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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지팡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었을까? 시골 경찰관들의 조그만 노력이 주민에게 감동을 전했다.

21일 오전, 경남 하동의 악양파출소 앞에는 노란 열매가 소낙비처럼 우수수 쏟아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키가 큰 경찰관이 나무 위에 올라가 지팡이로 부지런히 열매를 털고 있고, 밑에서는 그물망을 잡고 선 경찰관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나무에 올라간 경찰관이 지팡이로 나뭇가지를 강하게 흔들자 노오란 열매가 그물망으로 떨어진다. 바로 살구였다. 파출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살구 소동은 무슨 영문이었을까?

▲ 살구 털기 나선 악양파출소 나무에 올라간 경찰관이 지팡이로 나뭇가지를 강하게 흔들자 노오란 살구가 그물망으로 떨어진다.
ⓒ 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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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 앞마당에 있는 거대한 살구나무는 매년 이맘때면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무성하게 자란 나무는 매년 담장을 넘겼고 수많은 열매는 떨어져 길바닥을 초토화하기 일쑤였다. 도시에서는 돈을 주고 사서 먹는 이 열매가 파출소에서는 행인의 발에 밟혀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바로 '살구 털기' 작전이었다. 어차피 수확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이라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날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과 동네 주민이 합심하여 살구를 털기로 했고, 마침 지나가는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합세하게 된 것이었다.

민중의 '지팡이' 도움을 받아서인지. 떨어져서 더욱 빛나는 노란 살구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예쁜 향과 맛을 피워냈다. 이날 양을 헤아릴 수조차 없이 엄청나게 수확된 살구는 마을 주민들이 필요한 만큼 충분히 가져갈 수 있었다.

이날 작업에 함께 참여한 서은영씨는 "경찰업무로 쉽게 외면할 수 있는데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세심함과 관심에 감동했다"며 "나도 한 봉지 가득 들고 왔는데 쓸만한 것은 가족들과 먹고, 깨지거나 작은 건 잼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보여주기식 태도에서 벗어나 솔선수범으로 실생활에서도 빛난 시골 경찰관들의 따뜻한 마음, 역시 이 세상을 비추는 민중이 지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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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악양파출소,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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