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7월 19일 오후 6시 15분]

 지난 10일 개막한 뮤지컬 <인터뷰>는 현재 서울 종로구 동숭동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연 포스터.

지난 10일 개막한 뮤지컬 <인터뷰>는 현재 서울 종로구 동숭동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연 포스터.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지난 10일 뮤지컬 <인터뷰>(연출 추정화) 개막 공연 도중 유진 킴 역의 배우 최영준이 안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터뷰>는 배우 김수로와 김민종이 공동 설립한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가 제작한 작품이다.

<인터뷰>는 2016년 처음 공연돼 올해로 삼연째인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장르물이다. 베스트셀러 소설 <인형의 죽음> 작가 유진 킴에게 어느 날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인 싱클레어 고든이 찾아오면서 극은 시작된다. 두 사람은 10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을 쫓으며 과거 싱클레어의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싱클레어와 유진 킴은 여러 차례 육탄전을 벌인다. 유진 킴 역의 배우 최영준은 무대 위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탁자에 안면을 부딪쳤다. 이로 인해 얼굴 인중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제작사의 늦은 대응, 직접 보다

뮤지컬 공연장에는 여러 명의 사람이 한데 모여 있는 만큼 수십 가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나 무대 위의 배우들에게 사고의 위험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의 경우, 관계자 측의 미흡한 대처로 사고 발생 당시 흐르던 넘버가 끝날 때까지(3~4분)  배우가 방치돼 있었다. 동료배우와 관객들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스태프 측의 즉각적인 공연 중단 선언은 없었다. 공연을 중단하게 된 것은 동료배우의 "괜찮아?"라는 작은 물음부터였다. 함께 무대에 오른 배우들의 부축으로 최영준 배우는 퇴장했고, 스태프는 1차 대응으로 약 15분간 공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다. 프로덕션 측은 공연 취소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해당 공연을 관람 중이던 필자는 이 과정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이날 객석에서 김수로 프로듀서와 추정화 연출도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초기 신속 대응하지 못한 점이 더 아쉬운 대목이다. 배우가 부상을 당한 부위가 얼굴이라는 점에서, 백스테이지에서는 사고의 경중을 신속하게 판단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대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객석에 총 책임자 직급의 관계자가 있었음에도, 동료 배우가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빠르게 대처하지 않은 점은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샀다.

 7월 11일 오후 1시에 발표한 더블케이 측 입장문. 10일부터 이틀간 제작사는 총 3번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고 대처가 늦었다는 비판에 제작사 측은 반복해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7월 11일 오후 1시에 발표한 더블케이 측 입장문. 10일부터 이틀간 제작사는 총 3번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고 대처가 늦었다는 비판에 제작사 측은 반복해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공연 취소 선언 후, 제작사 측은 SNS를 통해 "무대 위에 미끄럼 방지 작업을 보강할 예정이며 동일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인터뷰>는 액션이 많은 공연이다. 지금껏 이를 염두에 둔 방지책이나 매뉴얼이 있음에도 실제 상황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점은 충격이다.

사고가 발생했지만 최영준 배우가 안면을 감싼 상태로 넘버 하나가 마무리 될 정도로 시간이 지연됐다. 제작사 측은 사고 대처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상주 스태프가 사고를 인지한 즉시 바로 119 구급차를 불러 최영준 배우님을 빠르게 응급실로 이동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 느낀 것과는 사뭇 거리가 있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배우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백스테이지에서 보기에 단순한 비출혈 사고인지 판단이 불가능해 잠정적으로 공연을 중단했다. 이어, 무대에서 배우 전원이 퇴장했고, 대기실에서 사고의 경중을 파악한 결과, 즉각 119구급센터로 신고했다"며 "사고 상황 시 대처 방법에 대한 매뉴얼이 있긴 했지만, 순간적인 사고였고, 처음 겪는 일이어서 이를 백분 활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인터뷰>에 '유진 킴' 역으로 출연 중인 최영준 배우의 프로필 이미지 및 포스터.

뮤지컬 <인터뷰>에 '유진 킴' 역으로 출연 중인 최영준 배우의 프로필 이미지 및 포스터. ⓒ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중소극장 공연장 가기 무섭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중·소극장 관객들은 공연 관람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 이상 제작사와 극장만을 믿고 공연에 몰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극장의 경우 재난 대책 및 안전교육 매뉴얼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극장은 관련 법규가 미비한 실정이다.

한 공연장 관계자는 "공연장안전지원센터에서 소극장에 맞는 안전 교육 및 수칙, 사고대책 가이드라인을 올해 안 배포를 목표로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중·소극장에서도 '재난 발생 시 극장 감독의 안내에 따라 비상구로 대피한다'는 내용의 안전교육은 이뤄지고 있다. 공연 시작 전 '위급 상황에서 대피'에 대한 안내멘트도 거의 모든 공연장에서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중소극장의 출입구가 좁고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재난 상황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고의 경우, 부상 배우를 비롯해 당시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된 동료 배우, 관객들의 정신적 충격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무대에서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은 재경험(외상성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듯이 느끼거나 행동하는 반응)을 겪기 쉽다. 무대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앞으로의 대책이 중요한 이유다.

뮤지컬 인터뷰 최영준 김재범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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