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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대안학교 순천 사랑어린학교
▲ 순천 사랑어린학교 전경 드론으로 촬영한 대안학교 순천 사랑어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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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부터 7월 1일까지 대안학교 중1,2학년 과정의 순천 사랑어린학교 학생들 18명, 교사․학부모 등 총 23명이 40일 간 전남 5개 시군의 섬 28개를 순례하였다. 지적인 호기심이 강하고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이들에게 이번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 3주 후인 7월 21일 토요일 오후에 학교에서 보고대회가 있었다. 3학년 학생 9명, 교사 2명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5월 23일부터 7월5일까지 46일간 다녀와서 역시 같은 날 함께 보고대회를 했다. 보고대회 제목은 '우리 왔어요!'였다.
학교 강당에는 학부모, 학생, 내빈, 선배, 초등학교 과정의 아이들을 포함해 300여 명이 모였다. 날씨가 매우 더웠지만, 이 모임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이 학교의 앞날이 매우 밝다고 생각되었다. 그날 초청받은 필자는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우리 왔어요'라는 책자와 편지를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앞에 나가서 마이크를 잡고 40일간의 섬 순례 이야기를 나누었다.
40일간 섬 순례를 마치고 보고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 사랑어린학교 도서관 강단 40일간 섬 순례를 마치고 보고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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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오마이뉴스에 '40일 동안 28개 섬 투어, 밥과 빨래는 아이들 스스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고, 이번에는 40일 간의 섬 순례 보고회에 관하여 두 번째 기사를 쓰고 있다.

필자가 이들과 동행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섬 순례 중에 숙소와 차량을 지원하는 일을 담당하여 이들이 무더운 여름에 아무 탈 없이 순례를 마치게 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여러 번 하면서 한동안 어색하였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아주 친해지게 되었다. 그들은 식사 때마다 기도를 하고, 회의도 여러 번 했다. 그중에서 달라이라마의 기도문을 외우는 그들이 특이하게 보여서 잠시 소개한다.

도목리 마을의 바위 앞에서
▲ 흑산면 대둔도 도목리 마을의 바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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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늘과 땅과 착한 사람들을 시켜서 우리를 먹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우리도 이 밥 먹고 하늘처럼 땅처럼 착한 사람들 심부름 잘하며 살게 해 주십시오. 넘치지도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사랑어린학교 밥상 기도문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언제나 나 자신을
가장 비천한 사람으로 여기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상대방을 최고의 존재로 여기게 하소서

나쁜 성격을 갖고
죄와 고통에 억눌린 존재를 볼 때면
마치 귀한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그들을 귀하게 여기게 하소서
다른 사람이 시기심으로
나를 욕하고 비난해도
나를 기쁜 마음으로 패배하게 하고
승리를 그들에게 주소서
내가 희망을 갖고 도와 준 사람이
나를 심하게 해칠 때
그를 최고의 스승으로 여기게 하소서
그리고 나로 하여금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모든 존재에게
도움과 행복을 줄 수 있게 하소서

남들이 알지 못하게
모든 존재의 불편함과 고통을
나로 하여금 떠맡게 하소서
-달라이라마의 기도문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 기도문을 읽을 때 나 자신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그는 "지난 20세기는 폭력이 난무하여 2억 명 이상이 전쟁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우리 인류가 세계평화를 위하여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위의 기도문처럼 우리 학생들이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귀하게 생각할 때에 비로소 자기 자신의 마음에 평화와 세계의 평화가 찾아오리란 생각이 든다. 어릴 때의 배움과 생각은 곧 머릿속에 입력될 것이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는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우리의 몸과 마음도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꾸어질 것이다. 반면에 부정적인 사고는 부정적인 행동을 낳고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이도 상산봉 정상에서 학생들과 함께
▲ 우이도 상산봉 (359) 우이도 상산봉 정상에서 학생들과 함께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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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5살 정도의 아이들이 40일 동안 집을 떠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남도의 여러 섬을 순례한다. 그리고 2-3일 만에 잠자리가 바뀐다. 밥도 빨래도 스스로 하면서 순례를 함은 더운 날씨이기에 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날마다 외우는 달라이라마의 기도문이 큰 힘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부모님과 집, 게임도 생각 날 것이고, 또한 친구들과의 사소한 일로 갈등도 벌어진다. 때로는 몸도 아프고, 더운 날씨에 짜증도 나게 된다. 사생활이 있는데 일주일도 아니고 그것도 40일 동안이나 섬을 순례한다는 것은 아무튼 대단하다.
다음은 김솔비 학생의 글이다. '도초도에서 씻는 문제로 소월이와 재희와 다툰 적이 있다. 그 때 분위기가 좀 살벌했지만 다행히도 사이가 틀어지진 않았다. 우린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다투면 다툴수록 배려심이 넓어졌고 화해도 빨리했던 것 같다. 덕분에 틀어짐과 반대로 순례단끼리의 사이는 더욱 단단해졌고, 우정은 돈독해졌다' 라고 기록하였다. 이어서 '순례 중에 갔던 섬 중에서 10명 미만의 학교도 여러 곳이 있었는데 되게 신기했다. 흑산면 다물도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 임영영(여자)이 있었는데 난 그 아이가 멋졌다. 혼자서 학교에 다니면서 저렇게 해맑은 웃음을 갖고 있는 게 정말 신기했다. 난 그 아이를 잊을 수 없다'고 회고하였다.
어업전진기지 흑산도 예리항 전경
▲ 흑산도 예리항 어업전진기지 흑산도 예리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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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조도면 하조도
▲ 진도 조도 전경 진도군 조도면 하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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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비는 상대방에게 져 주는 법, 사과하는 법, 배려심을 배웠다고 하였고, 이번 순례를 통하여 좀 더 성숙해진 나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나아가 우리의 순례는 끝났지만, 내 인생의 순례는 끝나지 않았다고도 당차게 말하였다. 비단 솔비뿐만 아니라 '우리 왔어요' 책자에는 대부분 학생들이 40일 간의 섬 순례가 너무 소중하였고, 아름다운 추억 속에서 인내와 배려 같은 걸 얻었다고 기록했다.
순천의 사랑어린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사람이 모든 일에 성실하게 일하고, 일하면서 힘들어도 인내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를 만족하는 것이란다.
마지막으로 8학년 장재희 학생의 글을 일부 옮긴다.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40일의 긴 기간의 순례가 끝나고 이렇게 모여 순례 마무리를 하고 있다니, 아직도 순천에 온 것이 꿈같다. 자고 일어나면 바리바리 배낭을 싸들고 다음 섬으로 이동할 것만 같다. 5월 23일 수요일 순례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 여수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배를 타는 순간 지금 생각해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2일차 3일차 4일차 10일차 점점 시간이 지나고 중반이 될수록 기가 빠지고 집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순례를 끝까지 완주하고 싶은 마음에 힘들어도 40일을 달려 온 것 같다. (중략) 가장 좋았던 섬은 흑산도였다. 섬 한 바퀴를 이틀 만에 걸었는데 다 걸었을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목적지가 눈에 보이는 순간 가슴 한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흑산도에 해무가 꼈을 때 마치 이웃 섬들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마을 분들은 우리에게 너무 잘 대해 주시고 예뻐해 주셔서 감사했다. 흑산도는 멀리 있어서 발전이 안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잘 되어 있어 놀랐다. 다음에 가족이랑 오고 싶다. 사실 이번 순례는 전부 좋았다.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건강하게 귀환했다. 이번 순례가 내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단 하나뿐인 특별한 순례를 다녀온 내가 자랑스럽고 고맙다. 나와 동행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노랑 옷을 입은 어린이 1명은 임영영 학생
▲ 흑산면 다물도 분교 노랑 옷을 입은 어린이 1명은 임영영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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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순천 , #사랑어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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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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