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한 장면.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한 장면. ⓒ tvN


지난 3일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는 오스트리아 찰즈캄머구트에 도착한 5명의 할배들이 볼프강가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는 장면들이 그려졌다. 고요하고 자연친화적인 풍광 속 할배들의 입담은 정겨웠고 이들의 자연스런 여행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여유를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날 방송분에서 무척이나 유감스런 장면을 만나고야 말았다.

동물을 사랑하는 모습이 자주 묘사돼 '동물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은 이순재가 호수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인 백조 가족에게 사과와 빵을 친절히 나눠주는 장면이 방송된 것이다. 호수마을의 작은 호텔 방에서 쉬고 있던 이순재는 개 짖는 소리에 이끌려 베란다로 나와 개를 찾는다. 그리고 베란다 바로 앞호수에서 백조 한 마리를 발견한다. 동물을 매우 사랑하는 이순재는 백조에게 사과조각을 던져주고, 백조는 맛있게 받아먹는다.

이어서 이 백조와 한 가족일 것으로 추정되는 어미 백조와 아기 백조들이 나타난다. 이순재는 이번엔 아예 호숫가로 빵 한 조각을 들고 나와 나눠주며 백조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자막은 이순재를 '동물의 아버지'라고 지칭했고,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꽤 아름답게 전달됐다.

야생동물 보호의 가장 중요한 점은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한 장면.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한 장면. ⓒ tvN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한 장면.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의 한 장면. ⓒ tvN


바로 이 장면이 유감이었다. 도대체 이 장면이 뭐가 문제냐고?  동물을 사랑한다면, 어렵게 먹이를 구해야 하는 야생동물들을 배부르게 먹여주고, 먹이를 통해 교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왜 굳이 유감이라고 하는지 의아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야생동물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이로 주는 것이 과연 동물을 사랑하는 행위일까?

내가 머물고 있는 캐나다에서는 야생동물과 반려동물, 사람이 공존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실제로 도심공원에 코요테가 살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곰을 만나는 일은 그리 독특한 경험이 아니다. 도심 한복판에는 캐나다 거위떼들이 행진하고, 바닷가나 호수의 피크닉 장에서는 갈매기들과 함께 어울린다. 도심에 인접한 바닷가에서 물개가 헤엄치는 모습도 발견된다.

이곳에선 야생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하는 철칙이 있다. 바로 'Human Food Kills Wildlife'를 명심하는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것. 이것이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존중하는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캐나다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에 따르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우선, 사람 음식은 야생동물들에게 맞지 않는다. 사람 음식 속에 들어있는 각종 조미료, 첨가물들은 동물에 대한 안전성이 전혀 확립되어 있지 않다. 동물의 건강에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야생동물이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일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는 야생성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야생동물이 먹이를 사냥하는 법을 잊게 될 경우 이는 한 개체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런 야생동물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런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지고 환경파괴로 이어지게 된다.

나아가 야생동물이 사람의 음식에 길들여질 경우, 먹이를 찾기 위해 사람의 거주지로 내려오는 일이 잦아지게 된다. 야생동물이 사람의 거주지로 내려오게 되면 길에서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사람에 대한 공포심을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불상사도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인간과 동물의 평화로운 공존에 금이 가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의 역할, 야생동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 전달해서야...

 캐나다 밴쿠버 도심의 한 공원에 있는 '코요테와 공존하기' 안내판. 코요테에게 사람의 먹이를 주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캐나다 밴쿠버 도심의 한 공원에 있는 '코요테와 공존하기' 안내판. 코요테에게 사람의 먹이를 주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송주연


때문에 캐나다에선 각 지역별 커뮤니티센터와 공원 안내소 등에서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방법이 담긴 안내책자를 배포하고 야생동물을 존중하는 매너를 숙지하게끔 한다. 또한,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고, 피크닉이나 캠핑 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역시 야생동물이 열 수 없는 특수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지정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이를 어기다 적발됐을 경우, 벌금이 부과되는 것은 물론이다.

<꽃보다 할배 리턴즈> 속 이순재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동물과 교감하고픈 마음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이순재가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라는 것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을 여과하지 않고 내보내는 것은 자칫, 야생동물 먹이 주기가 올바른 사랑의 방식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실천은 내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이 간직한 고유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줄 때 가능할 것이다.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은 야생동물만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고, 그들이 야생성을 훼손당하지 않으면서 살도록 배려해 주는 것일 테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이해하려하지 않고, 인간의 관점에서 동정심 혹은 호기심을 가지고 먹이를 주고 일방적으로 다가가는 행위는 올바른 사랑과 존중의 방식이라 하기 어려울 듯 하다. 진정으로 동물과 상생한다는 것, 나와는 다른 모습의 생명체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필자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꽃보다할배 이순재 백조 야생동물 동물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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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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