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은평구 연서로에 위치한 '향림도시농업체험원'
 서울 은평구 연서로에 위치한 "향림도시농업체험원"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향림도시농업체험원'(아래 향림원)은 서울 은평구 연서로에 위치한 2만5천m²(7,562평) 규모의 도시농업을 체험하는 곳이자 습지와 운동장을 갖춘 도심 속 공원이다. 향림원은 올해 도시농부와 유치원 등의 단체에게 230 두락을 분양했다. 1두락은 10㎡(3.024평) 크기의 텃밭이다.

'S&Y도농나눔공동체'(대표 문대상)는 서울시와 은평구로부터 향림원을 위탁받아 도시농부 아카데미를 비롯해 양봉학교, 논 학교, 버섯학교, 유아 대상 어린이 농부학교, 초등학생 대상 토요일 방과후 학교, 장애인 복지원예 프로그램 달팽이 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모내기와 벼 베기, 김장축제 등을 연다. 오는 18일 '향림 논두렁 축제'에선 벼 베기와 탈곡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갱년기에 시달리다 만난 도시농업
 
 향림원 텃밭을 메는 'S&Y도농나눔공동체' 서주봉 공동대표
 향림원 텃밭을 메는 "S&Y도농나눔공동체" 서주봉 공동대표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지난 4일과 8일 향림원에서 만난 'S&Y도농나눔공동체' 서주봉(58) 공동대표는 바빴다. '서울시민정원사회' 사무국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정원박람회'에서 정원 만들기 체험부스 진행과 향림원 공원 관리와 각종 사업과 회계 처리 등으로 몹시 바빴다.

그는 무보수 자원봉사다. 자기 돈을 써가면서 활동한다. 돈 받고 일하면 이런 열정이 나올 수 있을까. 그의 열정은 행복과 보람으로 생산한 에너지다. 대접하며 일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내 작은 수고로 사람들이 즐거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사람과 어울려 재미있게 사는 이런 행복을 돈을 준들 살 수 있겠냐"면서 환한 표정을 지었다.

8년 전, 그는 몸과 마음이 아팠다. 잘 키운 아들과 회사 중역인 남편은 사회활동이 왕성했지만 가정주부인 그녀는 갱년기와 빈집 증후군에 시달렸다. 2년 동안 힘든 나날을 보내던 서 대표는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도시농업을 알게 됐고 도시농업을 통해 주부 갱년기와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했다. 8년 경력 도시농부인 그가 도시농업 예찬론을 폈다.

"저를 도시농부의 길로 안내한 분이 'S&Y도농나눔공동체' 문대상(74) 상임대표님입니다. '사회공헌아카데미' 강사로 오신 문 대표님이 공직에서 정년퇴직한 이후 우울증을 방황하다 도시농부가 되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래서 '나도 저렇게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서 멋지고 건강한 인생 이모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시농부가 됐습니다.

도시농업을 알기 전에는 4대강을 자전거로 종주하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등 각종 스포츠 취미활동을 했습니다. 스포츠 취미활동도 즐거웠지만 도시농업은 그보다 더 큰 행복을 주었습니다. 작물 심고, 가꾸고, 잡초 뽑으며 수확하고, 이웃과 나누다보니 갱년기와 우울증이 사라졌습니다. 도시농업은 작물을 키우는 기쁨을 통해 주부 갱년기와 우울증을 치료해주었습니다."


'빈집 증후군'을 극복한 주부 도시농부들
 
 향림원의 주요 활동가 주부들.
 향림원의 주요 활동가 주부들.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향림원 운영의 주축은 50~60대 여성 활동가들이다. 이들에게도 갱년기와 빈집 증후군이 찾아왔다. 자녀들이 크면서 엄마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남편이 퇴직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존재감 상실에 따른 공허감이 가족 간에 갈등을 불러오면서 우울증을 앓았다. 그런데 도시농부가 되면서 불화가 행복으로 바뀌었다. 주부가 행복해지면서 가정에 행복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한 60대 엄마는 전공을 되살려 봉사자가 됐다. 어떤 도시농부 엄마는 방통대 농학과에 진학했다. 도시농부는 흙만 만지는 사람이 아니라 꿈을 키우는 사람이다. 재미로 시작한 농사가 꿈을 갖게 하면서 향학열을 불태웠고 도시농업 전문가로 성장했다. 가정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시농업만한 게 있을까. 땅은 기름졌고 식물은 자랐으며 가정과 사회는 조금 더 훈훈해졌으니 말이다.

향림원 주부 활동가들은 도시농업 체험을 위해 향림원을 찾아온 어린이들과 초․중․고 학생과 장애인 등에게 선생이 되어 봉사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장애인을 대한다. 생명을 낳고 키운 엄마의 손길이 닿으면 식물들은 더 잘 자란다. 이들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도시농업 전문가의 삶을 통해 자존감을 되찾았다. 서 대표는 주부들이 자신의 인생을 찾아야 가정이 행복해진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지친 50~60대 주부들이 우울증을 앓는 것은 보람과 긍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자녀와 남편이 엄마와 아내에게 계속된 희생을 바라지만 정작 보람을 느낄만한 일은 점점 줄어듭니다. 엄마와 아내의 자리가 빈자리로 변하면서 찾아오는 병이 빈집 증후군인데 가족들은 주부의 아픔을 몰라줍니다. 아픔을 몰라주니 병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활동가들은 향림원을 방문하는 시민들과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삶의 기쁨을 되찾았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라 다닐 때 활동가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봅니다. 향림원은 여성 도시농부들에게 행복충전소인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내를 가정에서 해방시켜주세요"
 
 도시농업 예찬론자인 서주봉 대표
 도시농업 예찬론자인 서주봉 대표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서 대표는 맏며느리다. 남편이 장손이니 제사도 많다. 오전 8시에 향림원에 출근해 각종 사업과 회계 서류 등을 정리하다 밤 9시쯤 귀가한다. 지난 추석상과 제사상 시장은 퇴직한 남편과 함께 사는 아들며느리가 봤다. 서 대표는 집안 살림과 제사 권한을 며느리에게 넘겨주었다. 서 대표가 행복한 도시농부로 살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과 응원 덕분이다.

"아들 부부는 제가 활동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살림을 잘하는 며느리가 너무 고맙습니다. 복덩이 며느리가 들어왔다고 다들 부러워합니다. 작년에 퇴직한 남편에겐 미안합니다. 퇴직 후 부부여행을 다닐 꿈에 부풀었는데 향림원 일에 묶이니 그럴 수가 없습니다. 남편은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운전사 역할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줍니다. 도시농업에 맛 들이고 있는 남편을 도시농부로 만들어 부부 도시농부로 활동하는 게 꿈입니다."

주부 도시농부들은 20~30년을 엄마와 아내의 임무를 수행했다. 월급도 퇴직금도 받지 않은 엄마와 아내를 도시농부의 길로 안내하는 것은 병원비를 아끼면서 가정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서 대표는 "여성이 행복해야 가정과 사회가 행복하다"면서 "엄마와 아내를 가정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가정에만 묶여 있으면 사소한 일로도 남편과 따지고 싸우게 됩니다. 그런데 자연 속에서 식물을 키우고 공동체 활동을 하면 마음이 넓어집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서 서로를 배려하게 됩니다.

주부들은 가정의 노예가 아닙니다. 이 시대의 현모양처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가정과 사회에 기여하는 여성입니다. 엄마와 아내가 까닭 없이 아프거든 도시농부의 길로 안내해 주세요. 도시농부의 삶은 아무리 따져 봐도 손해나지 않습니다."


"도시농부로 살면 도시에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 활짝 핀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서 가을을 즐기고 있는 서주봉 대표
 코스모스 활짝 핀 향림도시농업체험원에서 가을을 즐기고 있는 서주봉 대표
ⓒ 조호진

관련사진보기

 
서 대표의 고향은 충남 유성이다. 부친은 논농사를 크게 짓는 농부였고 오빠는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다. 3대째 농부인 조카는 벼농사로 신지식인 상을 받았을 정도로 친정은 농업 가족이다. 농촌에서 자란 그녀는 귀촌을 꿈꾸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대안이 도시농부다. 행복한 도시농부로 지낸 경험을 그가 들려주었다.

"배추 등의 작물을 키우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도시농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시농부이자 정원사의 경험을 알려주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저도 갱년기를 겪으면서 힘들었기 때문에 주부들의 어려움을 잘 압니다. 그래서 도시농부와 시민정원사의 길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머리와 입으로는 도시농부가 될 수 없습니다.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는 직접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괭이질과 호미질을 하면 오십견도 없어집니다."
 

'S&Y도농나눔공동체' 회원들은 향림원을 3년째 알뜰살뜰 가꾸고 땀방울을 흘리면서 옥토로 만들었다. 텃밭, 논, 정원, 양봉장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면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수원과 대전 지역을 비롯한 다른 지역 도시농업 전문가들이 향림원의 운영 방식을 배우려고 찾아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향림원이 생명의 보고이자 시민들의 공원으로 거듭난 데는 주부 도시농부의 공이 크다. 서 대표에게 도시농부의 꿈과 향림원의 전망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도시인의 치명상은 외로움입니다.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살아야 행복한데 혼자 살기 때문에 외롭고 힘듭니다. 농사는 혼자 힘으로 하기 어렵습니다. 함께 해야 지어야 즐겁고 잘할 수 있습니다. 도시농부로 살면 서울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도시농업 예찬론을 펴고 다닙니다. 도시농부들이 많아져서 서울이 행복한 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향림원은 그냥 공원이 아니라 행복을 나누는 도농공동체 터전이자 생명의 보고입니다. 지친 시민들에겐 자연의 쉼터와 농촌의 향수를 제공하고 도시농부들에겐 공동체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살림꾼 역할을 잘하고 싶습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