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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말 국내 주요 언론들이 "20대 통풍 환자 급증...범인은 치맥", "치맥 열풍에 늘어나는 통풍...젊은층 급증", "20대 남성 통풍환자 5년새 1.9배 늘어"와 같은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습니다.

20대 통풍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는 모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인용하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은 20대 남성 통풍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 원인은 고지방, 고단백질 음식과 음주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영양상태가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치킨에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 열풍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입니다. 기름진 닭튀김에, 요산 수치를 높이는 퓨린이 많이 함유된 맥주를 함께 마시는 치맥이 통풍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라는 것입니다.

지난 5월 말 치맥이 통풍의 원인이라는 기사가 일제히 쏟아졌다
 지난 5월 말 치맥이 통풍의 원인이라는 기사가 일제히 쏟아졌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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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이 통풍의 핵심 위험 인자?

대부분의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면 '치맥'이 통풍 환자 급증의 원인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치맥=통풍 악화가 다수 의견입니다. 제가 진료를 받았던 의사도 '맥주와 치킨은 먹지 말라' 하였으며, 의사들 다수의견도 고기와 등푸른 생선 그리고 술을 멀리하라고 합니다. 기름진 치킨과 맥주로 대표되는 고단백, 고지방 음식들과 술을 통풍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에 집중 보도된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치맥' 이외의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YTN은 유병욱 순천향대 교수를 인터뷰 하였는데, "치맥이 원인이라는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2005년 미국 메사추세츠 의과대학 조사 결과, 만 21세를 기준으로 체중이 13.5kg 이상 증가한 모든 연령에서 통풍 발작이 약2배(1.99배)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는 치맥이라는 특정 식품이 원인이 아니라 대사증후군이나 비만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원인으로 보아야 하며, 맥주 뿐만 아니라 과한 음주는 모두 통풍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한편 언론보도와 비슷한 시기에 한 류마티스 진료 병원 블로그에도 '치맥 통풍 위험도는 얼마나 되나?'라는 제목의 글이 포스팅 되었는데,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은 오히려 "통풍은 음식을 크게 가릴 필요가 없는 질환"이라고 규정한답니다.

어느 정도 기준치를 넘어 매일 기름진 음식을 먹게 되면 신체 균형이 무너져 통풍이 더욱 심해질 수는 있지만, 적당한 육류 섭취와 다른 음식과 함께 골고루 영양 잡힌 식생활을 유지하는 경우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생성되는 만큼 요산이 배출된다면 통풍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생성된 만큼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고, 따라서 그 원인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통풍=치맥 공식, 왜 생겼을까

통풍의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는 '치킨과 맥주'
 통풍의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는 '치킨과 맥주'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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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실제 통풍을 경험한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치맥'이나 '육식'이 발작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발작이 일어나면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통풍은 음식을 크게 가릴 필요가 없는 질환"이라는 이야기를 믿고 싶지만, 막상 무시무시한 통풍 발작이 일어나면 결국 지난 며칠 동안 자신이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되새겨 보면서 후회(!)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치킨과 맥주' 이외의 다른 발병 원인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통풍 발작이 일어나는 다른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퓨린이 많은 음식, 요산을 많이 생성하는 음식을 먹은 기억을 떠올리며 후회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심한 발작이 찾아오면 너무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통풍에 나쁘다고 알려진 음식을 먹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통풍 발작이 멎고 안정기가 되면 "통풍은 음식을 크게 가릴 필요가 없는 질환"이라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지만, 다시 발작이 찾아오면 그 말을 믿고 아무 음식이나 골고루 먹을 수 없게 된다는 뜻 입니다. 발작을 겪고 나면 마음이 약해지지요.

그러다 보니 통풍=치맥 같은 등식이 널리 회자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늘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편이기 때문에 평소엔 그리 민감하게 음식을 가리지 않습니다만, 막상 발작이 일어나면 지난 3~4일 동안 뭘 먹었는지 되짚어보게 됩니다.

혹시라도 통풍에 나쁜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고 술과 고기라도 한두 번 먹었다면 여지없이 후회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후회 때문에 "통풍에는 치맥이 가장 나쁘다"는 인식이 실제보다 더 과장되어 확산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통풍, #비만, #요산, #퓨린, #치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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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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