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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바이칼 호수와 샤먼바위
 바이칼 호수와 샤먼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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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경 대학에서 관광경영을 가르치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 여름 한민족의 시원으로 여겨지는 바이칼(Baikal) 호수로 여행을 하는데 동참할 수 있겠냐고. 자유여행으로 부부동반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늘 부부동반 여행을 해온 나로서는 즉시 참가 의사를 통보했다. 다행히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10일 동안 이르쿠츠크(Irkutsk), 바이칼,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를 돌아보는 일정이라 가능했다. 이곳은 우리가 아는 시베리아 지역으로 여름 피서지로도 적격이었다.

여행에 있어서 첫 번째 해결해야 할 것이 항공과 교통이다.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이르쿠츠크와 노이시비르스크로 가는 직항이 있어, 이르쿠츠크 인, 노이시비르스크 아웃으로 항공편을 잡았다. 비행기는 러시아 S7항공이다.

이르쿠츠크에서 노이시비르크로의 이동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들 항공과 열차는 사전에 예약을 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 알혼(Olkhon)섬으로의 이동은 버스를 이용한다.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잠깐 배를 타야 한다. 버스와 배는 현지에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러시아 S7항공
 러시아 S7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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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제는 숙소다. 자유여행이기 때문에 호텔을 사전 예약할 필요가 있다. 숙박은 이르쿠츠크 2일, 알혼섬 2일, 횡단열차 2일, 노보시비르스크 2일, 기내 1일로 잡았다. 이르쿠츠크와 노보시비르스크는 호텔에서, 알혼섬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함께 여행하는 팀원이다. 처음에는 8명이 함께 하기로 했는데, 6월 하순 건강문제로 여행을 포기하는 부부가 생겨, 6명이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꾸며졌나?
부르한의 상징 세르게
 부르한의 상징 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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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6명이 현장까지는 동행하고 그 다음 프로그램은 각자 선택하는 방향으로 했다. 그러므로 프로그램이 세 가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관심사가 같은 분야에서는 동행하기로 했다. 나는 역사와 문화, 예술과 건축에 관심이 많아 이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물론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변화는 조금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책에서 본 내용과 현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한 책은 국내외에서 출간된 <시베리아 횡단열차>다.

7월 23일 오후 4시 55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이르쿠츠크행 S7 Airlines를 탄다. 4시간 10분을 비행해서 오후 8시 5분 이르쿠츠크공항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 시내에서 1박하고 24일 오전 10시 알혼섬을 향해 출발한다. 중형버스를 타고 8시간 정도 여행해 오후 6시경 알혼섬 후쥐르(Khuzhir) 마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 여름이라 낮이 길기 때문에 저녁에 부르한(Burkhan)곶에 있는 샤먼바위와 샤먼을 상징하는 기둥 세르게(Serge)를 살펴볼 것이다.
이르쿠츠크 주현절성당
 이르쿠츠크 주현절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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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에는 하루 종일 알혼섬 북부투어를 한다. 오후 5시에 투어를 마치고, 후쥐르 시내를 살펴본다. 26일에는 알혼섬 후쥐르에서 이르쿠츠크로 이동한다. 오후 6시쯤 이르쿠츠크에 도착해 숙소 주변 문화유산을 살펴본다. 27일에는 마르크스대로와 레닌대로 주변 문화유산을 살펴본다. 이르쿠츠크 관광의 핵심은 그린라인으로 이어진 30개 문화유산이다. 이들 중 하이라이트는 앙가라(Angara)강 주변에 있는 성당과 교회다.

28일은 하루 종일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다. 28일 새벽 3시 52분 이르쿠츠크를 출발해 29일 오전 9시 12분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한다. 그러므로 횡단열차 탑승시간은 29시간 20분이다. 중간에 지마(Zima), 타이셰트(Tayshet), 크라스노야르스크(Krasnoyarsk), 마린스크(Mariinsk) 같은 중요 역에서 정차한다. 29일에서 31일까지 3일간은 노보시비르스크를 관광한다.
노이시비르스크 기차역과 오비강
 노이시비르스크 기차역과 오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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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는 크라스노야르스크를 남북으로 흐르는 예니세이(Yenisei)강을 기준으로 동부와 서부 시베리아로 나뉜다. 서부 시베리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가 노보시비르스크고, 동부 시베리아의 역사도시가 이르쿠츠크다. 우리는 이번 여행을 통해 바이칼호수에서 노보시비르스크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의 역사와 문화, 건축과 예술, 그리고 생태와 환경을 살펴볼 것이다.

남편을 따라 시베리아 이르쿠츠크로 온 여인들
트루베츠코이 저택
 트루베츠코이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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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는 바이칼에서 흘러나오는 앙가라강변에 위치한 유서 깊은 도시다. 이르쿠츠크는 1821년 러시아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동부 시베리아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이르쿠츠크에 큰 변화가 온 건 1826년이다. 이때 데카브리스트(декабристов) 반란에 연루된 사람들이 이르쿠츠크로 유배를 왔기 때문이다. 데카브리스트 반란은1825년 12월 공화제 또는 입헌군주제를 시행하고자 했던 왕족과 장교들이 니콜라이 1세의 황제 계승에 반대해 일으킨 쿠데타다.

이 반란에 참여했던 지도자(왕자) 트루베츠코이(Sergei Trubetskoi)와 발콘스키(Sergei Bolkonski) 등이 이르쿠츠크에 유배되어 오면서 도시를 서구화 유럽화 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곳의 원주민들도 그들을 존경했다. 그것은 그들이 민중의 편에 서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832년에는 발콘스키의 부인 마리아가 황제에게 올린 청원서가 받아들여져 이들에게 강제노역이 면제되고, 권리의 상당 부분이 회복되었다.
예카테리나 트루베츠코이 초상
 예카테리나 트루베츠코이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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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그들은 남편을 따라 이르쿠츠크로 온 아내들과 함께 살 수 있었다. 마리아는 농부 복장을 하고 농장에서 일을 하고 서민들과 어울렸다. 그녀는 또한 지역 주민들을 위해 학교, 병원, 극장 등을 세웠다. 트루베츠코이와 발콘스키 저택은 주민들이 모여 토론하고 문화를 배우는 사회적 공간이 되기도 했다. 데카브리스트 유배자들은 현지 주민들에게 지적․문화적 자극을 주고 그들이 진보적인 가치관을 갖도록 만들었다.

데카브리스트의 자유주의와 사회개혁 정신은 이후 작가들에 의해 시, 소설, 오페라로 각색되고 표현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푸쉬킨(Alexander Pushkin)의 시 <자유 찬가 Ode to Liberty>, 톨스토이(Leo Tolstoy)의 소설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작곡가 샤포린(Yuri Shaporin)의 오페라 <데카브리스트>(Dekabristi)다. 네크라소프(Nikolai Nekrasov)는 데카브리스트 부인들에 대한 장시(長詩) <러시아 여인들 1/2 (Russian Women 1/2)>을 썼다. 이 시는 예카테리나 트루베츠코이와 마리아 발콘스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르쿠츠크로 가는 하늘길
야블로노비 산맥
 야블로노비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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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이르쿠츠크로 가는 비행기는 S7 Airlines다. 노보시비르스크에 본사를 둔 시베리아 항공사로, 러시아 국내노선을 가장 많이 운항한다. 국제노선은 노보시비르스크 톨마체보(Tolmachevo) 공항과 모스크바 도모데도보(Domodedovo) 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7항공사는 인천공항과 이르쿠츠크, 인천공항과 노보시비르스크를 주 2회 운항한다. 그래서 우리는 월요일 이르쿠츠크로 들어가, 다음 주 수요일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나오는 항공편을 이용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에어버스 A320으로 164석 정도의 좌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항로를 알려주는 화면이 없어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북한 쪽을 넘어갈 수 없으니 베이징 상공을 지난 다음 몽골을 거쳐 이르쿠츠크로 비행하는 것 같았다. 비행기가 바이칼 호수가 보이기 전 높은 산맥을 넘어가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것은 야블로노비(Yablonoviy) 산맥이었다.
이르쿠츠크 국제공항
 이르쿠츠크 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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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23일 오후 8시 30분 이르쿠츠크 공항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가 북위 52°17′에 위치하고 있어 해가 아직도 서쪽 하늘에 있다. 트랩이 설치되고 버스가 승객을 출국장으로 실어 나른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오니 9시 30분이다. 이제 심카드를 교체하고 이르쿠츠크 시내 호텔로 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심카드를 장착할 줄 몰라 구입만 하고 장착은 하지 못했다. 심카드는 나중에 장착할 수 있었다.

그 바람에 우리는 러시아 택시앱 막심을 깔지 못하고 어떻게 숙소로 갈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다행히 공항인지라 택시가 있어 그들을 이용해 마르크스대로변에 있는 호텔을 찾아갈 수 있었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막심앱을 활용한 택시보다 두 배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택시비가 국내에 비해 대단히 싸서, 7월 31일 귀국시 노보시비리스크에서 공항으로 갈 때도 택시를 이용했다.
알혼섬 가는 버스
 알혼섬 가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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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호텔에 들어가 다음날 바이칼의 알혼섬으로 가는 버스편을 예약했다. 알혼섬으로 가는 정기버스가 있지만, 우리는 호텔까지 우리를 픽업하러 오는 중형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24일 아침 9시 호텔 로비에서 대기하면 버스가 오는 것으로 알고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다음날 알혼섬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고 지루할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시베리아를 10일간 여행했다. 여행목적은 시베리아 체험하기, 우리 민족의 시원찾기, 여름 피서하기다. 여행의 과정과 결과를 20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태그:#시베리아, #이르쿠츠크, #바이칼 호수, #노이시비르스크, #시베리아 횡단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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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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