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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포해변의 몽돌 밭이 가지런합니다. 방포해변은 길지 않지만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방포해변의 몽돌 밭이 가지런합니다. 방포해변은 길지 않지만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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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포해변, 지난 겨울에 이렇게 성난 파도가 일렁였던 곳입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방포해변, 지난 겨울에 이렇게 성난 파도가 일렁였던 곳입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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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 칼바람에 춤추는 안면송이 하는 말]

지난 2월, 겨울이었습니다. 칼바람을 힘들어하며 두에기해변과 방포해변을 막고 있는 언덕을 오른 일이. 지금이 8월이고 보면 덧없이 반년을 글 없이 지냈습니다. 아니 말없이 지냈습니다. 글도 글로 지어야 글이죠. 말도 말해야 말이죠. '당연한 말쌈'이라고요. 그러게요.

그동안 안면도의 해변길을 걷지 않은 게 아닌데,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게 아닌데, 해변길을 걸으며 썼던 글을 놓아버렸습니다. 책을 읽으며 썼던 서평을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반년의 나이를 더 먹어버렸습니다.

글 짓는 일 안 하면서 뭐 흐드러진 좋은 일을 했냐고 물으신다면 '아니요'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도 지낼 수 있는 거군요. 그리 좋아하는 일을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게 신기합니다. 자꾸 보면 더 보고 싶고, 안 보면 보지 않아도 되는.... 뭐, 그런 게 있습니다 그려.

둔덕 하나 넘으면 방포해변의 작은 마을이 손을 들어 반깁니다. 방포해변은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양할 뿐 아니라 휴양 시설이 잘 갖추어진 해수욕장입니다. 지금은 한창 휴가철이라 펜션들에도 차가 즐비하고 캠핑카가 여기저기에 집들이를 했습니다. 소나무 그늘에는 캠핑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요.

너무 유명한 꽃지해변이 방포항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포해변은 잘 모르지요. 그래서 더 고즈넉하고 조용하답니다. 그러니까 소위 안면도를 좀 안다는 사람들만이 찾는 그런 곳이죠. 이곳에는 다른 안면도 해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몽돌들이 있습니다.
방포해변, 해변 가로 가지런히 놓인 긴 의자에 앉아 방포 등대와 먼 바다를 조망할 여유가 있다면 그건 ‘행복’이란 단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답니다.
 방포해변, 해변 가로 가지런히 놓인 긴 의자에 앉아 방포 등대와 먼 바다를 조망할 여유가 있다면 그건 ‘행복’이란 단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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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없었던 보트 선착장도 바다 가운데 저쪽으로 보이고요. 여름 피서객을 위해 마련된 임시 배 정류소입니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르면 시원하겠지요.
 그간 없었던 보트 선착장도 바다 가운데 저쪽으로 보이고요. 여름 피서객을 위해 마련된 임시 배 정류소입니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르면 시원하겠지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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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지만 해도 몽돌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여름 맞이로 가지런히 골라놓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에는 다른 곳에서 몽돌을 가져다 깔았고요. 마치 몽돌들이 호형호제하며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길가 쪽으로는 몽돌 밭, 바닷물 쪽으로는 고운 모래로 이뤄진 해변이 방포해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양쪽 끝으로는 거친 자갈들이 널브러져 있는 게 흠이지만 여전히 아늑한 분위기의 해변으로 조용한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해변입니다. 해변 가로 가지런히 놓인 긴 의자에 앉아 방포 등대와 먼 바다를 조망할 여유가 있다면 그건 '행복'이란 단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답니다.

오늘도 땀을 식히느라 집 그림자로 덮인 긴 의자 하나를 택해 체온을 싣습니다. 리시버로 귀에 연결한 탭에서는 영어 선생님이 자꾸 똑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따라하라며 채근을 합니다. 걸으면서 영어공부를 하거든요. 잠시 선생님과 이별하느라 이어폰을 뽑습니다. 이분과 이별해야 다른 것을 만날 수 있잖아요. 그리고 먼 바다를 바라봅니다.

오늘 바닷물은 잔잔합니다. 엊그제의 성난 모양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올 때마다 다른 바다가 신기합니다. 서해이기에 멀리 보이는 건 아니지만 아스라이 바다 끝에서는 괭이갈매기들이 아침부터 먹이사냥에 분주합니다. 그간 없었던 보트 선착장도 바다 가운데 저쪽으로 보이고요. 여름 피서객을 위해 마련된 임시 배 정류소입니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르면 시원하겠지요.

언제 누가 드리웠는지 해수욕 금지선에 두둥실 노란 풍선들이 도열하여 사열을 받는군요. 그놈들이 큰소리칩니다. '여기까지!'라고요. 봄까지만 해도 잠금 해제였던 바닷물이 풍선들의 안과 밖으로 나뉘어 한반도 허리의 휴전선마냥 아무나 호락호락하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가끔 선을 넘는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높은 의자를 하나 올린 해변 감시탑도 보입니다. 봄까지만 해도 없었던 시설물들이 여름 바다와 그 주변에는 많이 있답니다. 모두 피서객들의 안전과 즐거움을 위해 여름 동안만 존재하는 것들이지요. 그런 것들을 보며 한시적인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급기야 '나는?'이라고 곱씹어 봅니다. 역시 한시적이지요.

바다는 어떨까요. 좀 다르죠? 이 아침도 그렇게 한시적인 것이 영원한 것에 도취됩니다.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한시적인 인간의 목을 축이곤 이내 일어납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강아지 한 마리가 벌써 길바닥에 널브러졌습니다. 이침부터 해변엔 삼삼오오 피서객들이 아침 산책을 하고요. 아이와 함께 모래성을 쌓는 모녀도 보이는군요. 참 부지런도 하죠.
방포해변, 급수대는 꽃게 생산지답게 꽃게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방포해변, 급수대는 꽃게 생산지답게 꽃게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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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포해변, 다른 급수대입니다. '하이파이브!' 하는 것 같지 않아요?
 방포해변, 다른 급수대입니다. '하이파이브!' 하는 것 같지 않아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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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급수시설은 모두 꽃게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몇 번을 지났어도 몰랐는데 오늘 유난히 눈에 띕니다. 옆으로 누워 피서객에게 물을 하사하는 꽃게도 있지만 하이파이브를 하며 명랑하게 물을 쏟아내는 녀석도 보이는군요.

하여튼 그렇게 꽃게와는 이별을 하고 방포해변과 방포항을 잇는 언덕에 오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 드리자면, 방포해변(해수욕장)과 방포항은 떨어져 있습니다. 같은 마을이 아니랍니다. 차라리 방포항은 다리 하나를 두고 꽃지해변과 연결됩니다. 가깝기로는 꽃지해변과 방포항이 가깝답니다. 그러니까 같은 방포이면서도 방포해변과 방포항은 이별하고 산답니다. 언덕을 사이에 두고.

방포해변을 뒤로하고 방포항 쪽으로 언덕을 오릅니다. 소나무 사이로 방포 등대가 멋지게 보여 한 컷 찍어봅니다. 하지만 소나무는 너무 검고 등대는 너무 작게 나오는군요. 내 카메라의 한계입니다. 계단을 오르는데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국민 참여형! 탐방로 관리 모니터링'

자세히 들여다보니 탐방로의 변화를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탐방로를 지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국립공원 관리공단으로 전송해 주면 상황을 따라 관리하겠다는 것이지요. 이런 게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 표지판 상단에는 카메라를 실행하여 탐방로를 촬영하는 코드가 있습니다.

등산로가 잘 정돈되어 있기 때문에 딱히 관리해야 할 상황이 없는 것 같아 아직 이용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혹 관리가 필요하다 싶으면 즉각 실행해야 하겠습니다. 참 살기 좋은 대한민국입니다. 전에 고남면 쪽 탐방로에는 쓰레기와 오물로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거기에서는 이런 걸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제도를 잘 활용해 보리라 다짐하며 언덕을 넘습니다.

길은 오솔길이지만 오르는 계단과 내려가는 계단이 가파릅니다. 방부목으로 만든 계단이 어떤 이의 수고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수고 덕분에 오늘도 이 길을 오르내립니다. 감사하죠. 감사함으로 하루를 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소나무 사이로 방포 등대가 멋지게 보여 한 컷 찍어봅니다.
 소나무 사이로 방포 등대가 멋지게 보여 한 컷 찍어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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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참여형! 탐방로 관리 모니터링’을 알리는 표지판입니다.
 ‘국민 참여형! 탐방로 관리 모니터링’을 알리는 표지판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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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면도 뒤안길]은 글쓴이가 안면도에 살면서 걷고, 만나고, 생각하고, 사진 찍고, 글 지으면서 들려주는 연작 인생 이야기입니다. 계속 함께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태그:#안면도 뒤안길, #태안 해변길, #방포해변, #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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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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