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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촌이 직접 쓴 한문편지 간찰의 원본
▲ 민촌 간찰의 원본 민촌이 직접 쓴 한문편지 간찰의 원본
ⓒ 민경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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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촌 이기영이 22세 때 쓴 친필 간찰(한문 편지)이 발견됐다. 1916년 6월 16일 쓴 것으로 기록된 이 편지는 백석대학교 어문학부 중국어문학과 민경삼 교수가 "민촌 이기영의 친필 간찰을 소장하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에 '사개치부법'을 쓴 현병주 선생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민촌의 편지는 "아이의 문제로 여쭙겠다"며 서두를 시작했고 모든 예를 갖춰 스승을 뵙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현병주 선생은 우리나라 전래의 고유한 치부법인 사개치부법(사개다리문서. 우리나라 고유의 장부 정리법)을 최초로 해설한 책을 쓴 사람이다.

소식을 들은 민촌 이기영의 손자 이성렬씨는 한걸음에 달려와 할아버지의 편지를 살폈다. 이성렬씨는 "민촌이 이 시절 떠돌이 생활을 했지만, 선생으로 모시는 분은 현병주 선생밖에 없었다"며 "할아버지의 친필 편지로 확신한다"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민촌의 간찰을 여러모로 분석한 민경삼 교수는 "근현대 지식인들의 간찰을 모으다 우연히 발견했다. 민촌 친필 간찰로 이번 경우 외엔 발견한 사례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민촌의 간찰은 학자로서 나이에 비교해 문장력과 필력은 물론 글씨가 상당히 좋다. 남한에서는 민촌의 친필 간찰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당시 지식인들의 학문적 수준과 한문 소양, 지식, 시대상 등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신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한문을 못 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에 발견한 간찰은 민촌의 상당한 한문 실력을 확인해주는 자료"라며 "특히 고뇌와 방랑의 시기였던 민촌의 청년기 시절 기록이 거의 없는데 간찰 발견으로 민촌의 청년기를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촌 간찰 확인에 참관한 천안역사문화연구회(준) 송길룡 집행위원장은 "민촌추모제를 성료한 이후 민촌의 흔적들이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도 민촌의 자료발굴과 고증에 더욱 애정을 쏟아 천안에서 왕성한 집필활동을 해온 민촌의 역사·문화적 발자취를 바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민촌 이기영의 손자 이성렬 씨(좌)와 민촌 간찰을 공개한 백석대학교 민경삼 교수(우)
▲ 이성렬 씨와 민경삼 교수 민촌 이기영의 손자 이성렬 씨(좌)와 민촌 간찰을 공개한 백석대학교 민경삼 교수(우)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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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촌 이기영은...

이기영(李箕永) 1895~1984)의 호가 민촌(民村). 충남 아산 출생으로 3세 때 천안으로 건너가 천안시 안서동과 유량동 일대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1924년 상경하여 '개벽'지 현상공모에 「옵바의 비밀편지(秘密便紙)」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등단 후 1925년 KAPF(조선 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의 맹원으로 활동했다.

『서화(鼠火)』(1933), 『고향(故鄕)』(1934) 등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식민지 시대 리얼리즘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고향은 민촌이 살았던 고향 천안을 배경으로 한 농촌소설이다. 고향을 통해 민촌은 일제강점기 시절 식민지라는 파행적 상황에서 농촌계몽운동의 양상과 일반 민중의 생활을 사실주의적 문체로 그렸다. 그 후 민촌은 해방되던 해에 월북하여 『땅』(1949),『두만강』(1961)을 발표하는 등 북한 문학계의 지도자로도 활약했다.

고향은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창작상의 실천을 지속했다는 문학사적인 의의가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지난달 16일에는 천안에서 20세기에 활동한 우리나라 최고 사실주의 작가로 평가받는 민촌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었다. 고향에 나오는 지명을 따라 천안 안서동과 유량동 일대를 답사하고 민촌의 작품세계를 탐구하는 등 민촌을 새롭게 조명하는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첨부파일
민촌간찰역본.hwp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민촌 이기영, #민촌 편지, #간찰, #한문편지, #민촌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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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과 천안 아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소식 교육 문화 생활 소식 등을 전합니다. 지금은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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