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앤대드 포스터

맘앤대드 포스터 ⓒ BoXoo 엔터테인먼트


"내 아이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가끔씩은 정말 '죽여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상 모든 부모라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라도 한번쯤 드는 생각이다.

그런데 가끔 드는 그 생각을 만약 세상 모든 엄마 아빠가 실천에 옮긴다면 어떨까? 이런 '발칙한 상상'을 스크린에 담아낸 영화가 지난 18일 개봉했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셀마 블레어가 주연을 맡고 <아드레날린24> 시리즈를 연출했던 브라이언 타일러 감독의 <맘 앤 대드>이다.

자식 향한 부모의 사랑이 소멸된다면... '아이들과 부모의 사투' 벌어질까

내 집에 얹혀 사는 사람이 전혀 고마워 할 줄 모르고, 소중한 내 시간과 공간을 침해하는가 하면 내 말을 무시하기도 한다. 게다가 내 돈을 훔쳐가기도 하고 심지어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부수기도 한다. 만약 내 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죽여버리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그 존재가 자식이라면 부모는 언제나 모든 걸 참고 희생하고 사랑한다. 그런데 만약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이 소멸된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맘 앤 대드>는 이러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어느날 원인을 알 수 없는 살육의 집단 히스테리가 발생한다. 바로 미국 전역의 부모들이 자식들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못된 짓'만 골라 하는 고등학생 딸 칼리(앤 윈터스)와 사고 뭉치 어린 아들 조쉬(잭커리 아서)를 둔 라이언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엄마 켄달(셀마 블레어)과 아빠 브렌트(니콜라스 케이지)는 아이들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두 아이는 지하실로 대피한다. 그리고 문 하나 사이로 보호자에서 공격자로 돌변한 엄마, 아빠와 두 아이는 사투가 펼쳐진다.

 맘앤대드 스틸샷

맘앤대드 스틸샷 ⓒ BoXoo 엔터테인먼트


<맘 앤 대드>는 참신한 설정과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을 지닌 작품이다. 긴장감을 창출하기 위해 영리하게 분할 화면을 통합하고, 감각적인 편집은 속도감과 기괴한 매력을 남긴다. 여기에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은 가벼운 유머감각을 끌어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참신함의 매력이 벗겨지고 나면 급속도로 흥미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장편영화 치고 비교적 짦은 83분의 러닝타임조차 버거워 보일 만큼 영화의 스토리가 빈약하다. 시도 때도 없이 집어넣는 플래시백은 과거의 상황을 지나치게 불러올 뿐, 그다지 효과적이질 못하고 오히려 흐름을 뚝뚝 끊기도 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숱한 호러영화의 클리셰들은 피곤함을 부른다. 설정을 제외하면 연출면에서 아쉬움이 큰 작품이지만, 그 참신한 설정에 반문하게 하는 매력은 무척이나 강렬하게 남는다.

누군가 내 집에 얹혀 살면서 전혀 고마워 할 줄 모르고 내 소중한 공간과 시간을 침해하는 가 하면 내 말을 무시하기도 한다. 게다가 내 돈을 훔쳐가기도 하고 심지어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부순다. 당신은 어떠한가? 그 존재가 당신을 세상에 낳아준 부모님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참고 희생하며 사랑할 수 있는가? 부모님의 사랑을 너무 당연히 여기지 말자. 당신이 자식이 아니었다면 '정말 죽여버리고 싶은' 존재일지도 모르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맘앤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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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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