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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비공개 정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비공개 정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세금도둑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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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로 겨우 공개 되는 국회 특수활동비

국회는 매년 80억여 원의 특수활동비를 정부로부터 받아 사용한다. 특수활동비는 증빙자료 없이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돼 '눈먼 돈'으로 불리는 예산이다. 그동안 국회 특수활동비는 관행적으로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고 영수증조차 첨부하지 않은 상태로 집행돼왔다. 국회의장단,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들이 지급 대상이다. 일부 의원은 이 돈을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5년 5월 국회에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국회사무처가 비공개 결정을 통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2017년 9월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결정을 내린 데 이어 대법원이 지난 5월 3일 원심을 확정함으로써 공개가 이뤄졌다.

특수활동비보다 규모가 더 큰 의원들의 '입법정책개발비'도 곧 공개될 전망이다.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이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서류를 공개하라'고 판결하고 국회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이 부분도 공개가 이뤄지게 됐다.

국회는 그동안 특수활동비 등이 공개되면 의정활동이 위축되고 국회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지급받는 특수활동비나 입법 정책개발비 등은 의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이 아니다. 헌법상 국가기관에 지급되는 예산이고, 유권자인 국민을 대신해서 받는 돈이다. 따라서 법원 판결로 마지못해 공개하지 말고 국회 스스로 의원들의 정보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상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 노회찬, 나경원 의원 등이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해 왔지만 호응이 별로 없었다. 고 노회찬 의원 측은 생전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예산 집행을 차단하기 위해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6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마음대로 쓰는 특수활동비는 사실상 폐지가 답이다"라고 말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와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으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의전비, 수행비 등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치기 위해 고 노회찬 의원 측은 정의당 이정미, 심상정, 김종대, 윤소하, 추혜선, 바른미래당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표창원, 서형수, 민주평화당 김광수, 민중당 김종훈 의원 등과 함께 국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동참을 꺼렸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국회의 '깜깜이' 예산은 특수활동비나 입법 정책개발비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 업무추진비, 예비금 등 아직도 사용 내역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돈들이 많다.

지금 우리 국회의원들은 한 해 1억5000만 원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공직 선거가 있는 해의 경우, 모금한도액의 두 배를 모금할 수 있음). 국민들은 1년에 1인당 500만 원까지 후원이 가능하다. 부정한 정치자금 유통을 막고 건전한 정치활동을 조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여기서도 돈을 받은 것은 공개되는데,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게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 같은 정치인이 개인적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대략적인 후원금 사용내역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의무적으로 후원금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국회의원의 봉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세비'도 상세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연봉은 대략 1억400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 세비를 포함한 국회의원 개인의 정확한 세비 내역은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달 16일부터 <단비뉴스>와 세 차례 인터뷰를 진행한 국회 미디어담당실 측은 세비 내역 공개에 관한 질문에 "공무원도 한 명 한 명 모두 급여가 다르지 않느냐"며 "국회의원도 공무원"이라고 답변했다.

국회의원 재산 증감내역을 공개해도 국회의원의 세비가 얼마인지를 모르면 세비 외에 다른 수입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고, 그 증액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자세하게 따져 보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세비 공개 없는 재산공개는 반쪽짜리 공개"라는 말이 나온다.

국회는 법률을 제정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국회는 법률을 제정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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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활동 정보도 부실... '밀실·졸속'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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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돈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서 활동해야 하는데, 의정활동 정보에도 구멍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뽑은 국회의원이 얼마나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지 알아보려면 국회 출결 상황이 자세히 공개돼야 한다. 지금 국회 홈페이지나 사이트에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출결 상황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없다. 국회 공보를 통해 본회의 참석자 수와 불참석자 수만 공개할 뿐이다.

국회 미디어담당실은 <단비뉴스>의 '의원 출결 상황' 질문에 "국회 회의록에는 참석자 명단이 나와 있으니 직접 찾아보면 된다"며 "속기록을 이용하면 누가 출석했는지 알 수 있다"고 답변했다. 국회 회의록을 통해 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각 국회의원의 참여 횟수는 나와 있지 않다. 국회 미디어담당실 직원은 "홈페이지 제공 정보는 과거부터 하던 관행대로 하고 있다"며 "개별 국회의원의 정보를 원한다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어떻게 국정을 감시하고 입법 활동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관련 내용을 올리지 않거나 국회 사이트가 복잡해 해당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본회의나 상임위 속기록에 국회의원의 발언 내용이 담겨있긴 하지만, 의원 개개인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파악하려면 직접 속기록 전부를 읽어봐야 한다.

또, 유권자에게 중요한 정보인 표결 내용의 경우 의안별, 의원별 찬반 여부는 나와있지만 의원 개별 페이지에 어떤 표결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종합적으로 정리된 항목은 없다. 국민을 대신해 의정활동을 하는 '우리 국회의원'이 무얼 하고 다니는지, 어떤 견해를 갖고 국정에 임하는지, 유권자들이 손쉽게 알 수 있도록 더 친절하게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모든 소위원회는 회의록 공개가 원칙이다. 실제로 국회 회의록 홈페이지에는 국회 회의록을 전문과 요약본 형태로 게시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조정소위원회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간이 다가오면 소위원회보다 작은 규모인 '소소위원회'의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의록조차 남지 않는다. 관례적으로 여야 간사들만 참여해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항을 바탕으로 예산 규모와 항목을 확정짓는 소소위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비공식 협의체다.

예산과 관련한 회의는 예산 증가액과 조정 이유 등을 투명하게 밝혀 합리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게 해야 하는데도, 소소위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 등이 비공개로 진행될 뿐 아니라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참석한 의원의 이름만 남을 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밀실·졸속' 심사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국회의원과 국회가 스스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시민단체가 나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열려라 국회' 코너를 통해 국회의원 개인의 출석 현황, 상임위원회와 법안처리 활동 등 의정활동과 재산 변동 추이를 살핀다.

지난달 23일 이정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개별 의원의 세비는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며 "국회의원 정보는 의원 개인이 유권자들에게 의정보고를 한다는 자세로 모두 투명하고 상세하게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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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권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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