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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 20조 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안에는 어떤 의미들이 담겨져 있을까? 이 뜻 안에는 대한민국에서 어떤 종교를 믿어도 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꼭 그 뜻만 내포하고 있는 말일까? 이 헌법 조항은 종교를 믿지 않아도 되며, 그 누구도 자신의 종교를 믿을 것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이 '자유'라는 말이 뜻 하는 바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이 조항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속해 있는 '학교'이다.

중고등학교는 대부분은 사립학교이며, 이 사립학교들은 종교기관이 만든 경우가 많다. 종교기관이 만든 학교는 설립정신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학생들에게 종교의식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 학교에 속해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나처럼 학교의 종교재단과 다른 종교를 믿고 있거나 아무런 종교를 믿지 않으나, 현실적인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해당학교에 다니고 있다. 결국 자신이 믿지 않는 종교의 의식을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 학교를 예로 들자면 월요일 아침 1교시 예배시간이다. 달마다 돌아가면서 한 학년이 모두 강당에 나가 종교 의식을 겪고 직접 목사의 설교를 들어야 하고, 나머지 반은 방송을 통해 설교를 듣는다. 종교의식에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많은 친구들은 그에 따른 불편함과 고통을 호소한다. 자신이 믿지 않는 종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힘든 일이 어디 있을까?

그나마 교실에서 예배시간을 보낼 때에는 잠이라도 자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지만, 돌고 돌아 우리 학년이 강당에서 예배를 들을 때는 힘이 든다. 강당 사이사이에서 선생님들이 우리가 자거나 떠드는 것을 감시하고 우리는 정말 강제로 그 설교를 들어야 한다. 설교 듣는 날만 있으면 다행이지만 우리 반이 주관예배인 날에는 대략 2주에서 3주 정도를 틈틈 반 친구들끼리 찬송가에 맞추어서 춤을 추거나 찬송가를 합창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는 죄인이라는 것에도 동의 못하고, 그런 나를 누군가가 구해주었다는 내용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지만, 어찌되었든 찬양하는 가사를 나는 불러야했다. 또한 일 년에 한 번씩 신앙부흥회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모셔와 모두에게 간증한다. 종교수업에서는 말이 종교 수업이지만 기독교 수업으로 전도사 선생님이 들어와 하나님의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기독교가 아닌 절반 이상의 친구들은 이런 학교의 운영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재단이 종교재단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학생들을 존중하지 못한 학교에서 당연히 일어날 참사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단순히 이런 학교운영에 대해 불만을 품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종교재단에, 더 넓어져 그 종교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 그리고 그 불만은 1년 이상이 지나면 혐오로 바뀐다. 혐오로 바뀐 증오는 무섭다.

"기독교인들은 죄다 죽여야 해", "어제 식당에서 기독교 커플 봤는데 진짜 기도하고 먹더라. 존나 꼴 보기 싫어" 모두 내가 들은 말이다. 그 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처음 들어오면 "선생님도 기독교에요?" 라고 물어보고 기독교라고 답하면 "그럼 선생님도 십일조 하세요?" 다시 물어보고 십일조도 한다고 그러면 선생님도 호구라면서 누군가 그 와중에 "교회 원래 십일조로 삥 뜯잖아, 양아치야 양아치 지들이 무슨 나라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누구는 "저는 제우스 믿는데, 선생님도 제우스 안 믿으면 우리 제우스신이 번개로 혼내 줄 걸요?"라며 농담인 듯 농담이 아닌 듯 하며 특정 종교로 사람을 조롱한다.

여기서 난 '교권의 추락' 같은 허튼 소리 할 생각 없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현상이다. 이 친구들이 처음부터 학교 선생님의 종교를 가지고 조롱했을까?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종교재단이라 난 무척 놀랐다. 수업 시작 전에 갑자기 기도를 하고 시작하는 광경도 보았고, 비문학 시간에 우주에 대한 지문이 있었는데 거기에 대고 "역시 하나님이 대단하시지 않냐?"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선생님, 매주 한번씩 '하나님의 나라'를 외치는 목사를 보았다.

수업시간에 종교 관련 의식을 하거나 발언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 모두 내가 이 학교에 왔을 때 보고 느낀 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의 개선의지이지만, 학교는 그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종교 시간에 전도사 선생님이 말한 것에 따르면 우리 학교는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 운영하는 사람들을 뽑을 때도 세례증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 사실을 비밀을 알려주듯이 말한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마치 원칙을 말하듯이 말하였다.

그렇게 교무실에는 기독교 사람들만 채워지니, 반이 훌쩍 넘는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들을 이해하는 선생님이 없어지고 그럴수록 선생님과 학생간의 거리가 종교로 인해서도 벌어지는 것이다. 학생들이 기독교냐고 묻는 거는 '당신도 세례증 내고 들어왔지?' 라고 묻는 거고 제우스니 뮈니 놀리는 건, '당신이 하는 소리가 우리한테 이렇게 들려, 앞으로 이런 소리 하지 마' 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강하게 처음부터 메시지를 전해야만 선생님들은 다음부터 종교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학교가, 선생님들이, 애초에 다른 종교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아 벌어진 스스로 자처한 일, 그뿐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우리학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어찌되었든, 1학년의 종교적인 의식이나 발언을 당연시 할 수 있는 분위기, 졸업을 앞둔 3학년의 이런 종교 혐오적인 분위기 모두 건강하지 않다. 우리는 어떠한 종교적인 강요도 교실에 들어와서 아니 되고, 반대로 종교 혐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서도 아니 된다. 우리교실에는 선생님들의 종교발언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넘쳐나지만, 그 속에는 쓴 웃음을 띠고 있는 기독교 친구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교는 자신들의 정체성이라는 명목으로 종교의식을 강요하는 행위를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종교재단이 세운 학교라고 할지라고, 학생들이 자신들의 학교를 찾아오는 이유는 대부분 그저 교육청의 질서를 따르는 인가학교 중에서 합리적 선택 (집에서의 거리, 수용인원, 예상 성적)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 십년된 낡은 설립정신을 이제는 현대인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의식에 따라 다시 해석 할 필요가 있다. 성경도 그러고 있지 않은가? 그 방법이 자신들이 종교를 믿지 않는 학생, 그렇지 않은 학생 모두 상처받지 않게 지켜주고, 종교로부터 건강한 교실을 만드는 방법이다.

교실이 종교로부터 벗어날 때, 학생들은 특정 종교를 혐오하지 않게 되며 오히려 그 재단의 종교의 이미지가 더 좋아질 것이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종교재단 학교들의 반발을 겁내지 말고 여러 가지 수단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관행적인 학교의 종교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의 '종교의 자유'를 지킬 수 있고. 미래에 우리세대가 특정 종교 혐오를 줄이고, 여러 종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꾸리는 것에 도움이 된다. 현 상태를 두면 계속하여 종교혐오를 만들어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더 이상 학교를 교회처럼 운영하는 행동을 내버려두면 안 된다.


태그:#미션스쿨, #종교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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