심장압박술을 시행할 때 여성의 경우 옷을 벗기는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지에 대해 연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7년 이미지컨설팅 업체에 500여만원을 주고 의상 코디를 받았다. 사진은 17년 2월 14일 ‘책임과 미래, 국민속으로 버스 출정식’에 참석한 정 의원의 모습. ⓒ 권우성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총 482명이 6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2587억원의 지출내역을 공개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 2200여건, 10만 3617매를 전수분석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의원별로 사용일자, 내역, 금액, 사용처 등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본 PDF파일도 제공합니다.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12-17_KAPF)에서 연도별 지출내역 전체를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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