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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못하겠다 싶을 때, 딱 1개만 더 하세요!"

"더 이상 못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 절대 포기하지 말고 딱 한두 개만 더 해보세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조금만 해본 사람들은 자주 들었던 말일 것이다. 무거운 운동 기구를 활용하여 운동 횟수를 반복하다보면 반드시 포기하고 싶은 지점을 맞이한다. 더 이상 힘이 생겨나지도 않는 것 같고, 이 이상 했다가는 내 몸 어딘가가 심하게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아 불안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근육 키우는 재미를 느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바로 그 지점을 버티고 한두 개 더 반복해야 힘도 늘고, 근육도 생긴다는 것을. 그리고 우려했던 바와 달리 횟수를 한두 개 더 해도 내 몸에 별 일 안 생긴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렇게 한계지점을 자꾸 돌파하는 데 맛을 들이다보면 신기하게도 점점 한계지점이 상승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턱걸이를 1개밖에 못했는데, 어느덧 3개, 6개, 10개 등으로 차츰 개수가 느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는 달리 말하면 '고통의 역치', 즉 본인이 고통스럽다고 여기는 기준치가 상승한다는 뜻과도 같다. 턱걸이 개수가 1개 3개 6개 10개로 늘어날수록 '이 정도면 버틸만 해!'라고 느끼는 정도도 1-3-6-10개 수준으로 증가한 셈이다. 속칭 '몸짱'이 되는 과정의 핵심은, 이렇게 조금씩 '버티며 견디는 힘'의 기준치를 높이는 데에 있다.

육체의 지구력을 높여주는 정신적 지구력의 힘
 
책 인듀어 표지
▲ 책 인듀어 표지
ⓒ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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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듀어>의 저자는 육상선수 출신의 물리학자로서 스포츠 과학에 관하여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의 능력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고 급기야 한계를 초월하게까지 만드는 요인으로서 '지구력'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를 이 책에 집대성했다.

책의 이름이 '참다, 견디다'는 뜻의 영어 단어, <인듀어(endure)>인 이유다. 스포츠 과학자라는 저자의 이력에 걸맞게, 책 <인듀어>에는 온갖 종류의 스포츠 사례들이 등장한다(다만 글의 시작 부분에 등장한 웨이트 트레이닝 사례는 필자가 경험한 웨이트 트레이닝의 원리 중에서 이 책의 주제의식에 부합되는 사항을 발췌하여 기술한 것이다).

지구력의 사전적 정의는, '오래 버티며 견디는 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지구력이 육체적 능력과 관련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지구력이 육체적인 능력만이 아니라 정신 능력과도 관계가 있는 개념이라고 말하면서 지구력에 관한 탐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들의 연구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지구력이라는 개념이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위스 군용 칼과 같기 때문이다. 지구력은 인간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인 동시에, 악을 쓰는 아이들과 함께 국제선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 끼어 있을 때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힘이기도 하다. …… 사실 육체적 지구력과 정신적 지구력 사이에는 생각만큼 명확한 경계가 그어져 있지 않다.' - p.33-34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더 나아간다. 그는 신체의 능력을 높이는 데에 정신력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 이상 견디기 힘든 고통 상황에서 "참을 만하다" 또는 "참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람일수록 실제로 더 나은 역량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저자 알렉스 허친슨 유튜브 책 소개 영상 중에서
▲ 저자 알렉스 허친슨 유튜브 책 소개 영상 중에서
ⓒ The Next Big Idea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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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법에서 이미 살짝 눈치 챌 수 있듯이, 어떤 활동이든 간에 "아무래도 더 이상은 무리야"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사실 인간은 신체적으로 100% 힘을 소진시킨 상태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 과학자들이 신체 상태를 분석한 결과, 100%는커녕 좀 더 견디고 버텨도 괜찮을 만큼 기능적으로 최악은 아닌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상 계속했을 때 왠지 죽을지도 모를 것 같은' 기분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책에 따르면 그것은 그저 몸이 마치 그런 상태인 것처럼 착각하도록 뇌가 거짓 신호를 보내는 것에 불과하다. 신체의 모든 힘을 실제로 100% 소진해버리면 물리적으로 상해를 입거나 생명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 등이 커지기 때문에, 뇌가 나름대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펼치는 셈이다. 말하자면 뇌가 보내는 경고음이다.

하지만 그러한 경고음에 "닥쳐!"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부추긴다. 앞서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근육을 키웠던 방법처럼, 어떤 활동이든 그렇게 한계 지점을 살짝이라도 통과하는 연습을 반복해야만 지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메랑 효과 마냥 육체의 지구력이 좋아지면 정신력도 상승하고, 정신적 지구력이 상승하면 다시 몸 기능도 발전한다. 결국 신체의 지구력과 정신의 그것은 상호보완 관계다.
 
'그들은 2012년부터 평범한 일반인은 물론이고 고도의 훈련을 받은 해군과 정상급 초장거리선수 등을 대상으로 fMRI 실험을 진행해 왔다.(fMRI 실험 : 산소 부족 상태에서 행하는 인지능력 테스트) 일반인 그룹 중에서는 산소 부족을 느낀 순간 공황을 일으켜 실험을 중단시키는 참가자들이 종종 나왔지만, 훈련으로 육체와 정신을 단련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당황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잘 이겨 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산소 부족이라는 역경은 일반인들의 인지능력을 저하시킨 반면 엘리트 그룹의 인지능력은 오히려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 p.295-296

 
익스트림 스포츠 위험한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
▲ 익스트림 스포츠 위험한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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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초월하려는 마인드도 훈련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지구력이 남다른 사람들은 애당초 선천적인 능력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다. 이를테면 남보다 고통을 잘 감내할 만큼 체력이 좋다든가, 괴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는 심리 성향을 지녔다든가 하는 등의 '지구력 재능'들 말이다.

저자도 분명 일부는 그런 사람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결코 그런 사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앞서 말한 대로 고통의 역치를 높이는 훈련을 받아 지구력이 향상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또 마치 플라시보 효과처럼 단순히 사람들에게 '조금 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평소 그들이 보여준 운동 능력의 한계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실험까지 다수 제시한다.
 
"통증과 싸워서 억누르고, 궁극적으로는 극복해야 할 하나의 정신 상태로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야말로 사이클 팬들이 그를 '도로 위의 철인'으로 칭송하는 이유일 것이다. 보이트는 엘리트 육성을 위해 세워진 동독의 엄격한 스포츠아카데미에서 목표 달성만을 위해 노력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같은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회고록(제목은 물론 '다리야, 닥쳐!(Shut Up, Legs!)')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그 시절을 보내면서 통증에 대한 내 역치가 남들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내 통증 역치(Pain Threshold)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10~20퍼센트 정도 높은 것 같다. 이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확실히 알 수 있다" - p.122

 
추천사 유명인들의 책에 관한 언급들
▲ 추천사 유명인들의 책에 관한 언급들
ⓒ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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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습관화하라는 자기계발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에서 말하는 지구력 향상법이 비단 운동에만 국한된 교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인듀어>는 학생과 직장인을 위한 자기계발 서적이기도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이나 공부도 '뇌'라는 신체 기관을 활용한 활동이고, 늘 그 과정에서 "어렵다", "괴롭다" 등등 당장 때려 치고 싶은 심리적 고통과 부단히 싸워야만 하는 '버티기 게임'이라는 점에서 스포츠 활동과 다를 바가 거의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가 알려주는 주장과 각종 팁들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현재보다 더 나은 인생을 설계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방법론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이해하고 난 뒤 가장 좋은 점은 내 삶에서 괴로움을 대하는 자세가 상당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예전에는 일을 그르칠까 봐 짜증이 나거나 불안했다면, <인듀어>를 읽은 뒤로는 난관을 맞이할 때마다 그것이 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졌다.

"괴로움은 나를 발전시키라는 신호다"라고 생각하려 노력하고, 그를 습관화할수록 그 괴로움을 느끼는 정도도 줄어들테니 말이다. 그렇다. 괴로움과 고통은 신호다. 그러나 부정적인 신호가 아니라, 항상 곁에 두고 자기편으로 길들여야 하는 긍정적인 신호다.

하반기 들어 마음에 담아둘 만한 책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 적적하던 차였는데, 오랜만에 책다운 책을 한 권 발견해서 다행이다. 흔하디 흔한 영어 속담 "No pain, no gain"의 정밀한 원리와 비법을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자. 견디며 버틴다는 행위가 단순한 고문이 아니라 제법 괜찮은 '놀이' 혹은 '프로젝트'처럼 여겨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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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The 나아지는 글쓰기》 저자 / 글쓰기 면접 《크리티카 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