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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년 봄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와 소중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드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는데 걱정이 많은 아빠들을 위해 아기와 둘이 있으면서 익힌 육아 노하우와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육아 이야기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느낀 주관적인 사견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편집자말]
아무리 열심히 딸랑이를 흔들어 보고, 항상 좋아하던 사운드북을 틀어주어도 16개월 우리 아기의 표정이 영 시큰둥합니다. 아빠와 장난감만 있다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행복해하던 아기가 이제 집에서 즐기는 아빠와의 놀이에 슬슬 싫증을 내기 시작했나 봅니다.

언제나 똑같은 놀이에 매번 즐거운 반응을 보인다면 아기 키우는 것이 얼마나 쉬워질까요? 하지만 아기가 지루해 한다는 건 아기가 이제 한 걸음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10달 전 쯤 이제 막 기어다니면서 집안 곳곳을 모험하는 아기와 함께 노는 방법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요. 이제 그 놀이는 당연히 씨알도 안 먹힙니다. 왜냐하면 아기가 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걷기는 물론 이제는 뛰어다닐 정도로 커버렸기 때문이죠. 지금부터 2살배기 아기와 아빠의 진정한 행복 찾기 방법을 소개합니다.

아! 이 맛이야! 신나는 물놀이

목욕할 때마다 아기를 놓칠까봐 불안하던 그 시기는 잊으세요! 15개월이 넘어간 아기들은 이제 진정한 물놀이꾼이 되었답니다. 목욕할 때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흐르는 물, 고인 물만 보면 물놀이꾼의 기질이 즉각적으로 발휘되는데요. 여기서 아기의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름이라면 근처 공원의 분수 물놀이를 해보세요. 물론, 아기가 감기에 들 수 있으니 젖은 몸을 닦을 수 있는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것이 좋겠지요. 이 때 아빠도 함께 과감하게 내 몸을 바쳐 함께 물을 맞으며 뛰어 논다면 아기는 아빠와 영혼의 단짝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바다로 가는 것도 OK! 바닷물이 짜기 때문에 바다에 직접 들어가 수영을 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아기에게 드넓은 바다를 보여주어 호연지기를 키워주시고 소심하지만 바닷물에 아기의 하체만 살짝 적셔주면 그것만으로도 아기와 아빠는 행복합니다. 그 다음, 바닷물이 적당히 스며든 진흙과 모래로 놀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데요. 모래로 아기의 발 숨기기도 해 보시고 질퍽질퍽한 촉감을 느끼고 행복해 하는 아기를 칭찬해주시면 정말 행복합니다.

아빠와의 물놀이! 최고에요
 아빠와의 물놀이! 최고에요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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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여! 영원한 아기의 친구여!

아마, 우리의 아빠들! 열심히 아기에게 동물과 관련된 책을 집에서 열심히 읽어주셨으리라 믿습니다. 책으로만 보던 동물을 직접 보고 소리도 들을 수 있다면 아기에게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 그리고 정서적, 인지적 성장이 될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면지역에 살다보니 집 근처에 집을 지키는 개들이 많이 살고, 이른 아침을 알려주는 닭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물들 근처에 가서 '멍멍', '꼬끼오' 등의 의성어를 아주 리얼하게 시연하면서 아기가 동물과 진정한 교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만약, 내가 도심에 살아서 동물 보기가 어렵다면? 그래도 당연히 방법은 있습니다. 요즘에는 동물카페가 도심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데요. 한 번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두 군데의 동물카페를 가보았는데요. 한 곳은 아기 돼지와 거북이, 강아지, 캥거루가 카페 여기저기를 열심히 돌아다니고 아기와 어울려 노는 동물 친화적, 아기 친화적인 곳이었습니다.

또, 정해진 시간이 되면 동물 사육사분께서 새, 이구아나, 뱀 등 다양한 동물들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만져볼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물론, 아빠든 아기든 동물을 조금 무서워하면 행복의 장소가 아니라 공포의 장소가 될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셔야 하겠습니다,

동물원도 당연히 빼놓을 수 없겠죠? 저는 충청권에 살아서 청주동물원과 대전 오월드를 자주 갑니다. 여기서 이 두 지역에 대한 간단한 팁! 청주 동물원은 전체적으로 경사가 매우 큰 편이니 돌아다니면 꽤나 힘이 듭니다. 상대적으로 대전 동물원이 평지가 많아서 아기와 함께 걸어다니기 좋다는 것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음매, 음매' 젖소가 있는 목장은 어떨까요? 목장이다보니 아기가 뛰어놀 수 있는 넓은 잔디 밭. 아기 송아지에게 직접 우유를 먹여주고, 염소나 양에게 당근이나 다른 채소를 먹이로 줄 수 있는 체험. 생각만 해도 신이 납니다. 거기다가 그곳에서 파는 싱싱한 치즈와 우유, 요거트는 아기 간식으로 최고이니 동물들 봐서 행복하고, 맛있는 간식도 먹어서 행복한 곳이 바로 목장입니다.

저는 동물이 너무너무 좋아요.
 저는 동물이 너무너무 좋아요.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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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하는 거라면 다 하고 싶어!

'엄마, 아빠가 하는 거, 나도 할래!' 15개월이 넘어 간 아기들의 속마음을 읽어보면 아마 이런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있을 것입니다. 가족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방의 시기가 왔기 때문이지요. 지난 번에는 제가 바닥 청소를 위해 걸레질을 하고 있는 데 본인이 하겠다고 의지를 보여주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시켜봤는 데 어찌나 즐거워 하던 지 온 집안을 구석구석 청소했습니다.

우리집은 제가 직접 청소 할게요
 우리집은 제가 직접 청소 할게요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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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빠가 하는 행동들 중에는 아기가 하면 안 되는 약간 지저분한 일(쓰레기 버리기, 먼지 털기 등)이나 위험한 일(전구 교체하기, 뜨거운 또는 차가운 음식 함부로 먹기, 엄마 말 안 듣기)은 모방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말해줘야 합니다. "안돼!"라고요.

그럼, 대체 어떤 행동들을 모방하게 하면서 재미있게 놀까요? 바로 전화하기 놀이, 아빠와 먹기 놀이, 애착인형과 놀아주기입니다. 이런 놀이들은 위험하지 않으면서 아기들이 가족의 행동을 똑같이 하면서 행복해할 수 있는 정말 유익한 활동들이지요.

먼저, 전화하기 놀이입니다. 요즘엔 참 엄마든 아빠든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집에 전화기가 잘 없지요? 저는 그래서 아기들이 전화놀이를 별로 안 좋아할 줄 알았는 데 언젠가 바다로 여행을 가서 숙소에 들어 갔는 데 그곳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행복해하는 아기를 보면서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집에 있는 현관을 열어주는 인터폰, 장난감에 딸려있는 작은 전화기, 엄마 아빠의 휴대폰을 들고서는 자신의 귀에 가지고 가서 "어부베, 으베" 이렇게 말하며 전화하는 아빠를 흉내내곤 합니다. 아빠는 이 때 아기가 들고 있는 전화기로 함께 맞장구를 쳐주시고 아기가 말할 때 칭찬을 해주세요. 그러면 아기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 더하기 언어발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여보세요? 거기 아빠 있나요?
 여보세요? 거기 아빠 있나요?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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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빠와 먹기 놀이입니다. 이건,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아기와 밥을 먹을 때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아빠의 숟가락에 아빠 밥과 반찬을 올리고 아기 손에 쥐여 줍니다. 그리고, 아빠가 "아~"하면서 먹겠다고 하면 아기가 먹여줄 것입니다. 그리고 아빠는 "고마워! 아빠에게 맛있는 걸 줘서!"라고 말하면서 함께 박수를 치는 것이죠.

또, 주방놀이 세트나 플라스틱 컵, 그릇 등으로도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모형 음식이나 아기 과자 등을 그릇에다가 넣고, 빼고 놀이를 지속적으로 해주고, 컵을 이용해서 물이 없지만 있는 척, 꿀꺽꿀꺽 마시는 시늉을 합니다. 그리고는 "캬~"라고 감탄사도 같이 해주면 효과가 두배이지요. 더 욕심을 내자면 컵끼리 부딪치면서 "짠~"도 함께 연습해보세요. 아기와 아빠가 할 수 있는 먹기놀이가 순식간에 많아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애착인형과 놀아주기입니다. 저희 집에는 미끄럼틀, 점프 놀이대, 그네 등의 미니 놀이기구가 집 안에 있는데요. 아기가 처음에는 이 놀이기구를 열심히 타다가 요즘에는 지루한 지 잘 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아기가 좋아하는 애착 인형을 태워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결과는요? 참 신기하게 본인이 타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기는 기린 인형을 참 좋아하는 데요. 전에 기린에게 과자를 먹여주는 척 하고 침대에 눕혀 잠을 재우는 척을 해서 신기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기린을 미끄럼틀에 태웠더니 아주 신이 난 것입니다. 그러더니 본인이 먹던 밥과 물도 인형에게 먹여주려고도 합니다. 우리 아기도 사랑하는 존재를 돌봐주는 '아빠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린아? 목 마르지? 물 먹을래?
 기린아? 목 마르지? 물 먹을래?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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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무엇? 바로 아빠의 시간과 노력! 

아마 이 글 읽으시면서 '나는 시간이 없어서 안 돼!', '그건 아기 엄마가 해야 할 일이야!'라고 생각하신 아빠들 많으실텐데요. 물론, 회사에 다녀오고, 일을 보고 오면 너무나 피곤하고 힘이 듭니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근본적인 해결책이 급선무인 것이 사실인데요. 하지만, 힘드시더라도 하루에 딱 30분만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보세요.

짧은 시간이지만 아기와 함께 한 가지 놀이를 하루에 한 번씩만 실천한다면 아기와의 래포 형성! 어렵지 않습니다. 또, 아기의 행복한 미소! 아빠가 반드시 볼 수 있습니다. 주변의 아빠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몇 년 전, 일이 바빠 내 자녀와 같이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참 많은데요. 아기가 어리다고 지금의 아빠와의 관계를 절대 기억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애착관계는 오히려 유아시기에 더 많이 결정된다고 하니까요.

아빠의 시간과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하는 노력! 그것이야말로 아기와 아빠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진정한 지름길일 것입니다. 육아빠들을 언제나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초보아빠, #육아일기, #애착인형, #래포형성, #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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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초보아빠 육아일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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