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출구조사 결과 1위를 달리는 후보들을 모아놓은 선거방송의 한 장면을 두고 누리꾼들은 '한국 정치의 젠더 불평등을 실감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의 평을 남기고 있다.
 지난 13일 출구조사 결과 1위를 달리는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모아놓은 선거방송의 한 장면을 두고 누리꾼들은 '한국 정치의 젠더 불평등을 실감할 수 있다' 등의 평을 남기고 있다.
ⓒ SBS 영상 캡처

관련사진보기


'광역단체장 17명 중 0명, 기초단체장 226명 중 8명'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여성 광역단체장은 탄생하지 못했다. 여성 기초단체장은 지난 지방선거 9명에 비해 되레 한 명 줄었다. 이는 전체 기초단체장 중 3.53%에 불과하다.

사실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압승이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로 여성을 공천하지 않았고, 여성 기초단체장 후보로 고작 11명을 공천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는 세종시 송아영 후보가 유일했고, 여성 기초단체장 후보는 9명뿐이었다. 그밖에 원내교섭단체 정당에서는 정의당 소속 박주미 부산시장 후보가 나왔으나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여섯 번의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을 합해 총 1474명이 당선하는 동안 여성은 20명(1.4%)만이 당선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페미니즘'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치권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나마 광역·기초의원의 경우 사정이 비교적 낫다고 하지만, 시·도의회 같은 경우에는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여성 당선인 비율이 10%가 안 되는 곳도 존재한다. 특히 인천시의 경우 비례의원을 제외한 지역구 시의원 33명이 전부 남성이다. 전남의 경우도 지역구 시의원 52명 중 여성 당선인은 3명밖에 안 된다.

이와 같은 지방선거의 '여성 배제' 현상에 대해서 '여성 정치 운동' 단체인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이진옥 대표는 "학연·지연 등 연고를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지역 사회의 정치 네트워크가 너무나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정당 공천에 대해서도 "경선 과정에서는 조직과 돈 등의 자원에 있어서 명백한 성차가 드러나며 여성에게 불리하다"라며 "정당에서 '여성들에게 가산점 줄 만큼 줬다. 여성들이 못한 거다'라고 책임을 피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역구 공천에서의) 의무적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헌법으로 남녀동수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아래는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연고도 없고 자원도 부족한 여성들... 경선 제도 불리할 수밖에"

- 지방선거 7회 동안 단 한 명의 여성 광역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번에 당선한 여성 기초단체장도 8명에 불과하다. 왜 지방선거는 여성에게 유독 벽이 높을까?
"지역이 갖고 있는 '남성성'에 대해서 논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는 연고주의가 강력하게 작동한다. 그런데 학연·지연·혈연등의 연고는 여성에게는 없다. 여성은 항상 '시집을 가는' 이방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남성들은 동문회를 대부분 나가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동문의 존재를 모른다.

수도권이나 신도시처럼 이주민으로 이뤄진 곳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 사회가 유지돼온 곳은 남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정치를 만들어내는 네트워크도 폐쇄적이고 남성중심적이다."

- 네트워크라면?
"이를테면 '서초 지역 경제포럼'이 있다고 해보자. 지역의 이름을 거는 행사들은 다 남자들이 있다. 그런 곳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자본을 누가 가졌는지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된다. '남녀 임금 격차'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권력 자원이 이미 비대칭적인 상황이다. 여성은 선거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 회복이 남자들보다 더 힘들다. 리스크가 큰 것이다."

- 민주당은 경선에서 여성 가산점 25%를 줬고, 자유한국당은 여성+청년이면 최대 30% 가산점을 줬다. 이런 조치로는 부족하다는 말인가?
"선거는 자원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일단 경선을 하게 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경선은 조직 동원의 정도를 보여주는 일인데, 남성은 조직과 돈이 있고 여성은 없는 경우가 많다. 경선으로 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민주주의일지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정당의 공천 방식은 '백래시'(반격)에 문을 열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구조는 여성 공천 소외 문제를 꺼내면 '우리는 가산점 줄 만큼 줬다. 여자들이 못했다'는 평가가 돌아오게 된다. 여성후보가 자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낡은 공천 프레임은 여성을 배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 공직선거법 상으로도 지역구 여성 할당 30%를 규정하고 있으나,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 지켜지지 않는다. 대안이 없을까?
"헌법을 통해 남녀동수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지금은 여성 전략 공천을 할 경우 위헌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느냐. 그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근거는 '남녀동수 개헌'이다. 현행 선거 제도 자체가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방식이다. 카르텔을 부수고 균열시킬 수 있는 여성의 정치 참여 보장은 법적인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한명숙 전 대표가 '지역구 여성 15% 의무 공천' 원칙을 내세우자, 당내 남성들의 반발이 거셌다. 정청래 전 의원은 '한명숙 이대 라인'을 언급하며 "남성이든 여성이든 특권 낙하산 공천은 반대한다"라면서 당 지도부를 공격했다. 또한 민주당 남성 예비후보들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여성 의무추천제는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한 유권자 선택권과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라며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민주통합당이 공천한 지역구 후보 209명 중 여성은 20명(9.6%)에 그쳤다.

 지난 19일~20일 "대통령 개헌안에 '성평등 관점'이 빠져있다"라 짚었던 여성단체들이 26일 재차 성명을 내고 "여성·남성의 동등한 정치참여 보장은 10차 헌법에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범여성계 단체 회원들이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을 촉구하는 모습.
 지난 3월 19일~20일 "대통령 개헌안에 '성평등 관점'이 빠져있다"라 짚었던 여성단체들이 3월 26일 재차 성명을 내고 "여성·남성의 동등한 정치참여 보장은 10차 헌법에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범여성계 단체 회원들이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을 촉구하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여성이 얼마만큼 대표되고 있는지 질문할 때"

- 3월에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은 '남녀동수'가 들어있지 않았다.
"민주당도 (남녀동수 개헌에) 부정적이었다. 대통령 헌법안이 나온 이후 남녀동수 조항 포함을 촉구하러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가니 '여성만 챙길 수 없다. 가난한 농민을 챙겨야 한다'고 답했다. 왜 여성이 빈곤율이 높은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당내 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누구를 공천하느냐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바로미터인데, 민주당은 이에 대한 철학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 개헌을 통해서 여성 할당이 의무화 되면, 할당 비율은 어느 정도로 잡는 게 현실적으로 적당하다고 보나.
"'적당한' 비율은 없다. 미국의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에게 기자가 '대법관 9명 중에 여성 몇 명이 적당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긴스버그 대법관이 '9명 전원 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누구도 대법관 중 남자 몇 명이 적당한지 물어본 적은 없다. 50%를 이야기하는 것도 '상징'이다. 단순히 숫자로 환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동수개헌이 된 국가들도 아직 50%을 못했다. 그렇지만 그 국가들에선 여성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다. 그 헌법조차 없으면 변화도 전혀 없을 것이다."

- 최근 #투표용지에_여성정치인 태그 운동이 있었다. 선거 후보 중에 여성을 무조건 찍고, 해당 지역에 여성 후보가 없으면 '여성정치인'이라고 쓰면서 무효표를 통해 의견을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다. 고무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전에 사회적으로 (여성 정치에) 관심도 없지 않았나. 그동안의 페미니즘이 '여성이 얼마만큼 대표되는가' 질문한 적 있었나. 정치하는 여성 자체가 '상징'이다. 정치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것 자체가 이미지고 해석의 영역이다.

페미니스트 운동의 영역에서 여성 공천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의 정치적인 이상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정치가 반드시 (페미니즘의 가치를 내건)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만을 통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기에서는 집권 여당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민주당의 공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


댓글4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