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로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로고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근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곤욕을 치렀다. Mnet <프로듀스 48> 공동 프로듀서이자 일본 대표 걸그룹 AKB48을 만든 아키모토 야스시와의 협업 발표로 인해 방탄의 팬덤 '아미'들의 분노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당초 빅히트 측은 오는 11월 일본에서 싱글 < Bird/FAKE LOVE/Airplane pt.2 >를 발매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타이틀곡으로 마련한 'Bird'의 작사가로 아키모토 야스시가 참여한다는 소식에서 불거졌다.

알려진대로 아키모토 야스시는 우익 성향이 강한 제작자인 데다 그가 작사한 몇몇 곡들은 "여혐 논란"을 빚을 만큼 일본에서도 문제시되곤 했다. 이러한 전력들로 인해 올해 8월 종영한 CJ ENM과의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도 기획단계부터 방영 기간 내내 논란이 됐다. 

국내외 아미들은 "우익 작사가와 협업을 즉시 중단하고 관련 자료 전량 폐기를 요구한다"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엔 방탄 관련 콘텐츠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SNS, 팬카페, 각종 게시판을 통해 밝히면서 회사 측에 항의하기에 이른다.

결국 빅히트 측이 방침을 철회하고 'Bird' 대신 'Idol', 'Fake Love'의 리믹스 버전을 수록하는 것으로 변경, 팬카페에 사과문을 올리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팬덤, 수동적인 소비자를 거부하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과거에도 유명 가수, 아이돌그룹의 팬들과 소속사가 마찰을 빚는 모습은 있었다. 일정 관리, 공연, 기타 다양한 사항을 놓고 회사 측의 부족한 조치에 대해 목소리를 남기는 것 역시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음반 발매 계획까지 바꿀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선 팬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기획사가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상황이 빈번했다.

아미로 대표되는 방탄 팬덤의 대응은 '보이콧'으로 비유해도 좋을 만큼 상당히 강력하게 진행됐다. 여기엔 회사 측의 늑장 대응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해당 음반 제작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사측은 이렇다할 입장 표명이나 보도자료 배포 조차 없을 만큼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빅히트의 초기 미숙한 대응은 결과적으로 더 큰 화를 부른 셈이 되었다.

팬들의 목소리에 불합리한 내용이 포함되었다면 회사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라도 있었겠지만 아미들의 반응은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음악 산업에서 팬덤은 회사의 움직임에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블랙 컨슈머"가 아닌, "화이트 컨슈머"로서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가수에 대한 부당한 대접, 상식과 동떨어진 운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게 지금의 팬들 아니던가.

이건 지극히 당연한 권리 주장이다.

여전히 물음표 붙는 야키모토와의 협업 선택
 
 10월 정식 데뷔를 앞둔 < 프로듀스 48 > 한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  아키모토 야스시가 일본 측 공동제작자로 참여하고 있어서 향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아이즈원 공식 트위터)

10월 정식 데뷔를 앞둔 < 프로듀스 48 > 한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 아키모토 야스시가 일본 측 공동제작자로 참여하고 있어서 향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아이즈원 공식 트위터) ⓒ CJ ENM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가장 큰 의문이 든 사항은 이것이다. 빅히트는 "왜 하필이면 아키모토와 손을 잡았을까?"라는 점이다.

CJ ENM이 만든 <프로듀스 48>은 그나마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국내의 한정된 인력풀 문제를 타파하고 일본의 아이돌 산업 노하우를 터득하려는 나름의 목적이 어느 정도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빅히트는 굳이 협업해야 할 당위성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단순히 일본 시장에서의 활동 강화가 목적이라면 현지 굴지의 음반사 들과의 제휴를 더욱 두텁게 하는게 나을 것이고 음악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싶다면 아키모토가 아닌 다른 작곡가, 프로듀서와 손 잡는 게 훨씬 현명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방탄이 그간 추구해온 세계관과는 동떨어진 아키모토 야스시의 가사가 과연 방탄 음악 업그레이드에 도움이 뒬 수 있을까? 외부인들은 잘 알기 어려운 나름의 선택 이유가 있었겠지만 빅히트가 안이하게 판단했던 것은 아닌지 우려도 뒤따른다.

한편 10월 정식 데뷔를 준비하는 <프로듀스 48>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 같은 경우, 아키모토 야스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팀이기 때문에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주로 국내 음악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활동곡에 대해선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일본어 가창곡의 경우, 아키모토 작사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반성 없는 일본 우익...우리 국민들의 여전한 반감   
 
 < 프로듀스 48 >의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아키모토 야스시.  향후 아이즈원의 일본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 프로듀스 48 >의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아키모토 야스시. 향후 아이즈원의 일본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 CJ ENM

 
이번 사태는 잘못된 협력처 선택이 자칫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교훈을 남겼다. 일본 진출을 추진중인 다른 회사도 참고할 만하다.

한일 양국 사이 미묘한 감정 대립에는 여전히 자기 반성 없는 일본 우익들의 행동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베 수상을 비롯한 일본 지도층은 여전히 우익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인터넷 상에서 역사 왜곡을 비롯한 '혐한'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소녀상 훼손 시도 등 한국 국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빈번하다.

일본 우익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대해 한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불쾌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민간 차원의 교류에서도 일본 우익 연계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빅히트 방탄소년단 아키모토야스시 아이즈원 프로듀스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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