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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패널들과 참가자들이 1만원을 상징하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다.
 토론회 패널들과 참가자들이 1만원을 상징하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최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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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월)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논란의 최저임금1만원, 길을 묻다' 토론회가 열려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3일 2019년 최저임금 고시를 계기로 5년 전 최저임금 1만 원을 처음으로 주창한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알바연대 대변인이었던 고 권문석씨의 뜻을 기리는 '권문석추모사업회'가 토론회를 주최했다.

구교현(알바노조 1기 위원장),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박정훈(맥도날드 라이더), 장흥배(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 허영구(평등노동자회 대표)씨가 토론에 나섰다. 진행은 이혜정(알바노조 1기 사무국장)씨가 맡았다. 토론회는 크게 네 가지 질문에 대해 패널들이 답변을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①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 (노동계의 대응포함), 한마디로 평한다면?
② 최저임금제도, 뭐가 바뀌어야 하나?
③ 문재인식 소득주도성장 (최임 후속대책 포함), 점수로 평한다면?
④ 내년 최저임금 운동, 어떤 슬로건이 필요할까?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대해 패널들은 입장을 바꾼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대응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교현 알바노조 1기 위원장은 이를 '부당거래'라는 키워드로 평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관련 최악의 최저임금 개악이 있었고 이에 대응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자리 수로 맞춘 것"으로 "사용자들이 칼을 갈았고 대대적 저항을 시작했다"며 아쉬워했다.

"부당거래", "이게 뭐하는 거지?" '문재인식 최저임금'에 잇딴 아쉬움

"WHAT?"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대한 김종진 부소장의 한마디
 "WHAT?"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대한 김종진 부소장의 한마디
ⓒ 최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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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What?'이라는 단어로 심정을 드러냈다. "일정 금액이 올라야 한다는 것을 지표로 목표를 삼았는데 그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시간이 있었는데도 "중기벤처부 등 정부가 소상공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동계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나 노동정책의 후퇴에 대해 지적하면서 "전술적으로 실패했다. 경영계가 치고들어오는 것에 대해 노동계 스스로 제대로 이야기를 못 했다"고 평했다.

허영구 평등노동자회 대표는 '계급적 분배투쟁'이라는 차원에서 설명했다. 이번 정부의 후퇴 기조를 "전체 노동자들의 분배투쟁으로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고 전면적인 공세로 바뀐 것은 아닌가?"는 의문으로 정리했다.

맥도날드 라이더 박정훈씨는 '문재인식 최저임금'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최저임금 삭감법(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지칭)으로 중소기업 노동자가 최대 피해를 보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업자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 서로 부딪히지 않는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따로 외치고 있는 상황"임을 지적하면서 공동전선이 흐트러지는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민주노총이 알바들에게 중요한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때 정기상여금 대신 포기한 것에 대한 유감도 전했다.

현 정부 소득주도 성장, 0점-30점-25점 혹평

라이더 박정훈 씨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25점을 줬다
 라이더 박정훈 씨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25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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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100점 만점에 0점, 25점, 30점 등 매우 낮은 점수를 주었다. 허영구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선성장 후분배론의 변형"이라고 비판했다. 삼성 이재용과 경제부총리 김동연이 만난 것을 지적하며 "규제혁신론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고 평했다.

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상임연구원은 "수출만이 살 길이었던 사회에서 우리가 잘 사는게 임금이 올라가는게 경제에도 좋더라. 보통 사람들도 이런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인정했지만 "유례없이 실업도 많고 조세부담률이 너무 낮다. 정책 수단의 한계가 있다. 세금은 미세 조정 중이다. 연평균 12조원 정도 증세한다고 공약에서 말했는데 5.5조원 정도로 감소했고 현재는 감세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정책기조 변화를 지적했다. "박근혜도 사실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고 말 안했다. 그거하고 똑같다"고 정리했다.

이어 최근에 확대시행계획이 발표된 근로장려세제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장흥배씨는 "최임 좀 낮아져도 근로장려세제 확대하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최저임금 전일제 근로자는 근로장려금 해당이 안 되고 파트타임으로 조금만 일하는 사람들만 근로장려세제에 해당된다"며 수혜 계층의 폭이 좁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빈곤 저임금 관리하는 사다리에 불과"하다며 "설계구조 때문에 노동시장 진입은 늘리나 시간으로 측정하면 변화가 없거나 마이너스 효과가 나온다"는 부작용도 언급하며 부적절한 방향임을 역설했다.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은 최고의 전선을 만들어낸 것"

토론회 전경
 토론회 전경
ⓒ 최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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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슬로건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김종진씨는 "41+1"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는 "법정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이 41가지. 최근에 한가지 더 추가되었다. 국가가 사회보장을 할 때 필요한 지표로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우리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임금과 관련이 있다"며 최저임금이 "모두의 임금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국가 유공자의 지급액도 결정하고 있다. 초중고 때 알려주면 동의수준이 달라질 것"임을 주장했다. 또한 내년에는 "9200원 수준에서 진검승부가 들어간다. 논쟁이 있을 것. 자본과 기업 경총에게 밀리면 시간이 걸리니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며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구교현씨는 특수고용직의 최저임금 적용, 동일임금동일노동 원칙의 강력한 적용, 비정규직에게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구씨는 "호주 덴마크 임시직이 상용직보다 임금이 높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되는 게 있다. 기업은 더 싸게 고용한다. 해고도 쉽다. 효율적 경영. 수익이 높아진다. 반면 비정규직은 생활의 불안함을 감당하기 때문에 생활안정을 위한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용자 일각에서는 차등적용 논리가 나오는데 사실은 이들이 임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박정훈씨는 노조 결성 의무화, 자영업자노조, 주휴수당의 시급통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흥배씨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구호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4대보험을 고용에 연계했지만 앞으로는 매출과 이익에 연계하여 4차 산업혁명으로 피해를 입거나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전면적으로 보호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허영구씨는 "3-3-3-7"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정책패키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본소득-노동시간단축-노동소득분배율 운동의 패키지가 목표가 되어야 하며,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투쟁은 한계가 있고 알바노동자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후 플로어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토론을 정리했다. 토론자들의 상이한 입장도 눈에 띄었다. 김종진씨는 기본소득보다는 복지국가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밝혔으나 허영구, 장흥배씨는 기본소득을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1만원 운동에 대한 의미있는 평가도 있었다. 박정훈씨는 민주노총 등에 당부하는 이야기도 했다. "유능한 청년들이 노동운동에 올 수 있도록 충분한 연봉을 보장할 수 있도록 활동비에 투자해달라"며 새로운 노동운동의 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허영구씨는 최저임금1만원 운동을 "승리하고 쟁취한건 없지만 최임1만원 투쟁은 총자본과 총노동의 최고의 전선을 만들어낸 것, 판을 만든 것"이라며 중요한 전진이 있었다고 평했다.

해당 토론회는 페이스북 페이지 '최저임금 망했어요'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첫 번째
https://www.facebook.com/1527351284042315/videos/1612844732159636/
두 번째
https://www.facebook.com/1527351284042315/videos/1612979248812851/

덧붙이는 글 | 고 권문석은 최저임금 1만원을 처음 요구했던 알바연대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2013년 3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사회운동가입니다. 권문석 추모사업회는 최저임금 1만원과 기본소득 운동, 그리고 모든 사회운동 영역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했던 그의 삶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추모사업회입니다. 매년 추모제와 기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최저임금1만원, #최저임금,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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