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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산업단지내 폐수종말처리시설 관계자가 성분 분석을 위해 오염수를 퍼올리고 있다.
 예산산업단지내 폐수종말처리시설 관계자가 성분 분석을 위해 오염수를 퍼올리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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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유출 사건의 전형적인 유형 중 하나는 비 오는 날이면 공식처럼 강물에 기름띠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최근 충남 예산군 삽교읍의 한 작은 마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삽교읍 효림리 주민 H씨는 지난 26일 오후 다급한 목소리로 "강물에 기름띠가 흐르고 있다"며 기자에게 연락해왔다.

H씨가 살고 있는 효림리는 예산산업단지 인근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예산 산업단지에는 32개의 업체가 상주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제조업종인 것으로 전해졌다. H씨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거나, 비가 올 경우 종종 마을 앞 샛강에서 기름띠가 발견되고 있었다.

실제로 유출된 기름은 제보를 받은 다음 날인 27일,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까지도 강물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비록 검고 탁한 색의 기름은 아니었지만 투명하면서도 푸른 빛깔을 띠는 기름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주무관청인 예산군청 관계자도 이미 현장을 둘러보고 간 상태였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현장에는 제보자 H씨와 마을 주민 A씨, 산업단지 관계자와 폐수종말처리시설 업체 관계자를 포함해 총 4명이 남아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예산산업단지에서 기름이 상습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산업단지 관계자는 "기름의 고의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확한 성분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주장에는 동의했다.

제보자 H씨는 "어제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강물에 어김없이 기름띠가 보였다"며 "비만 오면 누군가 고의로 기름을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단지 외에는 기름이 유출될 만한 곳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와 있던 산업단지 관계자는 "산단 내부의 바닥에 눌어붙어 있던 기름이 비가 오자 배수지를 통해 우수관로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의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보자 H씨는 "비가 오기 전부터 강물에 기름띠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비가 오고 배수지가 넘쳐서 기름이 흘러나왔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기름이 유출된 도랑은 삽교천의 지류"라며 "이 물은 근처의 논과 밭에 농수로도 이용된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농작물을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에 성분분석 의뢰해야"... "특별한 상황 아냐, 공단 내 실험분석실에 의뢰"
▲ 산업단지 샛강에 기름띠가 흐르고 있다. 빛깔이 약간 투명해서 영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기름띠가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뚜렷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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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나와 있던 예산산업단지 내 폐수종말처리시설 관계자도 고의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물은 빗물용 처리용인 우수관로와 종말 처리시설을 거치는 배수관로로 나뉘어 나온다. 폐수처리가 필요 없는 우수관로를 통해 기름이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폐수종말처리시설 관계자는 "예산산업단지 내에서 나오는 물은 폐수는 종말 처리장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종말처리장을 거친 물이 오염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빗물이 모이는 우수관로를 통해 실수로든 고의로든 기름이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도 자체적으로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와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등 오염수의 성분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환경부에 성분 조사를 의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름이 유출된 경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무 관청인 예산군청은 오염수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산군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바닥에 있던 이물질(기름)이 배수지를 통해 우수관로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 된다"며 "공단 관리 사무소에 오염물질을 분석하는 실험분석실이 있다. 그곳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태그:#기름 유출 , #예산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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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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