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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3일 안양 연현마을을 방문해 주민간담회를 하는 모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3일 안양 연현마을을 방문해 주민간담회를 하는 모습.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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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안양 연현마을로 제일 먼저 현장행정을 나가 10년 묵은 난제의 해결책으로 공영개발을 제시한 것도 원정 시위 때문이 아니라 제안해 주신 대안의 합리성 때문이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도민 여러분, 말로 할 수 있는 건 말로 하시자고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경기도지사 취임 후 첫 민생현장 방문지로, 수년간 아스콘 공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안양시 연현마을을 다녀와서 올린 글이다.

이재명 지사는 "100명이 꽹과리 치면서 하는 주장이나, 단 1명의 편지나,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며 "모든 민원을 주체나 규모, 행태가 아니라 내용과 합리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민원해결 원칙을 밝혔다. 실제 경기도는 1500억 원을 들여 아스콘 공장부지 등 안양 연현마을 주변 지역을 공영개발해 아파트 904가구를 짓기로 했다. '이재명식 민원해결 제1호 사업'이 된 것이다.

주민-업체 갈등해소 위해 4자 협의체 운영... "합리적 해결 가능"

아스콘 공장을 운영하는 제일산업개발(주)과 연현마을의 갈등은 아스콘 공장에서 80∼150m 떨어진 지역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난 2002년부터 16년간 계속됐다. 아스콘 공장 주변의 악취 문제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아스콘 생산 과정에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갈등이 커졌다.

주민들은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각종 유해물질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공장 이전을 요구는 시위를 매주 벌였고, 도는 지난해 11월 공장 가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아스콘공장이 재가동 절차에 나서자, 지역주민들이 초등학교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재명 지사가 도지사 취임 사흘 만에 연현마을로 달려간 이유다. 당시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와 안양시, 입주민, 사업자가 함께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해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 지사는 "사업자도 이익을 나눌 수 있어야 합리적 해결이 가능하다. 일종의 팀을 만들어서 사업자들도 흔쾌히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경기도와 안양시, 주민, 관련 사업자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협의체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큰 불만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안을 만들면 법률상 도지사가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명 지사는 "제가 공직을 하면서 갖고 있는 원칙은 100명이 말하는 거나 1명이 말하는 거나 똑같이 대하자는 것"이라며 "목소리 크다고 이기고 작다고 지면 안 된다. 내용이 합리적이면 받아들이고 불합리하면 안 받는 것이 새로운 경기도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최대호 안양시장도 "그린벨트를 신속하게 해제해서 공영개발이 가능하게 해주면 시에서도 적극 나서서 업체와 협상을 하거나 수용절차를 밟도록 하겠다"면서 도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5일 경기도ㆍ안양시ㆍ경기도시공사 간 1차 실무회의를 통해 공영개발사업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됐다. 안양시는 지역주민 등과 수차례 논의를 거쳐 지난 7일 공영개발사업을 공식 건의했고, 이재명 지사가 13일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16년 묵은 갈등의 실마리가 풀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3일 안양 연현마을을 방문해 주민간담회를 하는 모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 3일 안양 연현마을을 방문해 주민간담회를 하는 모습.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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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원정 시위 준비하는 분들.... 도시사실로 편지 보내 주세요"

앞서 이재명 지사는 민원해결 원칙을 밝힌 페이스북 글에서 "힘센 사람과 큰 집단이 우대받는 사회다 보니, 누구나 힘을 키우려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진한다"며 "힘이 약해도 숫자가 적어도 목소리가 낮아도 정당한 대우와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겠다. 합리적 주장이 관철되는 예측 가능한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혹시 지금 경기도청으로 집단 원정 시위 준비하고 계시는 도민 여러분께서는, 힘들게 그러지 마시고 합리적인 이유를 붙여서 도지사실로 편지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지사는 공무원들에게 민원을 대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취임 후 가진 첫 실‧국장회의에서 "우리의 주권자인 도민, 시민의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바로 행정"이라며 "민원을 귀찮아하지 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시각을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안양 아스콘 공장부지 공영개발사업은 오는 9월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관련 절차에 착수,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한다. 경기도시공사가 사업을 시행하며 공장부지 등 주변 지역 12만1,150㎡(약 37000평)가 대상이다.

경기도는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공공주택특별법 특례 규정에 따라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사업이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수년간 갈등으로 고통을 받아온 주민들과 관련 업체가 서로 win-win(윈-윈) 할 수 있도록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그:#이재명, #안양아스콘공장, #안영연현마을, #이재명민원해결,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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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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