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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경기도의원 후보 황대호씨가 명함을 나눠주던 친구 어머니를 만난 뒤 웃고 있다.
▲ 우리 어머니에요, 보셨어요? 유세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경기도의원 후보 황대호씨가 명함을 나눠주던 친구 어머니를 만난 뒤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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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우리 어머니세요. 하하, 어머니 화이팅! 진지 드시고 하세요."

선거 유세 차량을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던 황대호 경기도의원 후보(수원4선거구)가 친구의 어머니를 보고 소리쳤다. 어머니는 명함을 돌리다 말고 아들이 탄 차량을 보고 다가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어머, 저 사진 나오는 거예요?"

친구 어머니와 진짜 엄마처럼 인사를 나눈 황대호(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후보는 올해 33살이다. 이 청년이 쟁쟁한 선배 정치인들을 뚫고 당내 경선에서 도의원 후보로 결정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청년 가산점을 주는 경선룰의 혜택이 없었어도 수원시 4선거구(율천동, 구운동, 서둔동) 도의원 후보로 확정될 수 있었다.

김호진 후보의 어머니가 경기도의원에 출마한 아들이 탄 선거 유세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대호야 반갑다, 힘내 우리 아들! 김호진 후보의 어머니가 경기도의원에 출마한 아들이 탄 선거 유세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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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놀랐어요. 경선 상대 두 분 모두 20년 넘게 수원에서 지역 활동을 해오신 기라성 같은 선배 정치인이셨거든요. 아마도 경선의 룰이 저 같은 청년도 후보가 될 수 있을 만큼 공정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대호 후보가 확정되자 경선에 나선 선배 정치인들은 다가와 놀랍다며 축하해주며, 멘토가 되어주겠노라고 손을 내밀었다. 서수원의 '큰 호랑이', 대호씨는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율전동에서 나서 자란 토박이였다. 그래서 서른 세 살의 청년 후보에게 지역 선거구는 그냥 동네마을 자체였다. 대호씨는 경선을 준비하며 자신이 아는 지역 당원들 550명을 모두 찾아가 만났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성균관대 역 앞 이슈나인 건물에 걸린 황대호 후보의 현수막
▲ 지역이 키운 젊은 일꾼 성균관대 역 앞 이슈나인 건물에 걸린 황대호 후보의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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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지방 선거입니다. 염태영 시장 초선 되었을 때 청년 정책 팀장이었어요. 이 지역에서 선거를 치러 보기도 했죠. 그 과정 속에서 일반 시민이셨던 분들을 당원으로 만들어 함께 하기도 했어요."

꾸준히 지역 활동을 해온 황대호 후보는 율전동, 서둔동, 구운동의 지역 봉사 단체와 관변 단체 단체장까지 두루 두루 알고 있었다. 듣고 나니 경선 통과는 이변이 아니었다.

"율전동은 동막골 같은 정서가 있어요."

지금처럼 건물들이 들어서기 전에 율전동은 이름 그대로 밤나무 밭 시골이었다. 눈 오면 같이 눈 치우고, 장마가 지면 같이 담을 쌓던 동네였다. 십수 년 만에 도시 환경으로 바뀌었어도 사람들은 그대로 있었다.

지역 어르신의 안내를 받아 인사를 드리러 간 황대호 후보가 명함을 건네주었다.
▲ 황대호 인사드립니다. 지역 어르신의 안내를 받아 인사를 드리러 간 황대호 후보가 명함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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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공고를 나와 명지대를 거치며 축구 선수의 길을 걸었던 대호씨는 큰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 꿈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그가 다시 힘을 얻은 건 동네 어르신들이 건네 준 격려 덕분이었다.

"너무 힘들었죠. 조금 괜찮아지자마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청년 재능 기부 봉사 단체를 만들어 동네를 돌아다녔어요. 2009년에요. 거기서 지역에 살고 계신 분들을 만나면서 제가 치유되고 회복되었어요. 이 일이 저를 완성 시킨다는 느낌을 받았죠."

수원시 좋은시정위원회의 교육/자치 분과와 남북교류협력위원회 활동을 했던 율전동의 청년은 말했다.

"재능 기부를 하다가 이번엔 나도 멘토링 특강을 받아보자는 맘에 강사를 모셨는데 그게 염태영 후보였어요. 그때의 인연으로 염태영 시장 캠프의 청년 정책 팀에 들어가게 됐죠. 당선되자 좋은 시정위원회와 남북교류협력위원회의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유세 차량 이동 중 만난 황대호 후보의 아버지.
 유세 차량 이동 중 만난 황대호 후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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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전동을 지나 구운동으로 가는 유세 차량에서 황대호 후보가 손을 흔들어 인사하다 그분이 누군지 소개를 해주기도 했다. 얼마 안 가 이번엔 명함을 나눠주고 있는 아버지를 만났다.

"우리 아버지세요. 아버지!! 여기 손 한 번 흔들어주셔요."
"어, 여기서 명함 많이 나눠줬다. 이제 저쪽으로 가봐야겠어."
"네 아버지, 아이고 무리하지 마셔요. 아버지! 명함 떨어졌어요. 바닥에!"

수원시의 정책이 돌아가는 모양을 관찰해 본 청년 후보는 문제가 도의회에 있다고 생각했다. 예산과 권한 문제를 들먹이며 할 수 있는 일을 안되게 만드는 정쟁을 보고 대호씨는 경기도 의회에 들어가야 수원시가 정책을 제대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비와 도비를 받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요. 제가 지금 공약으로 내건 사업들은 지난 8년 동안 정쟁 때문에 묶여 있던 것이에요. 그래서 제가 출마하며 이번에 자신있게 내걸었죠."

인사를 건네다 명함을 떨어뜨린 아버지께 알린 뒤 웃고 있는 황대호 경기도의원 후보
▲ 아버지, 명함 떨어졌어요! 인사를 건네다 명함을 떨어뜨린 아버지께 알린 뒤 웃고 있는 황대호 경기도의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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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1년 반 동안 결혼식을 올린 대호씨는 경선 3일 전, 아기를 데리고 응급실에 다녀왔다.

"길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이 저를 보고 꼭 물으시는 게 어, 결혼은 했고? 아이는 있어? 이거예요. 55일 전에 아빠가 되었어요."

정치판에서 청년이란 늘 투표가 끝나면 버려지는 존재였다. 더불어민주당의 도의원 후보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일을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게다가 우리 선거 문화는 너무 재미없어요."

선거 기간 동안 주민들과 만나는 게 즐겁다는 대호씨. 이번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고 싶다고 욕심을 밝혔다.
▲ 저는 이번에 즐기면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선거 기간 동안 주민들과 만나는 게 즐겁다는 대호씨. 이번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고 싶다고 욕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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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즐거운 축제이길 바랐던 대호씨는 상대 후보와 만나면 먼저 반갑게 인사했다.

"저는 이번에 즐기면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선거 기간 동안 주민들과 만나는 게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큰 정치를 하고 싶어요. 이번엔 욕심을 내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서 당선되고 싶어요."

지역 의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지방 선거였지만, 돈 없는 청년들에게 출마는 어불성설이었다.

"국회의원들은 후원금을 받지만 기초 광역 의원들은 그런 거 할 수 없어요. 길이 더 막혔다고 봐야죠. 선거도 돈 있는 사람이 유리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시민들이 정치의 장인 선거를 재밌게 바라보게 해야 하는데, 선거법에선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아요."

선거 사무장을 맡은 후배 김창희씨(왼쪽)와 더불어 사전 투표를 독려하는 사진을 찍고 있는 황대호 후보
▲ 6.8일 사전투표 있습니다! 선거 사무장을 맡은 후배 김창희씨(왼쪽)와 더불어 사전 투표를 독려하는 사진을 찍고 있는 황대호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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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무장을 하는 김창희씨는 13살부터 동네에서 알고 지낸 형 동생 사이였다. 창희씨도 운동을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때 버팀이 되어 준 형이 대호씨였다.

"후보가 먼저 즐겁게 움직이니 같이 하는 참모들도 즐거워해요. 그런데 제가 봐도 정말 많이 돌아다녀요. 옛날 같이 운동할 때도 혼자 학업도 병행해야 된다면서 공부했어요. 그때 저도 같이 어울린 덕에 지금 교육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어요.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에요."

유세 차량을 타고 경기 상상 캠퍼스에 도착한 대호씨는 더불어민주당 수원 지역위원회 후보들과 사전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 사진을 함께 찍었다. 소수 정당들이 더불어민주당을 기득권이라고 비판한다고 묻자 도의원 후보가 답했다.

"저도 지난 선거까진 야당이었는데... 하하. 수원이 보수 지형의 도시였죠. 촛불 혁명을 계기로 이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다들 청년 후보들을 많이 냈더라구요."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 없다고 말한 황대호 후보가 말을 이어갔다.

"아유 저놈의 정치 내가 확 바꿔야지 이런 맘을 갖고 뛰어들면 이젠 주민들한테 신뢰를 주기 힘들어요. 같이 가야해요. 청년들이 먼저 주민들과 후보들을 찾아가 정책 대화를 끌어내야죠. 후보님들 만나면 제가 먼저 덕담을 건넵니다. 그럼 분위기가 달라져요. 이렇게 바꿔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

사진 찍을 때, 아직은 자연스런 미소가 안 나오던 서른 세 살의 청년 정치인은, 수원 시민들을 향해 경기도의원이 뭘 하는 자리인지 보여주겠다고 투표를 호소했다.

더불어 민주당 수원(을) 지역위원회의 후보들과 국회의원 백혜련씨와 함께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단체 사진을 찍은 황대호 후보
▲ 사전투표 함께해요! 더불어 민주당 수원(을) 지역위원회의 후보들과 국회의원 백혜련씨와 함께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단체 사진을 찍은 황대호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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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황대호, #경기도의원, #후보, #지방선거, #율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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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경험은 겹겹이 쌓여 그가 위대한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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