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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새로 구입한 나의 신발
▲ 새로 구입한 플랫슈즈 1년만에 새로 구입한 나의 신발
ⓒ 이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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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반한 예쁜 플랫슈즈를 샀다. 내 피부색과 아주 잘 어울리는 고운 빛깔의 편안한 플랫슈즈다. 내 신발을 산다는 것은 딱 1년만이었다. (지난달 운동을 위해 구입한 조깅화를 제외하면 말이다.)

나는 플랫슈즈도 좋아하고, 원피스도 좋아하고, 반짝거리는 악세사리도 좋아한다.
예쁜 옷과 신발을 신고 나들이 가는걸 좋아하는 여자아이였기에 신발이든, 옷이든, 1년간 내 몸을 치장하는 무언가를 쇼핑하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노쇼핑을 하기에는 세상에 예쁜 신발과 새로운 옷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나온다. 의류사이트와 백화점, 길거리 옷가게 등을 무심하게 지나치면서 때로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사람 심리가 참 신기한 게 아무 생각 없었는데 새 것을 보면 갑자기 사고 싶어진다. 내게 필요하지 않은건 잘 알고 있지만, 그저 '사고 싶다!' 라는 생각에 흔들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무언가를 사지 않는다는 게 조금은 쉬워졌다. 나를 잘 알게 되고, 내가 가진 물건들을 헤아리게 되면서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이 충만해졌다.

매 계절마다 통과의례처럼 옷과 신발 쇼핑을 하고는 했었는데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관리하고, 통일된 옷걸이로 옷가게처럼 정리해두는 것만으로도 나는 예전보다 내 옷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소중하게 대했다. 그래서 정말로 새로운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더불어 내가 즐겨 입는 옷들만 남겨두니, '오늘은 뭐 입지' 라는 고민을 하지 않게 되어 외출준비도 짧아졌다. 현재 나의 사계절 옷은 모두 합쳐 30벌이다.
  
가을시즌 나의 옷장
▲ 나의 가을시즌 옷장 가을시즌 나의 옷장
ⓒ 이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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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릴 때는 살기 어려워서, 언니 오빠가 입던 옷을 물려 입고 그마저도 닳고 헤질 때까지 입고 나서야 새 옷을 사줬다고 한다. 일 년에 한번쯤 새 옷을 사주시면 너무 좋아서 매일 그 옷만 입었다고 했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나는 단 한번도 옷이 헤지거나 낡아서 버린 적이 없었다. 그저 입다가 질리거나 처음부터 내 사이즈나 스타일이 아닌 옷들이었다. 신발도 마찬가지였고.

어쩌면 모든 게 너무 풍족해져버린 세상이 내게서 더 즐거울 수 있고, 더 행복하고 더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앗아간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로운 옷과 물건들을 매달 사들이는데도 온전한 행복을 갖추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게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참 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혼자 속으로 다짐을 했었다. 옷도, 신발도 낡고 헤질 때까지 신고 입어보자!

그렇게 노쇼핑 1년째. 1~2년 전에 구입했던 플랫슈즈 3켤레와 운동화 1켤레가 다 낡고 닳았다. 낡은 4켤레의 신발을 모두 처분하고, 운동화와 플랫슈즈를 각 1켤레씩 구입했다. 1년 만에 생긴 내 마음에 쏙 드는 새 신발들이 매일 아침 나를 기분 좋게 맞이한다. 오랫동안 기다리고 만난 신발이라서 더 기분이 좋다. 좋은 신발을 신으면 좋은 곳으로 데려가준다는데, 새 플랫슈즈와 앞으로 걸어갈 나의 좋은 곳들이 기대된다.

이제는 막연히 신상이 나와서 구입하는 것은 나와는 먼 이야기가 되었다. 아이쇼핑만으로도 대리만족을 할 줄 알게 되었고, 갑자기 사고 싶은 물건이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선택해 구입하는 습관도 생겼다. 한마디로 쇼핑과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힘이 생긴 것이다. 옷장을 열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옷들만 걸려있어 가뿐하고 행복하다. 품위유지비에 돈이 적게 드니, 저축하는 돈이 늘어난 것은 덤이다.

앞으로도 무분별하게 충동소비를 하며 새로운 물건들을 사들이는 즐거움보다는, 내가 가진 최소한의 것들을 소중하게 다루며 오래 오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태그:#미니멀라이프, #노쇼핑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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