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말]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01.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영화 <디판>(2015)으로 2015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코엔 형제의 극찬 속에 황금 종려상을 받았을 때, 그는 최고의 감독이라는 수식어에 드디어 방점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위선적 영웅>(1996), <예언자>(2010), <러스트 앤 본>(2013)으로 극찬을 받아온 감독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수상 1순위로 분류되었을 뿐 한번도 칸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디판> 이후 3년 만에 연출한 작품으로 패트릭 드윗의 동명 소설 <시스터스 브라더스>를 각색한 것이다. 영화는 시스터스 브라더스라 불리는 두 형제 엘리(존 C. 라일리 역)와 찰리(호아킨 피닉스 역) 시스터스가 형사 존 모리스(제이크 질렌할 역)와 함께 현상 수배범인 허먼 웜(리즈 아메드 역)을 잡기 위해 서부로 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서부 골드러시 시대를 배경으로 시스터스 브라더스의 모험과 여정, 그리고 귀향의 과정을 그려내는 작품이다.

감독도 감독이지만 이 작품은 사실 캐스팅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스터스 형제를 연기하는 호아킨 피닉스와 존 C. 라일리는 물론, 형사 역의 제이크 질렌할 역시 헐리우드에서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02.
시스터스 형제가 허먼 웜을 잡기 위해 서부로 향하는 까닭은 제독의 명 때문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제독의 요청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를 얻는 형식으로 지내왔다. 허먼 웜이 수배된 까닭은 그가 금맥을 쉽게 발견하는 물질을 제조하는 법에 능통하다는 것. 제독은 그 방법을 알아내 일확천금을 누리겠다는 생각이지만, 웜의 입장에서도 쉽게 넘겨줄 리 만무하다. 이에 시스터스 형제는 다시 한번 그의 명을 따르게 되고, 형사 존 모리스는 그들과 함께 웜을 쫓게 된다.

하지만, 시스터스 형제, 특히 그 중에서도 현상 수배 사냥꾼의 피로를 느끼는 형 엘리는 자금을 마련해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한다. 누군가의 하수인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 타인의 목숨을 빼앗으며 자신의 부를 획득하는 일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 아버지가 보여주던 모습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있고, 자신이 해야만 했던 일을 동생이 대신 하게 된 과거의 사건이 영향을 준다. – 이 일로 인해 엘리는 찰리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고, 항상 자신보다 동생의 이득을 먼저 챙기려는 모습을 보인다. - 영화의 전반부에서 웜을 쫓는 여정이 그려지다 중반부 이후부터 네 사람이 모두 함께 동행하게 되는 까닭에는 이런 배경이 놓인다.

03.
조금 모자란 듯 보이지만 책임감 강하고 마음이 여린 형과 눈치가 빠르고 머리는 좋지만 폭력적이고 사고를 달고 다니는 동생, 혹은 그 반대의 조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다만, 두 사람 모두가 어떤 종류의 결핍을 갖고 사고를 유발한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라 할 것이다.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두 사람의 다른 종류의 사고들은 이 극을 지탱하는 두 개의 축으로 작용하는데, 단순히 운이 없고 능력이 모자라는 것이 형 엘리의 쪽이라면, 찰리는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선택한 방만한 행동에 대한 결과라는 것이 차이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영화의 흐름 속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잊지 않고 웃음을 터지게 만드는 감독의 센스를 책임지는 것이 형 엘리라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단순히 그가 모자란 캐릭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모든 좋은 것을 동생 찰리에게 양보하는 설정과 결합하여 작품 내부와 외부, 양쪽 모두에서 엘리라는 인물의 면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역시, 앞서 언급했던 동생에 대한 부채감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04.
일부 서부극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이번 작품은 지난 작품인 <디판>에 이어 이름이 갖는 무게에 대한 이야기 또한 그 기저에 갖고 있다. 감독의 전작 영화 <디판>에서 디판이라는 이름은 주인공이 망명을 위해 브로커에게 산 가짜 이름이었다. 영화 속에서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며, 주인공은 정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얻을 때까지 사투를 벌였다. 이

번 작품에서도 시스터스 브라더스라는 이름의 무게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름과 그 이름이 갖는 명성이 큰 의미를 갖는 시대가 배경이 되고 있으며, 두 형제 찰리와 앨리 역시 서로가 갖는 의미보다는 '시스터스 브라더스'라는 이름이 갖는 명성에 더욱 몰입하기 때문이다. (서부극의 대부분에서 이름이 갖는 의미는 직,간접적으로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서로가 함께 존재하기에 그 이름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잊은 채 말이다.

이 점에서 보면 <예언자> <러스트 앤 본>에 이어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시선을 떼지 않았던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지난 작품 <디판>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이름이 갖는 의미에 대한 깊은 사유를 표현하며 자신이 유지하던 시선에 일정 부분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지난 작품 <디판>은 양 쪽 모두의 시선을 겸하고 있는 과도기적 작품이라 할 것이다.

05.
긴 러닝타임을 통해 애써 쌓은 내러티브의 구조를 종국에는 가차없이 전복시킨다는 것 역시 이 작품의 특징적인 부분이다. 감독은 내러티브의 구조를 전복시키는 것 역시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 마련해 놓은 다양한 설정들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종반에 등장하는 금을 찾아 협력한 네 사람의 결말, 총독과 시스터스 형제의 관계에 대한 결말과 같은 부분들이 여기에서 속한다.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허무의 극치에서 쏟아지는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될 것이며, 감독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엔딩과 자연스럽게 결합시켜 서사의 기본 구조를 완성해 낸다.

마지막 장면에서야 비로소 이 영화의 서사적 구조에 방점이 찍히고 있기에,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도 이 작품의 마지막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부로 향하는 그 험난한 여정이 끝남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평화와 안식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도 또한 마찬가지다. 긴 러닝타임과 높은 긴장감의 피로도가 마지막에 위치한 장면들, 그 따뜻한 노곤함에 모두 함께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06.
개략적이고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 영화 <시스터스 브라더스>는 <장고 : 분노의 추적자>(2013)와 <헤이트풀8>(2016)의 중간 어디쯤 위치하는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 작품을 연출한 쿠엔틴 타란티노가 보여주던 이야기와 유사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양쪽의 작품이 갖고 있는 매력들을 떼어 하나로 뭉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지난 9월 초에 있었던 베니스 영화제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에 아쉽게 밀리긴 했지만, 감독상인 은사자상을 움켜쥔 자크 오디아르 감독. 이 작품 <시스터스 브라더스>는 그의 눈부신 재능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수작이 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시스터스브라더스 제이크질렌할 호아킨피닉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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