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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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악역을 실감나게 연기해 의도치 않게 미움을 받는 배우들이 있다. 드라마 속에서의 모습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고 말해보지만 매주 방영되는 드라마는 힘이 세다. 이번에는 배우 조우리가 그런 경우였다. 조우리는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화학과의 모태 자연미인'으로 불리는 현수아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혼자서만 화학과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나쁜 의도를 갖고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얄미운 현수아의 모습을 제대로 연기한 덕에 자연스럽게 조우리는 주목을 받았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배우 조우리는 "원래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라 누군가를 상처주는 게 어려워 수아라는 역할이 어렵고 힘들었다"면서 "내가 상처를 받을까봐 (드라마 방영) 초기에는 댓글을 잘 보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조우리는 연기를 잘 하는 게 아니라 원래 성격이 현수아 같다'는 욕도 있었고 SNS에서는 '차은우에게 꼬리치는 게 진짜냐'고 '해명해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드라마가 잘 된 건 좋은데 조금 속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후로는 댓글을 따로 보지 않고 연기를 했단다.

하지만 그만큼 조우리의 주연 데뷔가 성공적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조우리는 "내 이름을 수아라고 말하는 분도 계시더라"라며 "수아라는 역할로 각인이 돼 좋기도 하다. 나중에는 친구들이 좋은 댓글도 많다고 따로 보내주기도 했는데 거기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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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는 작품에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보다는 드라마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작 팬분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연기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드라마가 사랑받고 끝나니 기분은 좋은데 잊혀질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하다."

"이 드라마를 내가 하게 될 줄이야"

조우리는 원작 웹툰을 연재 중일 때부터 챙겨봤다면서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작품을 본인이 할 줄 몰랐다면서 웃었다. "오디션을 보러갔을 때도 그저 지나가는 오디션 중 하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오디션을 보러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수아 역할이 아닌 화학과 학생 중 한 명이라고 생각을 하고 갔다.

여러 역할로 오디션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전화가 왔다. 한 번 더 오디션을 보고싶다는 감독의 전화였다. 조우리는 집으로 가던 중에 "바로 길을 틀어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고 한다.

"캐스팅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 진짜 된 거 맞나'라고 생각했다가 전체 대본 리딩을 하고 나서야 '나 이 작품에 진짜 참여하게 됐구나' 실감이 났다. 나도 나를 믿었어야 했는데, 대본 리딩을 하고 나서도 '역할이 바뀌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어렵게 맡고 나서 조우리가 본 현수아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조우리는 "수아는 사랑을 받는 법도 모르고 사랑을 주는 것도 모르는 친구인데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느낌도 알고 사랑하는 것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역할을 맡고 나서 다시 웹툰을 본 조우리는 "몇 년 전에 본 원작 웹툰을 이번에 다시 보면서 그때 왜 수아를 욕했는지 기억이 났다. '아 내가 이래서 얘를 욕했었지' 싶었다"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어떻게 수아가 이럴 수 있지? 싶었다. 하지만 최대한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모르는 척 연기해야겠다 싶었다. 정말 수아는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연기하고는 미안해서 수향 언니를 껴안았다. (웃음) 껴안고 '수아 진짜 나빠요. 언니 저도 모르겠어요' 했다."

그는 연기하면서 많은 고민들을 배우 임수향과 함께 나눴다. "아무래도 (뭔가) 막혔을 때 찾았던 게 수향 언니"라는 조우리는 "현장만이 아니라 밖에서도 전화통화도 하고 의지를 하면서 같이 촬영했다"고 말했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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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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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아의 행동에 이유가 있었고, 수아를 표현하기 위해 조우리는 친구들과 있을 때 수아의 밝은 면과 혼자 있을 때의 어두운 느낌의 격차를 신경 썼다고 말했다. 조우리는 "실제로도 밖에서 사람들 대할 때는 밝게 웃고 집에 오면 조용한 사람이 있지 않나. 수아도 그렇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과는 달리 사회에서는 모두가 많이들 감추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에게는 다 터놓고 이야기하는데 사회에 나오면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경험도 생기니까 조심스러워서 이야기하지 못하고 숨기고들 산다. 너무 솔직해도 안 되는 사회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말을 잘못하면 핀잔도 받고 화살도 받고 그러니까 조심성이 생기고 말을 못하는 것들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 모습들이 수아랑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특별히 누군가를 모티프로 하면서 연기하지는 않았고 웹툰 속 수아를 보면서 연기했다."

조우리는 <강남미인>을 찍으면서 "너무 보이는 삶에 치우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어 조우리는 "요새 SNS도 그렇고 남들에게 보이는 게 우선인 것 같다. 사실 스스로 행복한 것보다 행복해 보이고 싶어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나도 내 자신을 더 사랑해주고 믿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반성을 좀 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저희 드라마를 보고 그런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7년차 배우, 조우리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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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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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배우 조우리는 벌써 데뷔한 지 7년이 지난 배우다. 고등학교 때 연극과 뮤지컬을 보고 연기 쪽으로 진로를 바꿔 꾸준히 드라마 조연으로 얼굴을 비췄다. 관객으로 앞에 앉아 있었지만 연극 배우들이 가진 열기와 에너지가 전달되는 걸 경험했고 그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렇게 조우리는 연기를 시작했다.

비록 인지도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무대 연기 대신 드라마(매체) 연기로 먼저 시작했지만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무대 연기를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는 연극도 하는 배우 곽동연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고 한다.

SBS <모던파머>(2014)에서 곽동연과 한 차례 재회했던 그다. 그는 "<모던 파머> 때는 동연이가 미성년자였고 이번에 성인이 돼서 봤다"면서 웃었다.

"동연이가 회식 때 술 마시는 것도 이상하고 언제 이렇게 컸을까 싶었다. 그런데 또 연기를 너무 잘 하니까 배울 점이 있구나 생각했다. 동연이랑 붙는 신이 많았다면 계속 빵빵 터지면서 촬영을 하지 않았을까? '이거봐라, 이거 다 커서'(웃음)라면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조우리는 곽동연과 연기했던 후반부 신이 마음에 남았다고 밝혔다. 수아가 피해를 입자 우영(곽동연 분)이 나서서 경찰에 신고를 했으면 좋겠다고 수아를 독려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수아는 "피해자 같은 거 되고 싶지 않다.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영의 제안을 거절한다. 조우리는 "왜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걸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항상 피해자가 더 주목을 받지 않나. 뉴스에서 소식을 접할 때 피해자는 어떤 피해를 입었다고 하고 가해자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피해를 입은 아동의 이름을 '사건' 앞에 붙이기도 한다. 그 가족이나 피해자들이 느끼는 아픔과 상처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 신을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피해자가 왜 숨어야 하나 개선될 방법이 없을까. 옛날에 '똥파리가 괜히 꼬이겠어' 이런 댓글을 봤는데 상처를 입었다. 그만큼 알려지면 타격이 있으니까 숨기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뭔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마음이 아프고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우리는 이제 외모로서 평가받지 않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연기로 평가를 받는 건 기분 좋지만 외모로 평가받는 건 힘들다고 했다. "얼굴을 바꿀 순 없지 않나"라면서 조우리는 웃었다. 그는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뻐야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로서 서있고 싶다"고 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강남미인>을 찍으면서 조우리가 했을 여러 고민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배우 조우리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배우 조우리가 21일 오후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조우리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임수향 곽동연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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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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