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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이 호상인사를 하던 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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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늘 대화를, 침묵으로. 침묵이 믿음이고 위로이고 이심전심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침묵하면서 기도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번뇌의 밤을 지샜을 우리 대표님을 생각하면..."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정치적 동반자' 심상정 의원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의 고뇌를 미리 알지 못했다고 자책하던 그는 울음을 꾹 눌러참고 "억장이 무너진다"라고 간신히 말을 끝맺었다.

쉽지 않은 인사였다. 마이크를 잡은 손은 떨렸고 시선은 아래를 향했다. 심 의원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아파하실 때 우리 대표님이셨으면 따뜻한 유머 한 마디로 거꾸로 여러분을 위로했을 텐데 제가 그런 재주가 없네요. 여러분께서 많이 사랑하시고 정말 멋진 정치인. 우리의 지도자 노회찬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라고 했을 땐 객석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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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이 열리는 가운데, 1,600석 규모의 대강당이 가득 차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이 대강당앞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중계를 보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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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이 열리는 가운데, 1,600석 규모의 대강당이 가득 차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이 대강당앞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해 중계를 보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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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연세대학교 대강당. 고 노회찬 의원의 추도식 현장이었다. 1, 2층 모두 합쳐 1600석 규모의 대강당은 추도식 시작 전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자리에 앉지 못한 이들은 벽에 기대서 서고, 계단에도 앉았다. 그러고도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1500여 명의 사람들이 미리 마련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추도식을 지켜봤다.

추도식의 시작은 노회찬 의원의 육성이었다.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수락연설 영상이었다. '6411번 버스' 연설이었다. 영상 속의 그가 "이제 (투명인간으로 강남 빌딩을 청소하는)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가져가고자 한다. 준비되셨나"라고 외치자 큰 박수가 터졌다. 추도객들의 박수가 영상 속의 박수 소리와 합쳐졌다(관련 기사 : 노회찬의 명연설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노 의원 특유의 위트와 촌철살인 발언을 담은 또 다른 영상 말미에 고인의 저서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에 실린, "진보세력의 도덕적 결함에는 우리 사회가 훨씬 더 엄격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는 문구가 흐르자, 객석 어딘가에서 "미안합니다"라는 외마디가 터져나왔다.

유시민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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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의 생전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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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에서 방송인 김미화씨가 사회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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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그리움은 추도식 내내 절절하게 흘렀다. 객석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미화씨는 "제가 늘 의원님한테 (매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마다) 장미꽃 한 송이를 받았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다. 늘 뵐 수 있을 줄 알고. 그런데 오늘 국화꽃 한 송이를 (의원님 영정 앞에) 놓게 됐다"라고 울먹였다. 고인이 고교 시절 직접 서정주의 수필 <석남꽃>에서 가사를 따와 작곡한 <소연가>가 추모 영상을 통해 흘렀을 땐, 고인의 부인 김지선씨 옆에 앉아있던 심상정 의원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오열했다.

유시민 작가는 고인을 '회찬이 형'이라고 불렀다. 생전엔 부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겐 다음 생은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다음 생이 또 있으면 좋겠다"라면서 노 의원에게 "다음 생에서 또 만나자"라고 했다. 그리고 순간순간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짧은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번도 형이라고 불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형. 다음 생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더 자주 멋지게 첼로를 켜고 더 아름다운 글을 많이 쓰고 김지선님을 또 만나서 더 크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

그리고 가끔씩은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둘이 낚시를 가기로 해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 다음 생엔 저도 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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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에서 유시민 작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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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중훈씨는 최근 여야 원내대표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가 있던 노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전 형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존경한다. 앞으로 그럴 겁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던 노 의원에게 '힘내라'고 보낸 메시지였다.

"마지막으로 형님께 한 말씀만 드리고 인사드리겠습니다. 형님. 저 중훈이에요. 듣고 계시죠? 이제 겨울에 뜨거운 굴국밥 누구랑 먹습니까. 형님 그리워요. 더 절망스러운 건 이 그리움이 더 커질 것 같아요. 형님 이러시면 안 되죠. ...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이 자리 모든 사람들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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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에서 영화배우 박중훈씨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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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여기서 멈춘다고 하셨지만, '노회찬 없는 정치' 생각해본 적 없다"

그리움과 슬픔이 전부는 아니었다.

12년 간의 싸움 끝에 최근 복직이 결정된 김승하 KTX승무지부장은 미처 육성으로 전해지 못했던 고인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KTX 해고승무원들의 복직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관련 기사 : 노회찬은 마지막까지 노동자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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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에서 김승하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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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부장은 "이 말씀을 육성으로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4256일. 그 시작과 끝에 함께해주신 의원님은 저희들에겐 항상 따뜻한 삼촌 같았던 분이었다"라며 "임은 우리를 지키려고 평생 살아오셨으나 우리는 임을 지키지 못했다. 죄송하고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회찬 의원님이 남기신 뜻. 세상 모든 약자들이 모여 펼쳐가겠다. 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 항상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노 의원의 중학교 친구 김봉룡씨는 "회찬아. 친구지만 존경했던 회찬아. 네가 꿈꿨던 일하는 사람 잘 사는 세상. 서민이 행복한 세상. 자영업자 잘 사는 세상. 궁극적으로 정의로운 세상. 여기 있는 우리가 만들어갈테니 지친 몸 뉘이고 편히 쉬시게"라고 인사했다. 이어, "정의당 여러분. 노회찬이 채 못 바꾼 시꺼먼 정치 불판, 여러분이 바꿔주소. 여러분을 믿습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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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에서 (오른쪽부터) 부산중 친구 김봉룡씨, 경기고 친구 장석씨,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임영탁씨, 지역구인 경남 창원 주민 배정란씨가 '내가 만난 노회찬'을 주제로 추도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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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에서 부인 김지선씨, 정의당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 등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그날이 오면'을 합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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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에서 부인 김지선씨, 정의당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 강기갑 전 의원, 유시민 작가 등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그날이 오면'을 합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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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응답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저는 노회찬의 꿈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누구도 노회찬을 대신할 수 없으므로 정의당 모두가 노회찬이 되어야 한다"라며 "정의당은 수천 수만의 노회찬으로 부활하여 반드시 한국 정치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 이정미의 추도사 "노회찬의 꿈, 중단하지 않겠다").

심상정 의원은 "우리 대표님이 '나는 멈추지만 당은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하셨지만 저는 '노회찬이 없는 정치' 생각해본 적 없다. 노회찬의 꿈이 제 꿈이고, 정의당의 꿈이고,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라고 저는 믿는다"라고 말했다. 또 "끝까지 우리 대표님하고 함께 가겠다. 우리 대표님의 꿈, 여러분과 제가 꼭 이루겠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정당 만들어서 국민들께 큰 사랑 받겠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부터 국회장으로 승격된 노 의원의 영결식은 2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정현관) 앞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고인은 이후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