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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독거노인들의 여름나기는 추운겨울만큼이나 힘들다. 20년이 넘는 선풍기는 고장나기 일쑤다. 선풍기 목이 부러진 부분을 테이프로 응급조치 후 사용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 독거노인들의 여름나기는 추운겨울만큼이나 힘들다. 20년이 넘는 선풍기는 고장나기 일쑤다. 선풍기 목이 부러진 부분을 테이프로 응급조치 후 사용하고 있다.
ⓒ 김영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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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언론을 통해 여름철과 겨울철 춥고 더운 날씨에 홀로 외로이 지내다 노인들이 고독사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폭염이 계속되는 올 여름, 독거노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필자가 22일 방문한 충남 서산의 한 80대 독거노인은 20년 된 선풍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회전도 되지 않아 성능이 떨어지고 오랜 기간 사용하다 보니 고장도 잦다. 무더운 날씨에 노인은 속옷 하나만 걸친 채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 내고 있었다.

이렇듯 선풍기 하나에만 의지한 채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 그나마 거동이 자유로운 노인들은 마을 경로당이나 무더위 쉼터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지만,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종일 집안에만 있게 된다.

또 다른 독거노인인 한 할아버지는 선풍기의 목 부분이 부러져 테이프로 응급조치를 한 후 사용하고 있었다. 필자가 돌아본 한 독거노인 가정은 미니 선풍기와 오래된 벽걸이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고 있었다.

선풍기를 사용할 때는 잠시 찬 바람이 나오지만, 끓는 듯한 햇볕에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집안은 바깥과 다를 바 없어 뜨거운 바람만 나올 뿐이다. 또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 걱정에 제대로 틀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더운 여름 선풍기 하나에만 의지한 채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 그나마 거동이 자유로운 노인들은 마을경로당이나 무더위쉼터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고 있지만,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사진은 서산시 한 마을의 무더위쉼터다)
 무더운 여름 선풍기 하나에만 의지한 채 지내는 노인들이 많다. 그나마 거동이 자유로운 노인들은 마을경로당이나 무더위쉼터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고 있지만,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사진은 서산시 한 마을의 무더위쉼터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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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낮 동안 달아오른 열기는 밤중까지 이어져, 오히려 바닥에 펴놓은 이불이 더워 맨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는 노인들도 있다. 이렇다 보니 홀로 사는 노인들의 건강은 더욱더 염려되는 형편이다.

남편과 15년 전 사별하고 자녀들도 결혼하면서 외지로 나가 혼자 살고 있는 한 할머니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덥다. 밤새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면서 "밤에 무서워 문을 닫고 자면 더 덥고, 문을 열면 모기 때문에 모기향을 항상 머리맡에 두고 잔다"고 하소연했다.

실내가 너무 더워 종일 방 밖 마루에서 보내는 한 할머니는 "지난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여름이 오니 더 견디기 힘들다"고 연신 수건으로 땀을 닦아냈다.

독거노인들이 이처럼 힘들게 여름을 보내자, 최근 서산의 봉사단체를 중심으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단체 '아름다운 동행' 활동을 하는 직장인 김명환씨는 "더운 여름을 부서진 선풍기로 홀로 지내고 있는 독거노인은 30여 가정으로 파악된다"며 "더 자세한 조사가 이뤄지면 더 많은 독거노인 가정이 있을 것"이라면서 새 선풍기 보내는 일에 동참하자는 글을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남겼다.

더위를 피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독거노인은 종일 오래된 선풍기에 의지한채 마루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더위를 피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독거노인은 종일 오래된 선풍기에 의지한채 마루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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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민들의 정성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복지관과 독거노인관리사, 아름다운 동행 등 자원봉사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선풍기 없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독거노인 30여 가정에 선풍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서산에서 독거노인생활관리사를 하는 김영란씨는 "더운 게 제일 걱정이다. 덥다 보니 어르신들이 입맛이 없어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라면서 "더워서 마당에서 매트 깔고 잔다는 이야기에 정말 속상해서 나도 잠을 못 잤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더울 텐데 집을 방문하면 내 쪽으로 미니 선풍기를 돌려주곤 한다"면서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 못해 드릴 때 제일 속상하다. 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태그:#폭염특보, #서산시, #무더운날씨, #독거노인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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