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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등급은 치킨을 시키고, 4~6등급은 치킨을 튀기고, 7~9등급은 치킨을 배달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귀다. 글귀보다 더 놀라운 일은 학생들이 이 내용을 보고 공부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는 점이다. 부모는 학생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노동자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담은 내용을 비판하는 분이 별로 없다는 점은 단지 놀랄 일이 아니라 경계할 일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될 청소년은 제대로 된 노동교육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민의식', '인권', '경제 주체' 등을 배우면서 개인의 안녕과 편의를 위하기보다 사회 통합이나 시장 경제의 발전을 위한 수준에서 노동이라는 단어가 객체로 언급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종강 교수의 <우리가 몰랐던 노동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하종강 교수는 노동문제를 사회구조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동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하종강. <우리가 몰랐던 노동 이야기>. 나무야. 2018
 하종강. <우리가 몰랐던 노동 이야기>. 나무야. 2018
ⓒ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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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노력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사회 구조를 더욱 바람직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에 집중한다. 또한 노동기본권이 보장돼 저임금이 해소되고, 직종 간 임금 차별이 없어져야 지나친 경쟁 교육의 폐해를 없앨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네덜란드의 일화를 소개하며 위의 주장을 증명한다. 네덜란드의 한 중학생 장래희망은 벽돌공이다.

"벽돌공이 일하는 데 가서 보니까 하루 종일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일할 수 있더라고요. 나는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벽돌공이 돼서 평생 음악 들으며 행복하게 살 겁니다."

꿈이 현실과 멀지 않은 이유는 벽돌공의 수입이 대학 교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노동기본권이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프레임보다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때 경제의 선순환이 된다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 사회 구조를 바람직하게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은 학교에서 노동 인권 교육을 통해 노동 인권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가진 노동자로 길러져야 한다.

현재 노동에 대한 의식 수준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경제 발전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개인 또는 소수의 삶이 무시되는 일이 빈번하며 무시되는 경험의 축적이 우리의 의식에 짙게 깔려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파업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와 언론의 태도는 사용자 중심의 입장이다. 최근에는 '파업을 하더라도 피해 가지 않게 해야지'라는 다소 중도적(?)인 입장도 있지만 대체로 헌법 제33조 1항에서 규정한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저자는 다른 나라의 노동운동에 대한 시각과 우리나라를 비교하여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버스회사가 3년 동안 500회나 파업을 하는 바람에 교통이 계속 마비가 됐는데, 이 도시에 사는 거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대부분 시민들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그 사람들도 다 파업을 할 이유가 있었겠죠. 그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불편하다고 불만이나 늘어놓으면 나중에 내가 파업할 때 누가 내 권리를 이해해 주겠습니까?"(160쪽)


이탈리아 어느 지방 도시의 버스회사가 3년 동안 500회 파업했을 때 우리나라 리포터가 인터뷰한 내용이다.

실제 철도 및 지하철 노조가 파업하고, 학교 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했을 때 불편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을 한 당사자들이 문제가 아니다. 언론은 정당한 대우를 받겠다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적시하지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타인의 행복추구가 언젠가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의식 부족 등은 사회적 약자의 연대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 6만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을 때 많은 시민들이 '불편해도 괜찮아' 대자보로 파업을 지지하는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거대한 기업이 경제를 주도하여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프레임은 이미 낡아버린 이론이자 현실이다. 개인의 행복과 기본권이 소비로 이어지고 경제를 순환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 전제가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교육은 자연스럽게 노동조합과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적으로 개선시키고, 사회구조적으로 노동문제를 검토함으로써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꿈꿀 수 있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독서IN(www.readin.or.kr) 홈페이지 독서카페에 중복 게재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노동 이야기 - 하종강의 노동 인권 교과서

하종강 지음, 나무야(2018)


태그:#하종강, #우리가 몰랐던 노동 이야기, #황왕용, #노동 교육, #노동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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