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보자 A씨의 집에서 세면대에 물을 받아 보았다. 세면대에는 금세 초록빛이 감도는 물이 가득 찼다.
 제보자 A씨의 집에서 세면대에 물을 받아 보았다. 세면대에는 금세 초록빛이 감도는 물이 가득 찼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여름내 지속된 고온 현상으로 강과 하천, 저수지 등에서는 녹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충남 예산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초록빛의 물이 지속적으로 나와 주민들이 녹조를 의심하며 불안해 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지난 8월 초 휴가를 다녀오고 난 뒤 집 수돗물에서 갑자기 초록색 물이 나와 깜짝 놀랐다. 녹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문제가 없으니 마셔도 된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A씨는 안전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초록색 물이 나온 지 20일 정도 지나고 있다. 군청에 민원을 냈더니 먹거나 사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며 "고온 현상으로 인한 녹조가 분명해 보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니 그대로 믿을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기자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김미선 활동가와 A씨의 아파트를 방문했다. 욕실에서 수돗물을 틀어봤다. 초록빛의 물이 세면대에 한가득 담겼다. A씨는 최근 페트병에 날짜별로 수돗물을 모아 놓고 있었다. 물론 A씨가 받아 놓은 수돗물은 모두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세면대뿐만 아니라 싱크대에서 나오는 물도 상태는 마찬가지였다.

김미선 활동가는 "녹조는 '지오즈민'과 '2-mib'라는 성분 때문에 흙냄새가 난다"며 "샤워기로 물을 받을 때 약간 흙 냄새가 나서, 초록색 물질이 녹조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군청에서는 수돗물에 망간이 많아서 소독제와 섞이면서 초록색이 나온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수장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수돗물 검사에서 망간은 기준치보다 0.01ppm밖에 안 높았다"며 "또 망간과 염소가 만났을때는 흙갈색이 나온다, 망간은 원인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예산읍의 경우 대부분 광역상수도가 아닌 지역상수도를 이용하고 있다. 예산군은 예산정수장에 자체 정수시설을 갖추고 예당저수지 물을 자연정화와 인공정화 방식을 모두 사용해 정수하고 있다.

기자가 확인해보니 A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500세대) 곳곳에서 '초록색 수돗물'이 나오고 있었고, 예산군청 역시 지역상수도를 이용하는 지역에서 수돗물에 관한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고 밝혔다.

왼쪽 페트병이 내포신도시에서 받은 일반 수돗물이고, 오른쪽에 제보자 A씨의 집에서 받은 물이다. 일단 투명도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
 왼쪽 페트병이 내포신도시에서 받은 일반 수돗물이고, 오른쪽에 제보자 A씨의 집에서 받은 물이다. 일단 투명도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예산군청 "수질 검사 의뢰한 상태"

예산군청 수도과 상수도운영팀 관계자는 "식수원인 예당저수지와 무한천에 녹조가 많이 끼어 있는 상태이다. 현재 녹조 발생의 원인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오래된 상수도 관로에 낀 녹이 섞여서 수돗물이 탁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군청 관계자는 "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검사를 의뢰한 상태"라며 "녹조일 경우를 대비해 활성탄 투입을 준비 중"이라며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무조건 수돗물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부분적으로 보수는 했지만 1960년대에 지어진 정수시설이라 노후화되어 있다"며 "요즘처럼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물 사용량이 많아질 경우 감당이 어려운 상태"라고 호소했다.

20일 찾아간 무한천 취수장 인근에는 녹조가 가득끼어 있다. 올여름 고온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일 찾아간 무한천 취수장 인근에는 녹조가 가득끼어 있다. 올여름 고온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김미선 활동가는 "현재 무한천과 예당저수지에 조류(녹조류 포함)가 창궐하고 있어 원수의 품질을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예당저수지 수위가 낮아져 도수로를 통해 공주보의 물을 받고 있다. 공주보의 경우 하천 부영양화로 문제가 되고 있다. 때문에 예당저수지의 조류 발생을 더욱 악화시키지는 않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에게 지금처럼 불안한 생태로 수돗물을 이용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예산군은 보건환경연구원이나 수자원 공사에 의뢰해 수돗물의 성분을 명확하게 알아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무한천 , #녹조물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