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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열린 ‘제8회 전남청소년역사탐구대회’에서 <고래가 기억하는 흑산도>를 발표해 대상을 수상한 전남 신안 흑산중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지도교사인 박오성(맨왼쪽) 교사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15일 열린 ‘제8회 전남청소년역사탐구대회’에서 <고래가 기억하는 흑산도>를 발표해 대상을 수상한 전남 신안 흑산중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지도교사인 박오성(맨왼쪽) 교사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흑산중 박오성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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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17명에 불과한 서남해 외딴 섬 중학생들이 역사탐구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전남 신안군 흑산중학교 역사동아리(지도교사 박오성) 정다솜(3학년)·김서연(2학년)·이기정(2학년)·이현서(1학년) 학생. 흑산중 학생들은 15일 열린 제8회 전남청소년역사탐구대회에서 '고래가 기억하는 흑산도'를 발표해 대상을 받았다. 여덟 번째를 맞이한 이 대회에서 중학생팀이 대상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대회에는 중·고를 망라해 약 100여 팀이 참가했다.

흑산중 학생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흑산도에 '홍어공원'이 아닌 '고래공원'이 있는 까닭이 궁금했다. 흑산도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놀이터처럼 이용한 공원이었다. 학생들은 지도교사인 박오성 선생의 도움을 받아가며 온갖 자료를 뒤지는 것은 물론 흑산도 곳곳을 발로 뛰며 현장 조사를 했다.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박인순 할아버지를 만나 증언도 녹취했다.

그리고 마침내 일제강점기 흑산바다에서 일제가 무수한 고래학살을 자행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흑산도 고래공원 자리가 일제 포경회사 사무실과 작업장이 있던 곳이란 것도 다시 확인했다. 학생들은 일제가 흑산도에 포경근거지를 만든 이유와 흑산도에 남아있는 고래 학살의 현장을 꼼꼼하게 보고서에 담았다.

심사위원들은 "역사는 시간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지만 공간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흑산중 학생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발로 뛰면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 현장을 찾아냈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고 대상 결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흑산중 학생들은 단순히 새로운 역사 현장 발굴과 탐구에만 그치지 않고 탐구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 소형홍보물을 만들어 여행객들과 주민들에게 이를 알려내려고 노력했다"고 이를 높이 평가했다.

흑산중 학생들이 전남청소년역사탐구대회에 참가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당시 이들은 박오성 교사의 지도로 '홍어 장수 문순득, 새로운 세계를 만나다'를 발표해 금상을 받았다. 문순득은 조선시대 우이도 출신 홍어 장수로, 지금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태도 부근에서 표류해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 등을 거쳐 귀환한 인물이다. 정약전이 쓴 <표해시말>은 문순득의 표류기를 담은 책이다.

박오성 교사는 "꼭 상을 받으려 했던 것은 아닌데 지난해에 너무 큰상을 받아 올해 부담이 됐다"면서 "그러던 중 한 아이가 흑산도의 고래에 대해 다루자는 의견을 냈다"라고 소개했다. 박 교사는 "고래를 주제로 하기로는 했지만 생각보다 난감했다"면서 "주제와 관련된 자료가 이주빈 기자가 쓴 '일제강점기 대흑산도 포경근거지 연구'라는 논문 한 편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흑산도 고래로 대상... 아시안게임 축구보다 짜릿"
 
 15일 열린 ‘제8회 전남청소년역사탐구대회’에서 <고래가 기억하는 흑산도>를 발표하고 있는 흑산중 역사동아리 학생들.
 15일 열린 ‘제8회 전남청소년역사탐구대회’에서 <고래가 기억하는 흑산도>를 발표하고 있는 흑산중 역사동아리 학생들.
ⓒ 흑산중 박오성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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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탐독한 학생들은 현장을 직접 누비며 알맹이를 채워갔다. 주말이면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따로 만나 주민들에게 나눠줄 인터뷰 문안을 다듬었다. 흑산도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흑산도 고래의 역사를 홍보하기 위한 홍보물도 만들었다. 박 교사는 당시 학생들의 모습이 "고래에 홀려 있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박 교사는 "흑산도 고래만을 생각하며 몇 달 동안 탐구를 진행해 왔던 아이들이 이렇게 대상이라는 엄청난 결실을 얻은 것을 보니 정말 뿌듯하다"면서 "아이들은 가르치기 나름이라고, 섬에 있는 학생들이라고 해서 결코 육지의 학생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신안 흑산중 역사동아리 아이들이 보란 듯이 증명해 준 것"이라고 기뻐했다.

흑산중 역사동아리 팀장인 정다솜 학생은 "발표 순서를 기다리는데 정말 잘하는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이 많아서 긴장이 되고 실수할 것만 같았다"면서 "하지만 박오성 선생님께서 '흑산도 고래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너희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다, 우리는 흑산도의 역사를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다'라고 긴장을 덜어주셨다"고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김서연 학생은 "우리가 살고 있는 흑산도의 역사로 대상을 받은 것이 정말 뿌듯하고, 대상도 대상이지만 이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더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기정 학생은 "저는 흑산도에서 쭉 살면서 고래공원이 왜 생겼는지 이유를 모르고 있다가 이번 대회 참가하게 되면서 계속 조사를 하다 보니 우리 흑산도의 고래가 안쓰럽기까지 했다"면서 "시상식 때 우리 학교가 대상이라는 말이 나오자 정말 깜짝 놀랐다, 역대 역사탐구대회에서 처음으로 중학생이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흑산중 역사동아리에서 유일한 1학년인 이현서 학생은 "흑산도 고래에 대해 배운 것도 좋았지만, 배우기 위해 우리가 들인 노력들이 이렇게 결실을 맺어 정말 기쁘다"면서 "대상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보는 것보다 더더욱 짜릿했다"고 좋아했다.

한편 역사탐구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흑산중 학생들은 자신들이 탐구한 보고서를 토대로 '흑산도 고래공원'의 안내표지판 내용 등을 보완해줄 것을 관계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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