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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까맣게 점점이 펼쳐져 있는 게 모두 북방한계선 일대 북측 수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어선이다. 사진은 2018년 5월 20일 촬영한 것으로 1000척이 넘어 셀수가 없었다.
▲ 북방한계선 사진 속 까맣게 점점이 펼쳐져 있는 게 모두 북방한계선 일대 북측 수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어선이다. 사진은 2018년 5월 20일 촬영한 것으로 1000척이 넘어 셀수가 없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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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서해평화수역을 약속했지만, 후속 조치가 늦어지면서 여름 금어기를 노린 중국어선이 활개치고 있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서해평화와 어장확대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서해 5도가 새겨진 한반도기를 지난 4월부터 배에 달고 조업 중인데, 눈앞에서 중국어선이 자망과 동원해 싹쓸이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어선은 6~8월이 산란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 어민들의 조업이 금지되는 것을 알고 자망과 통발이를 동원해 북방한계선 남측 수역을 싹쓸이하고 있고, 북측 수역에서 형망으로 싹쓸이하고 있다.
 
북방한계선 남측 수역 바다 속에는 자망 그물 수만 필이 깔려있다. 자망 한 필당 길이는 70m로 금어기 때 이 수역은 중국 해역이나 다름없다.
 
중국어선은 우리 해경의 단속이 어려운 밤에 고속정을 동원해 자망과 통발을 바다에 뿌리고 간다. 그리고 다음 날 밤에 다시 자망과 통발을 수거해가는 식으로, 북방한계선 수역 일대를 싹쓸이 하고 있다.
 
해경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은 중국어선을 단속하면서, 중국어선이 깔아놓은 그물을 수거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고속정에는 그물을 끌어 올리는 양망기가 없어 해경은 수작업으로 하루에 2~4km의 그물을 수거하고 있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또 그렇게 해경이 어렵게 수거해도 중국어선이 밤에 수천 필을 깔아버리면 무용지물이다. 어민들의 어선에는 양망기가 있어 발견하는 즉시 빠르게 수거할 수 있지만, 어민들은 출입할 수 없게 돼있어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금어기 때 어장은 더 파괴되고 있다.
 
고속정으로 순찰하던 해경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이 손으로 제거한 중국어선 자망을 연평도항으로 가져와 하역하는 모습.
▲ 연평도 고속정으로 순찰하던 해경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이 손으로 제거한 중국어선 자망을 연평도항으로 가져와 하역하는 모습.
ⓒ 사진제공 연평도어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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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특공대가 순찰하다가 손으로 그물을 집어 올리고 있다. 우리도 해봐서 알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물을 4톤, 8톤 싣고 왔길래 크레인을 두 번 대줬는데 오늘도 수작업으로 수거하고 있다. 저렇게 작업하면 뭐하나 중국어선이 밤새 깔아버리면 그만이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 계장은 또 "6~8월은 산란기라 금어기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를 설정했는데, 설정하면 뭣하나 저렇게 싹쓸이하는데... 우린 금어기지만 중국어선은 '황금기'다. 답답하다. 어선들이 들어가 양망기로 (자망을) 뽑아야 빠른데 또 그건 안 된다고 한다"며 "남북 갈등 간 군사문제로 못 들어가는 건데, 그사이 어장은 망가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남북 정상은 지난 4월 판문점선언 때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지정을 합의했다. 판문점선언 2조 2항에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남북이 서해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고 평화수역을 지정하기로 합의하긴 했지만 대북제재 조치가 해제 안 돼 서해상에서 남북 협력은 구체적인 진척이 없는 상태다.
 
그 사이 중국어선은 이때다 싶어 활개를 치고 있고, 심지어 북방한계선 남측 수역을 보란 듯이 헤집고 다니고 있다. 눈앞에 바다를 두고도 들어갈 수 없는 연평도 앞바다에, 우리 어민들의 한숨만 켜켜이 쌓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북방한계선, #연평도, #해경, #서해평화수역, #중국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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