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승선이 최종 확정된 LG 오지환

13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승선이 최종 확정된 LG 오지환 ⓒ LG 트윈스


"한국 야구대표팀의 은메달을 기원합니다."

아마 주요 포털사이트의 야구뉴스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저 문구를 하루에도 몇 십 번은 봤을 것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과 관련한 뉴스에서 늘 추천 수 상위권을 차지하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야구종목은 한국이 기대하는 '금메달 사냥터'다. 물론 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일본대표팀과 왕첸민, 천웨인 등 꾸준하게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는 대만대표팀의 전력도 만만하게 볼 순 없지만, 아무래도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한국대표팀의 전력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야구대표팀의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이유는 단연 LG트윈스의 유격수 오지환의 대표팀 승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오지환이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승선하여 병역혜택을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오지환 승선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오지환 본인의 유격수로서의 실력, 둘째는 김하성의 '백업'으로서 승선한 오지환의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 그리고 마지막은 병역혜택을 위해 만 28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까지 군입대를 하지 않았다는 오지환의 도덕성이다.

하지만 과연 오지환이 위 세가지 기준에서 봤을 때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일까? 지금부터 그 의문을 풀어보고자 한다.

1. 오지환 본인의 유격수로서의 실력

2009년 LG트윈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오지환은 야구팬들에겐 친숙한 선수다. 특히 팬들에겐 팀의 승리와 패배에 모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의 '오지배'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별명 때문인지, 오지환은 리그에서 늘 저평가 받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오지환은 지난 몇 년 간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뛰어난 활약을 해온 유격수 중 한명이다.

2015~2018년 유격수 누적 war 출처-스탯티즈

▲ 2015~2018년 유격수 누적 war 출처-스탯티즈 ⓒ 김규환


위 자료는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의 유격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순위이다(출처-스탯티즈). 위 지표는 타격과 주루, 수비를 모두 고려하여 선수의 가치를 평가한 것이다.

보이는 대로 오지환의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누적 war는 김하성에 이은 2위이다. 그 말은 오지환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4년간 평균적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활약을 한 유격수라는 것이다. 이렇듯 오지환의 실력면에서 봤을 때, 오지환이 김하성과 함께 국가대표 유격수로 발탁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오지환이 유격수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수비능력이 부족하다며 그의 능력을 폄하하지만 이 또한 명확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데뷔 당시 수비가 미흡했던 것은 맞으나 2013년 이후로 오지환의 수비능력은 KBO 유격수 중 가장 뛰어난 수준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현 롯데자이언츠 스카우트로 활동하며 2013년 WBC땐 네덜란드 야구대표팀에게 제공한 한국대표팀 전력분석 문서인 '사도스키 리포트'로 한국의 '타이중 참사'에 기여한 라이언 사도스키는 전 넥센히어로즈의 유격수 강정호(31·피츠버그)의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뉴욕메츠의 라디오 'Mostly Mets'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KBO의 대부분의 내야수들이 풋워크에 문제가 있다. 다만 유격수 중엔 단 한명 LG트윈스 유격수(오지환)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2015~2018년 누적 수비기여도 출처: 스탯티즈

▲ 2015~2018년 누적 수비기여도 출처: 스탯티즈 ⓒ 김규환


실제로 오지환은 2015년~2018년 수비기여도에서 전 포지션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실책이 많다고 지적되기도 하지만, 같은 기간 수비율에선 김하성에는 오히려 앞서고, 김재호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즉 오지환의 실력은 한국야구대표팀의 국가대표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다.

2. 오지환의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

결론부터 말하면, 오지환은 프로에 들어선 이후 유격수 외의 다른 포지션으로 경기를 나선 적이 거의 없다. 즉 오지환의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백업 내야수가 멀티 포지션도 소화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가대표로 선발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의문은 '과연 백업 유격수에게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이 필요한가?'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는 강정호였다. 그의 백업 유격수로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는 전문 유격수인 손시헌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는 강정호였고, 그의 백업 유격수는 전문 유격수인 김상수였다. 가장 최근 국제대회인 2017 WBC 또한 대표팀엔 김하성, 김재호라는 두명의 전문 유격수가 선발되었다. 역대 국제대회에서, 유격수의 백업은 거의 항상 '전문 유격수'였다. 이번 대회 또한 그 궤를 같이했을 뿐이다.

3. 오지환의 도덕성

오지환은 2016년 시즌이 끝난 후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하였으나 탈락하였다. 그의 팔에 새겨져있는 문신 때문이었다. 그렇게 2016년 입대에 실패한 오지환은 올해에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승선을 노리며 나이로 인해 2017년까지만 지운 가능했던 상무야구단 지원을 포기했다. 만약 아시안게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올시즌이 끝난 뒤 현역으로 입대를 해야 했다.

일부 팬들은 이를 두고 '오지환은 사실상 병역기피자'라며 그를 비판한다. 물론 '모험성'이 강한 만큼 비판을 할 수는 있다. 다만, 그 자신도 선수인생을 걸고 도전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다른 병역 미필 선수와 달리 더 많이 비판 받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과거 오지환과 비슷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10년 한화이글스 소속 송광민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 승선을 노리고 군입대를 미뤄왔지만, 끝내 엔트리 승선에 실패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였다. 당시 송광민에 대한 비판 수위가 지금의 오지환 정도였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오지환은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승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자질 또한 갖춘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다. 대표팀으로 차출된 선수 모두가 마음에 들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우여곡절 속에 꾸려진 대표팀인 만큼, 잘 되는 것을 기원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오는 26일,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대만대표팀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오지환을 포함하여 여론의 비판을 받는 선수들이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다. 아시안게임은 KBO리그 발전에도 큰 영향을 주는 대회이니만큼,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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