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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낙단보 입구에 도배된 현수막
 낙동강 낙단보 입구에 도배된 현수막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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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찾은 낙동강 낙단보 관리사무소 앞에선 이색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낙단보로 들어가는 길목과 담벼락에 온통 현수막이 걸려있다.

'보 개방 반대' 낙단보에 도배된 현수막
"낙단보 수문개방 결사반대!"
"가뭄대책 없는 낙단보 수문개방 즉시 중단하라!"
"치수는 백년대계! 낙단보 개방 반대한다"
"낙단보 농업용수는 농심의 생명줄!, 낙단보 수문개방 결사반대!"
"유식한 환경단체 놈! 땜시, 무식한 농민들! 다 죽네!"
"니가 농민이면 보 개방하겠냐!"
"흔들리는 국책사업 단합하는 농심, 낙단보 수문개방 결사반대!"

낙단보 수문개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다.  
 
 낙단보 관리사무소 도로변을 따라 현수막이 도열하듯 30여장 도배돼 있다.
 낙단보 관리사무소 도로변을 따라 현수막이 도열하듯 30여장 도배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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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다 이 현장을 보게 된다면 마치 '의성군의 대부분 농민들이 수문개방을 반대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현수막이 지천에 깔렸다. 마치 선거전을 방불케하듯 도열된 현수막을 이용한 시위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크게 품을 들이지 않는 효과적인 시위인 셈이다. 

강정보에서도 성공을 거둔 현수막 시위 

일찍이 이런 현수막 시위가 큰 재미를 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강정보와 달성보의 이른바 '찔끔 개방' 현장(농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수문을 평균 1미터 남짓만 열었기 때문)에서도 유사한 현수막 시위가 벌어진 적이 있다. 
 
 작년 5월말 강정보 입구 앞에 내걸린 보개방 반대 현수막. 이때도 농민들보다는 관변조직들이 대거 동원됐다.
 작년 5월말 강정보 입구 앞에 내걸린 보개방 반대 현수막. 이때도 농민들보다는 관변조직들이 대거 동원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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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말경 강정보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개방을 반대한다는 현수막들로 도배된 것이다. 이를 지역의 보수언론에 대서특필하면서 그것이 마치 지역의 주된 여론인양 호도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의 추가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수막 시위는 효과를 본 셈이 됐다.   

그때와 똑같은 양상이다. 아직 수문개방도 되지 않은 낙단보에 도열된 현수막은 굉장히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모든 농민들이 낙동강 보 개방에 결사항전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도록 말이다.
 
 낙단보가 보이는 곳에 빼곡이 현수막이 도배됐다.
 낙단보가 보이는 곳에 빼곡이 현수막이 도배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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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개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도열해 있다. 그 중에는 황당한 문구도 눈에 띈다.
 보개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도열해 있다. 그 중에는 황당한 문구도 눈에 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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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수막에 내걸린 단체이름을 확인해보면 과연 이들이 정말 순수한 농민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 많은 조직이 시골 면단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농민조직이 아닌 관변조직을 이용한 현수막 시위 
단북면 생활개선회, 단북면 새마을금고, 단북면 농촌지도자회, 다인면 새마을부녀회, 단북면 자유총연맹, 단북면 적십자회, 단북면 진쌀단지회, 단북면 남여지도자회, 단밀면 체육회, 단밀면 농업경영인회, 단밀면 쌀전업농회, 단밀면 남녀산악회, 단밀면 이장협의회, 구천면 발전위원회, 단북면 의용소방대, 단북면 농민회, 단북면 자연보호협회, 단북면 체육회, 단북면 바르게살기협의회, 단북면농촌지도자회 등.

의성 수십 곳의 면단위 중에서도 다인면과 단북면이 중심이고, 이 중에서 실지로 농민 이름을 단 단체는 몇 개가 안 된다. 대다수는 농민과는 관계가 없는 조직들이다. 그것도 관과 가까운 이른바 관변 조직들이다. 특히 단북면 자유총연맹과 같은 조직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농민단체가 아닌 자유총연맹도 등장한다.
 농민단체가 아닌 자유총연맹도 등장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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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자신이 의성 농민이기도 하면서 전국 최대의 농민조직 중 하나인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을 이끌고 있는 황병찬 의장은 말한다. 
 
"'단북면 농민회'는 실체가 없는 조직이다. 우리 전농이 단북과 다인에 지역조직이 있지만, 저 현수막 시위엔 일체 참여하지 않았다. 단북면 자유총연맹은 활동이 거의 없는 조직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관변조직들이다. 군의 하부조직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의성군이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같다. 강은 썩어가는데, 썩은 물을 가둬두면 뭘 할 것인가. 하루빨리 보를 개방해야 낙동강이 되살아날 것이다."  

현수막에 내걸린 이들 단체이름을 보면 농민들의 순수한 의지의 발로라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강정보 보 개방 때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때도 관변조직 명의의 현수막이 도배됐다.      
 
 낙단보 주변에 내걸린 보 개방을 반대한다는 현수막, 황당한 내용의 현수막도 많이 걸렸다.
 낙단보 주변에 내걸린 보 개방을 반대한다는 현수막, 황당한 내용의 현수막도 많이 걸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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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변조직 이용한 현수막 시위, 누가 조장하나 

물론 농민들 입장에서야 농사지을때 물이 많은 게 좋다. 보를 개방해 물이 빠지면 그만큼 농업용수가 줄어드니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낙동강 보 개방 문제를 주관하고 있는 환경부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데 불편을 주지 않고 보를 개방해 강의 변화상을 살펴보겠단다. 모내기철이 다가오면 다시 수문을 닫아 강물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설사 수문을 완전 개방하게 되더라도, 양수장의 구조를 개선해서 농업용수를 쓰는 데는 지장이 없도록 선조치를 한 후에 완전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9월 중순에 열린 낙동강 보개방 민관 모니터링 회의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그 자리엔 지자체 관계자와 각 지역 농민 대표들(주로 이장들)도 참석해 의견을 충분히 나누었다.    
 
 지난 여름 조류 대발생이라는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한 낙동강. 녹조는 가을이 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여름 조류 대발생이라는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한 낙동강. 녹조는 가을이 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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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과 영산강과 달리 낙동강은 아직까지 수문이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그런데 금강과 영산강과 달리 낙동강은 식수원이다. 농업용수로도 쓰이지만, 그 전에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 대부분의 식수원이다.

그런 식수원에서 지난 여름 '조류 대발생'이라는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 그 녹조에는 청산가리 100배나 되는 맹독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 관에서도, 농민 대표들도 정부의 방침이나 뜻을 농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농민들의 반발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누가 시골 농민들을 선동하고, 정부와 대립하게 만들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낙동강 보개방은 농사를 못짓게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강을 흐르게 해 낙동강을 강답게 만들어 되살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살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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