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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과 일출 속에서 느끼는 신비한 기운
바이칼호수 일몰과 신목
 바이칼호수 일몰과 신목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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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바이칼의 일몰을 보러 또 다시 부르한곶으로 간다. 해가 지는 시간이 오후 8시 40분쯤 된다. 우리는 니키타하우스와 아트갤러리를 지나 모래해변 서쪽 끝 당목(堂木)쪽으로 간다.

그곳에도 신성한 대상에 두르는 오색천이 걸려 있다. 해가 바이칼 건너 해발 1,400m 산자락 위에 걸려 있다. 해가 넘어가며 붉은 빛을 바이칼 호수에 비춘다. 소나무 당목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우리는 천천히 모래사장으로 내려간다. 더 좋은 반영이 잡힌다. 바이칼 호수에 떠 있는 유람선과 샤먼바위 사이로 해가 넘어간다. 저 멀리서 파도가 밀려와 잔잔한 호수를 흔들어놓는다. 그 때문에 석양의 붉은빛이 흔들린다.

샤먼바위 쪽으로 옮겨가며 바이칼의 또 다른 모습을 잡고 싶으나 해가 점점 모습을 감춘다. 땅거미가 지면서 샤먼바위도 점점 회색으로 변한다. 우주의 기운을 받아선지 바위가 점점 더 신비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바이칼호수 일몰과 샤먼바위
 바이칼호수 일몰과 샤먼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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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운은 아침과 저녁에 가장 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모든 사물이 시작과 끝에 힘을 더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스러져가는 석양의 기운을 받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나는 올혼섬에서 2박3일을 머무는 동안 부르한곶과 샤먼바위를 4번이나 방문했다. 그것은 이들이 때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를 내뿜기 때문이다.
샤먼바위와 자갈해변
 샤먼바위와 자갈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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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부르한곶을 방문했을 때 샤먼바위는 정말 대단한 기운과 멋진 반영을 내게 선사했다. 물결이 잔잔하고 순광이어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또 사람이 별로 없어 차분하게 샤먼바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샤먼바위에 햇살이 낮게 비치니 돌의 색깔이 더 희게 보였다. 그리고 샤먼바위의 반영이 마치 가리비 두 개를 나란히 펼쳐놓은 것처럼 보였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유람선의 반영도 기가 막히다. 최고의 상태일 때 바이칼 호수의 투명도는 40m에 이른다고 한다.
신목 사이로 보이는 샤먼바위
 신목 사이로 보이는 샤먼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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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13개의 신목도 신비하다. 3년 전쯤 바이칼 호수를 거쳐 네팔로 들어간 한국티베트문화연구소 김규현 소장이 <실크로드 총서> 발간기념 스카프를 이곳에 걸었다는데 그것을 확인하지 못한 게 유감이다. 그는 2015년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네팔로 가 비레탄티(Birethanti) 세컨더리 스쿨 미술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바이칼 호수의 물에 관한 이야기
맑고 푸른 바이칼호수
 맑고 푸른 바이칼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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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의 특징은 무엇일까? 수량, 색깔, 투명도, 수온, 깊이, 수질오염 등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바이칼호로 흘러들어오는 하천은 많은데, 흘러나가는 하천은 단 하나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칼 호수로 흘려들어오는 강과 하천이 무려 544개나 된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울란우데(Ulan-Ude) 쪽에서 들어오는 셀렝가(Selenga)강이다. 그에 비해 호수에서 빠져나가는 강은 이르쿠츠크쪽으로 흐르는 앙가라강이다. 그러므로 앙가라강의 수압은 굉장히 세고 유속도 대단히 빠르다.

바이칼 호수로 유입되는 물의 양은 68.86㎦고, 유출되는 물의 양은 71.16㎦다. 그러므로 2.3㎦의 차이가 난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하천을 통한 유입 외에 지하수 유입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호수의 수위는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4월에 가장 낮다. 얼음이 녹으며 수위가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9월말 10월초에 절정에 이른다. 수위의 차이는 최고 2m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수량에 따라 수위가 달라질 수도 있는데, 최고 수위를 기록한 것은 1869년이라고 한다.
수심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바이칼호수
 수심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바이칼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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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의 색깔은 짙은 푸른색이다. 수심에 따라 가장자리는 녹색이 감도는 푸른색이고, 깊은 곳으로 갈수록 검푸른 색이다. 또 계절에 따라 다른 색을 띠기도 한다. 초봄에 청록색을 띠는 경우가 많고, 여름에 연초록빛을 띠기도 하며, 가을에는 진한 회색을 띠기도 한다. 이르쿠츠크의 시인 몰차노프 시비르스키(Ivan Molchanov-Sibirsky)는 호수의 물빛이 은색, 주황색, 자주색으로 변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바이칼 호수의 투명도 역시 세계 최고수준이다. 투명도가 가장 높은 때는 얼음이 녹은 직후인 5월 봄철이다. 늦가을에도 투명도가 높은 편이다. 바이칼 호수의 투명도가 이처럼 높은 것은 하상이 암반으로 이루어졌고, 호수가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또 주변에 큰 도시가 없어 수질 오염원이 적기 때문이다.
바이칼의 여름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
 바이칼의 여름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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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호의 수온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5월 얼음이 녹은 때 수온은 3-4℃다. 7월부터 수온이 올라가기 시작해 8월에 최고 14-16℃까지 올라간다. 그러므로 보통사람들은 8월에도 수영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7월말에도 이곳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수온은 깊이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 여름에는 낮은 곳, 겨울에는 깊은 곳의 온도가 더 높다고 한다.

호수의 깊이는 길이와 폭만큼이나 중요하다. 바이칼 호수의 길이는 636㎞ 폭은 79㎞다. 그리고 호수에서 가장 큰 알혼섬은 길이가 71.7㎞ 폭이 15㎞이다. 호수의 깊이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가장 깊은 곳은 알혼섬 남쪽으로 1,098m에서 1,637m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가장 깊은 곳이 1,642m에 이른다. 바이칼은 전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호수로, 2위인 탕가니카호(1,470m), 3위인 카스피해(945m)보다 훨씬 더 깊다.
일부 오염이 진행된 바이칼호수
 일부 오염이 진행된 바이칼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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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오염은 20세기 들어와 직면한 심각한 문제다. 시베리아에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된 1950년대부터 진행되어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바이칼 최대 오염원은 1966년 호수 서남쪽 끝 슬류디앙카(Slyudyanka)에 생긴 펄프제지공장이었다.

종이를 만들 때 염소(chlorine)를 표백제로 사용하는데 이것의 독성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펄프와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가 수질을 오염시켜 왔다. 다행인지 이 회사가 2013년 9월 파산해 최대 수질오염원은 없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로 큰 오염원은 바이칼로 유입되는 셀렝가 강변 도시들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다. 그 중 울란우데가 가장 큰 도시다. 인구 43만으로 산업도시는 아니어서 더 이상 오염이 심해질 가능성은 없다. 울란바토르를 거쳐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몽골 종단철도가 이곳 울란우데에서 갈라진다.
바이칼을 건너는 관광객
 바이칼을 건너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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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바이칼 호수를 찾는 관광객의 증가다. 대표적인 관광지는 알혼섬, 앙가라강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포르트 바이칼(Port Baikal)과 리스트비앙카(Listvyanka)다. 이들 관광지에 호텔과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면서 생활하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이들 시설이 빈약하게 느껴진다. 알혼섬에서도 물을 풍족하게 쓸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네 번째는 1991년 개통된 바이칼-아무르 간설철도다. 타이셰트(Tayshet)에서 바니노(Vanino)까지 동서로 이어지는 이 철도는, 바이칼 호수 북쪽 세베로바이칼스크(Severobaikalsk)에서 바이칼 호수와 만난다. 인구 2만5000의 작은 도시지만 바이칼 아무르 철도 주변 최고의 관광지다. 호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 순록과 곰 등을 만나는 생태관광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웃하고 있는 니즈네앙가르스크(Nizhneangarsk)도 중요 관광거점이다.

바이칼 호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바이칼 물개
 바이칼 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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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는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그것은 이 호수가 이 세상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수심이 가장 깊기 때문이다. 동식물 종의 다양성으로 인해 진화론적 관점에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과학적인 측면에서 보존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유네스크 자연유산 설정기준에 따라 분류하면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첫째 토양의 형성과정에서 의미 있는 지질의 변화를 보여준다. 지리적으로 특이한 형태나 양상을 보여준다. 지구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시점과 연결된 생물의 진화를 보여준다. 둘째 진화과정에 나타나는 생태적 생물적 변화 발전들이 특이하다.

바이칼에는 350종 이상의 생물이 살고 있으며, 특별한 것으로 바이칼 물개(Baikal seal), 흰색 오물(Omul), 회색 송어((Thymallus baikalensis), 옆새우(Acanthogammaridae)가 있다. 바이칼에 사는 갈매기도 여러 종 있다.
바이칼 갈매기
 바이칼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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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바이칼은 두드러진 자연현상을 보여준다. 높은 산과 스텝지대로 이루어진 특별한 자연을 가지고 있어,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미학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넷째 생물다양성을 유지보존하기 위해 의미 있는 장소다. 자연과 생태가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호측면에서도 보존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유네스코 세계유산 바이칼호수를 소개한 비디오로 http://whc.unesco.org/en/list/754/video가 있다.



태그:#바이칼호수, #부르한곶, #수질오염, #유네스코 자연유산, #생물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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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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