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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돈(우리가 사는 집 주변에서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을 내는 물질-건강백과 참고) 침대가 큰 이슈였으나 관심을 갖지 못했다. 직접적으로 대진 침대를 사용하지 않았고, 얼마나 큰 문제가 될 것인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의 조사 결과 발표 혼선으로 더 큰 이슈가 되었으나 전문가의 설명을 그대로 수용할 정도로 무지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 사고를 통해 원전의 위험을 알게 되었지만 잠시 뿐이었다. 고등어 구입할 때나 일본산인지를 확인한 후 장바구니에 구별하여 담는 정도의 관심뿐이었다. 김익중 교수가 쓴 <한국 탈핵>을 읽기 전까지 말이다.

김익중 교수의 <한국 탈핵>은 후쿠시마 핵사고의 개요와 일본의 오염 상황, 한국에 끼치는 영향을 시작으로 내용을 열어간다. 핵 사고의 원인과 탈핵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 대안으로 재생가능에너지로 방향 전환을 제안한다.

핵 발전은 우라늄을 연소시켜서 물을 끓이고, 수증기를 이용하여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원자력의 경우 에너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번 들어간 핵연료는 약 4년 동안 밤낮없이 물을 끓인다.

4년 후에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되는데 여전히 뜨겁다. 10년 이상을 식힌 고준위 핵폐기물은 10만 년에서 100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김익중 교수의 말에 따르면, 100만 년 이상을 지킬 수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완성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다시 얼마 전 라돈 침대 논란을 정리해보자. 원안위에서 논란이 된 라돈침대가 연간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다가 며칠 만에 조사결과를 뒤집었다. 1차 조사와 2차 조사 결과가 달라 불신을 야기했으며 2차 조사의 결과는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의 최고 9.3배에 달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하며 이는 기준치 이하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의학적으로 안전한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118쪽)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보고서 「BEIR Ⅶ」 - 한국 탈핵 114쪽에서 재인용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보고서 「BEIR Ⅶ」 - 한국 탈핵 114쪽에서 재인용
ⓒ 김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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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 논란 직후 기준치 이상이냐, 이하냐가 중요한 이슈였다. 그러나 김익중 교수의 말에 따르면 기준치 이하와 이상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제시된 그래프는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의 보고서 「BEIR Ⅶ」로 역치가 존재하는 분홍색 그래프를 채택하지 않는다.

그의 책에서는 그래프의 결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하고, 역치(기준치 이하에서는 암 발생이 증가하지 않는 피폭량)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사선 피폭량의 기준치는 관리를 위한 기준치이지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기준치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에 방사선 안전 기준치가 20배 상승했다. 연간 1mSv(밀리시버트)였던 기준치는 20mSv로 상향 조정되었다. 그 까닭은 기준치가 높을수록 정부가 보상할 금액이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인간은 자연방사능과 병원방사능에도 노출된다. 호흡기를 통한 내부 피폭, 피부를 통한 피폭, 음식을 통한 내부 피폭 등 연간 방사능 피폭량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돈을 들여가며 기준치 이상이든 이하든 라돈에게 피폭 당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

『네이처』지에 발표된 세슘의 오염도 - 오염된 면적이 남한의 면적과 비슷하다. <한국 탈핵> 40쪽에서 재인용함.
 『네이처』지에 발표된 세슘의 오염도 - 오염된 면적이 남한의 면적과 비슷하다. <한국 탈핵> 40쪽에서 재인용함.
ⓒ 김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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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자력 발전 이야기로 돌아온다. 한국의 원자력은 20기 이상 돌아가고 있다. 좁은 땅에서 원자력 밀집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방사성 세슘이 오염된 토지는 남한의 면적과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원자력 발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탈핵>은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논리를 하나씩 무너뜨렸다.

먼저 원자력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체르노빌 핵 사고와 그 후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원자력이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원자력은 경제적으로 저렴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매력은 재생에너지는 비싼 반면 원자력은 싸기 때문이라는 점이었다.

소량의 우라늄으로 증기터빈을 4년 동안 돌린다는 측면에서 누가 봐도 경제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 단가 계산 근거는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고, 원전에서 드러나지 않는 비용이 무시되고 있기도 하다. 사고 발생 위험비용, 원전해체 및 환경복구 비용,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비용 등이 산정되지 않았다. 고준위, 저준위 핵폐기물은 10년, 20년의 문제가 아니다. 원자력은 현 세대 안전을 담보로 편리를 추구하는 행위이자 미래 세대를 수탈하는 행위다.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 오래된 원전이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방증한다. 후쿠시마 원전 1호~6호기 중 2011년 사고 당시 30년 이상 된 원전 1-4호기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30년이 되지 않은 5-6호기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님을 알려준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원전을 멈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 방법으로 오래된 원전은 연장시키지 않고 가동을 중단시킨다. 그렇게 단계적으로 원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원안위는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가동 중단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월성 원전 인근 주민들은 원안위를 상대로 수명 연장 허가 위법에 대한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해 2월 서울행정법원은 수명연장 허가가 위법했으니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원안위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중인 상황이다.

이미 세계 많은 나라가 탈핵의 길로 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기본 방향도 탈핵의 길로 가려고 노력 중임을 느낀다. 그럼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방사능과 핵사고 위험 앞에서 아직 두렵기 때문이다. 있지도 않을 위험에 두려워하고만 있는 게 한심한가?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한심한가? 이왕이면 '안전한 한심'이 낫다.

안전한 한심을 위해서는 재생가능에너지로 눈을 돌려야 한다. 중국도 핵 발전 비중은 약 2퍼센트에 불과하고, 세계 풍력발전량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전기 수요를 관리하고 세계적 추세인 탈 원전의 길로 가야 한다. 그 답이 재생가능에너지다.

주변에 많은 태양광에너지를 설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2015년 기준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왜 재생가능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지 않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전기의 약 70퍼센트를 화력발전으로 충당하고, 30퍼센트 정도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다.

원자력이 생산하는 전체 전기 30퍼센트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려면 국토의 2퍼센트를 태양광 판넬로 덮으면 된다고 한다. 태양광 판넬의 용량과 에너지 효율성 그리고 태양이 떠 있는 시간(하루 4시간으로 계산)으로 계산한 것이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신축 건물 옥상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고 고속도로, 바다, 휴게소의 주차 공간을 활용하면 충분하다. 물론 산을 깎아서 나무를 베어내고 태양과 판넬을 설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함을 전제한다. 국토의 2%를 어떻게 태양광 판넬로 채울 것인가? 김익중 교수가 제시한 사진에 답이 있지 않을까?

2018, 5. 25 서울의 한 강연장에서 태양관 판넬 설치 장면을 소개하는 김익중 교수
 2018, 5. 25 서울의 한 강연장에서 태양관 판넬 설치 장면을 소개하는 김익중 교수
ⓒ 황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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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독서IN(www.readin.or.kr) 홈페이지 독서카페에 중복 게재합니다.



한국 탈핵 -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

김익중 지음, 한티재(2013)


태그:#황왕용, #한국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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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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