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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고 도도하다가도 순간적으로 애교를 부리는 '밀당' 기술로 사람을 휘어잡는 고양이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소중한 능력을 환기시켜주는 동물이기도 하다. 일상이나 여행 중 길에서 만난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방해받지 않고 느긋이 쉬는 능력, 지루해하고 조용히 사색을 즐기는 능력, 게으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스마트폰, SNS가 인간들에게 깊이 스며들수록 필요하게 될 듯하다.

고양이는 외로움과 고립을 즐기는 듯 보인다. 고양이에게 외로움은 집처럼 편안해 보였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타인을 혐오하고 괴팍해지는 인간들보다 낫구나 싶다. 혹시 고양이의 영혼은 외로움이 완성시켜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던 길고양이가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야!" 그래서일까, 개보다 고양이를 선택한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즐길 확률이 더 높다.

이 책 <그 남자의 고양이 (원제 : CATS and Men)>은 고양이를 아끼는 남자들을 '캣맨'이라 칭하며, 위대한 남자들의 고양이를 향한 사랑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누구를 거쳐 어떻게 그 맥이 유지되고 발전되어 오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짚어본다.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T.S. 엘리엇, 어니스트 헤밍웨이, 앤디 워홀, 프레디 머큐리까지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독을 즐겼던 서른 명의 남자들에 대한 일화와 '캣맨(냥집사)'들의 명언, 멋진 그림이 담겨있는 아트북이다.

책 표지.
 책 표지.
ⓒ 북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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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양이에 열광하는 남자는 안 돼? 
나는 독서를 사랑했다. 음악 듣는 것을 사랑했다.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했다. (중략) 그래서 나는 외동아들이었지만,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내 집에서 기쁨을 얻기에 고양이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서서히 눈에 보이는, 내 집의 영혼이 되어 간다. - 장 콕토

고양이가 사람에게 최고의 친구일 수도 있지만, 고양이는 결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 덕 라슨

고대에 고양이들은 신으로 숭배되었다. 고양이들은 그걸 잊지 않았다. - 테리 프래쳇


예술가이자 고양이 집사인 저자 샘 칼다가 이 책을 만들게 된 건, 배우 말런 브랜도가 자신의 고양이와 함께 휴식을 취하는 사진들을 우연히 발견하고 나서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남자와 고양이. 왜 고양이에 열광하는 남자는 안 돼?'

흔히 인간 특히 남성의 동물 친구는 개라는 생각이 만연한 시대에 색다른 발상을 한 것이다. '냥이의 전성시대'를 맞아 어떻게 고양이가 지구와 인터넷을, 그리고 인간, 그 중에서도 남자의 마음을 정복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저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남자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남성들 중에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천재성과 유산에 고양이의 기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아이작 뉴턴은 최초로 고양이 문을 발명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윈스턴 처칠의 집에는 아직도 그들이 키웠던 고양이들의 후손이 있다. 윌리엄 S. 버로스와 앤디 워홀은 고양이에게 영감을 받은 책을 쓴걸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지 싶다.

인간은 에덴의 숲에 떨어진 고양이 수염을 처음 발견한 이후 고양이와 신비스러운 관계를 맺어왔다고 한다. 정말이지 고양이에 미친 문화를 가졌던 나라는 고대 이집트다. 이집트의 고양이 여신인 바스테트는 질병과 악령을 막아주는 존재였다. 고양이가 죽으면 이집트 사람들은 애도의 뜻으로 눈썹을 밀곤 했단다. 고고학자들은 19세기 말에 바스테트 신전을 출토하던 중 30만 구가 넘는 고양이 미라를 발견했다고 한다. 권력자가 죽을 때마다 함께 순장한 고양이들이다.

고양이와 사는 다양한 남자들이 나오는 책 속 그림.
 고양이와 사는 다양한 남자들이 나오는 책 속 그림.
ⓒ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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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꽤 매력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하거나 주위에 둘 수 있는 좋은 반려동물이라고 여긴다면, 저자의 기발하고도 멋진 그림들을 보면서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작가나 예술가는 보기와 달리 외로운 직업이고, 남자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고독해지는 존재다. 외로움과 고립을 즐기는 듯한, 외로움이 집처럼 편안해 보이는 고양이는 그래서 남성 작가들에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싶다. 창조적인 일을 하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 된 외로움. 이를 견디다 못한 남자들이 기꺼이 고양이 집사를 자처하나보다.

은둔 생활로 악명 높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15년 1월에 팬들의 질문을 받는 임시 홈페이지를 개설했는데, 한 독자가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는 법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한다.

"고양이는 그냥 가끔 없어집니다. 주위에 있을 때 사랑해주고 고마워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샘 칼다 (지은이), 이원열 (옮긴이) | 북폴리오 | 2017-06-08



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옮김, 북폴리오(2017)


태그:#그남자의고양이, #고양이집사, #북폴리오,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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