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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달고 해상사열에 참여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달고 해상사열에 참여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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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으로 국가가 시끄럽다. 식이 제주에서 열릴 뿐더러, 일본이 전범기(욱일기)를 달고 대한민국에 들어온다고 한다.

일본은 1945년 전쟁에서 패하고 나서 제국헌법을 평화헌법(또는 신헌법)으로 바꿔 1946년 11월에 공포했다. 이때 공포한 헌법을 평화헌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헌법 전문과 헌법 제 9조 때문이다.

헌법 전문에는 "정부의 행위로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을 결의"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헌법 제 9조에 "①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제 분쟁을 해결 하는 수단으로써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영구히 포기한다. ②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국가 교전권은 인정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즉, 일본은 헌법 제9조에 분쟁의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써 무력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육군과 해군, 공군,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로 규정했다. 문맥상으로만 해석하자면 군(軍)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군(海軍)과 함께 해군이 운영하는 군함 또한 당연히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해군은 2018년 10월 10일부터 5일 동안 제주도에서 관함식(觀艦式)을 한다. 그러면서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은 세계 해군이 한반도에 모여 화합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축제의 장"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평화헌법 제9조에 따르면 일본은 군(軍)을 둘 수 없으며, 해군도 둘 수 없고, 군함(軍艦)도 두지 않는데 대한민국 해군은 일본의 자위대와 자위대의 배를 초청한 것이다. 일본 헌법에 의하면 자위대는 군(軍)이 아니며 자위대가 운영하는 배 또한 군함(軍艦)이 아니기에 초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해군은 세계의 해군을 초청하는 행사에 왜 일본 자위대를 초청한 걸까.

백번 양보해 이웃하는 나라와 세계 평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자위대를 초대한다고 이해를 한다고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일본 자위대는 지난 20세기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을 때 사용한 전범기(욱일기라고도 부름. 일본의 우파 내에서는 침략 전쟁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뜻으로 욱일승천기라고 표현.)를 달고 온다고 한다.

일본은 역사에서 한반도를 침범하여 학살 등 온갖 만행을 할 때도 전범기를 달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침략 전쟁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 나라이다. 독일은 2차대전 당시 저지른 행위를 계속 사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치가 사용한 전범기인 '하켄크로이츠'를 법률로 금지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은 전범기를 사용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관례상 초청을 해야 한다고 해도 넘어서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 것이다. 일본이 국가간 지켜야 할 선을 넘고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용인해야 하는 것인가?

일본 정부 측은 대한민국 해군이 전범기(욱일기) 대신 "자국 국기와 태극기"만을 달아 줄 것을 요청하자 "비상식적이고 예의 없는 행위"라고 반응했다(연합뉴스, 도쿄 특파원, 2018/09.29.). 일본 측이 몰상식적 발언을 하고 있는데, 이를 수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군복만 봐도 눈 놀리는 제주인데, 무력 자랑하는 관함식이라니

또 장소적인 문제도 있다. 올해 제주도는 특별한 해이다. 70년 전 대한민국 군인과 경찰, 불법 공권력인 서북청년단이 제주도민을 빨갱이라고 몰며 수만 명을 학살했다. 2018년은 당시 희생된 고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그 삶을 견뎌 온 유가족들과 제주도민들을 보듬어 이 땅에서 다시는 공권력의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역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해다.

국민들은 4.3 70주년의 여러 행사에 참여하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그런데 대한민국 해군은 70주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제주에서 또 다시 국가의 무력을 자랑하는 행사를 하고자 한다. 제주 도민들은 국가 공권력, 특히 군을 무서워한다. 나이 많은 분들은 군복을 보면 눈을 돌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열린 4.3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하여 당시 발생한 정신적 고통을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해군은 또 다시 제주에 군대를 보내 제주도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것처럼 트라우마(정신적 충격에 의한 고통) 치료를 위해서는, 제주에 군대를 보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해군은 국제 관례를 들어 관함식에 다른 국가들을 초대하려 하는데, '국가'는 '잘난 척'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관함식은 영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던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국의 무력을 자랑하던 행사로, 21세기 무장의 해제를 통해 국제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다면 자제해야 한다.

국가가 조용한 군대를 유지할 때, 국민이 군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내적 강화를 노력할 때, 나라의 국민은 안정과 행복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태그:#관함식, #제주 4.3, #자위대, #평화헌법,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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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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