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책 읽기에 참 좋은 계절입니다. 누구나 한번은 읽었을 법한 소설 <태백산맥>은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일 것입니다.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는 벌교읍으로 벌교읍 자체가 태백산맥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벌교는 태백산맥 문학기행의 성지라 불리는 곳입니다.

하지만 구례가 소설 속의 배경지라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소설의 초반부에 묘사된 화엄사 각황전을 비롯해 노고단 운해와 일출, 그리고 석양, 피아골 단풍이 소설의 후반부를 주요 내용으로 포함되었습니다.

기분 좋은 찬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을 맞이해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지를 찾아 구례로 인문학 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 추천 코스 : 화엄사 → 피아골 → 연곡사 → 노고단

▶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불심과 모정의 결정체인 화엄사 각황전

화엄사를 대표하는 국보 제67호인 각황전은 대웅전에 비해 60여 년 늦게 지어진 법당이지만 그 웅장함과 고즈넉함으로 화엄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색이 없습니다.

각황전의 상량문에 의하면 영조 임금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와 연잉군(영조)이 대시주자로 참여하여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아들인 연잉군(영조)을 지키고자 했던 숙빈 최씨는 불심에 의지해 아들인 연잉군을 지키고자 했고 그 덕분에 영조는 가장 장수한 왕이 되었습니다.
 
화엄사 각황전
▲ 국보 제67호 화엄사 각황전
ⓒ 임세웅

관련사진보기

 
국보인 각황전 이외에도 국보인 각황전 앞 석등, 보물인 대웅전, 동오층석탑, 서오층석탑 등 많은 보물이 있는 화엄사는 문학기행팀들의 단골 답사지입니다.
각황전을 이루어낸 그 어느 이름 모를 목수의 금강석같이 견고한 신심과 원력 앞에 삭발 숭의 부끄러움이 새롭게 도지는 탓일 것이었다. 열아홉 나이에 불사에 참여한 그 목수가 각황전을 다 짓고 났을 때는 일흔아홉이 되어 있었다 한다. 
·····
그가 눈을 감자 어둠에 묻혀 있던 경내가 갑자기 휘황한 빛으로 밝혀졌다. 놀란 대중들이 밖으로 나와 보니 한 마리의 백학이 현란한 빛을 뿜으며 각황전 위를 너훌너훌 날고 있었다. 그 백학은 각황전 위를 세 번 돌고는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
각황전만 한 불전을 찾지 못했음이 결코 우연한 일만은 아니었음은 백학으로 환생한 그 목수의 넋이 깨우치고 있었다.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이 독특한 문 창살 하나, 기와지붕, 그 목수의 넋은 각황전 부분부분에 역력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소설 <태백산맥> 2권 중에서

화엄사를 방문한 이들에게 꼭 추천하는 곳은 대웅전 뒤편 구층암으로 모과나무 기둥이 아름다운 암자입니다. 산 모과나무와 죽은 모과나무가 공존하는 구층암은 화엄사 일대에서 수확한 찻잎으로 만든 죽로야생차를 맛볼 수 있습니다.
 
모과나무기둥
▲ 구층암 모과나무기둥
ⓒ 임세웅

관련사진보기


▶ 피아골! 참말로 단풍이 오지고 오지요이

"지리산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고 단풍을 보았다 말하지 말라"라고 남명 조식은 말했습니다. 특히 피아골 삼홍소는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조차 붉어라.'라는 시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단풍
▲ 피아골 삼홍소  단풍
ⓒ 임세웅

관련사진보기

 
피아골 삼홍소에 가기 전에 꼭 둘러봐야 할 곳은 연곡사입니다.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연곡사는 국보인 동승탑을 비롯해 국보인 북승탑, 보물인 소요대사탑 등 많은 보물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승탑의 꽃, 동승탑은 남도 문학기행팀이라면 꼭 봐야 할 보물 중의 보물입니다.
 
국보 제53호
▲ 연곡사 동승탑 국보 제53호
ⓒ 임세웅

관련사진보기

 
골짜기마다 단풍이 흐드러지고 자지러지지 않은 데가 없었지만 피아골은 특히나 유별났다. 피아골에는 금방 뿌려놓은 핏빛 같은 선홍의 단풍들이 다른 골짜기에 비해 유독 많았다. 그 새빨간 단풍들은 계곡의 물까지 붉게 물들였다. 주황빛이나 주홍빛의 단풍들 사이에서 핏빛 선연한 그 단풍 들은 수탉의 붉은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 보였다.
·····
그러나 피아골 단풍이 그리도 핏빛으로 고운 것은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고 했다. 먼 옛날로부터 그 골짜기에서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그렇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떠도는 말은, 연곡사 아래서부터 섬진강 어름까지 물줄기를 따라가며 양쪽 비탈에 일구어낸 다랑이논마저 바깥세상 지주들에게 빼앗기고 굶어 죽은 원혼들이 그렇게 환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설 <태백산맥> 9권 중에서

안개 자욱하게 낀 섬 많은 남해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노고단 운해

노고단 운해나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가까이 사는 구례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보기 힘든 노고단 운해와 일출을 마치 눈앞에서 보는듯한 표현이 소설 속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운해
▲ 지리산 노고단 운해
ⓒ 임세웅

관련사진보기

  
몸을 돌려세운 손승호는 다시 감탄을 입에 물었다. 눈앞에는 구름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새하얀 구름이 끝없이 넓은 바다를 이루고 있었고, 구름바다 위로 산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솟아 크고 작은 섬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안개 자욱하게 낀 섬 많은 남해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았다. 질펀한 구름 위로 솟은 산봉우리들은 안개 가득 찬 들녘의 초가지붕 같기도 했다. 
·····
바다를 이루고 있는 흰 구름은 어찌나 농밀한지 그 위를 걸어 붕긋붕긋 솟은 산봉우리들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구름바다 위로 솟은 산봉우리들은 그래도 높은 축에 드는 것이었다. 낮은 봉우리들은 모두 구름 밑에 잠겨 흔적이 없었다.
어느 산봉우리로는 구름 파도가 밀려 올라가기도 했고, 어느 산봉우리에서는 밀려올라 간 구름 파도가 갈기를 나부끼며 밀려내려오기도 했다. 바다가 그러하듯 구름 파도도 살아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소설 <태백산맥> 9권 중에서

노고단 운해나 일출이 아니더라도 노고단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섬진강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례의 전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입니다.
 
섬진강 전망대
▲ 지리산 노고단 섬진강 전망대
ⓒ 임세웅

관련사진보기


길었던 폭염과 짧지만 강력했던 폭우로 지쳤다면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문학 기행을 떠나보세요. 구례가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태그:#소설태백산맥, #각황전, #피아골, #노고단, #연곡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