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 실무자/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 실무자/활동가들이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국제개발협력이 부르짖는 인권과 연대, 평등과 같은 가치 안에 실무자와 활동가들의 인권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도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국제개발협력이란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 해결과 사회 발전을 위한 다층적인 공공 민간의 노력과 행동을 통칭한다. 물론 국제개발협력 사업 안에는 '성평등'의 가치도 포함된다. 그러나 지금껏 국제개발협력 활동 속에서 수많은 성폭력이 일어났고, 그것이 계속 은폐되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오전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모임'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개발협력 단체에서 일하던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고, 조직 내 젠더평등 문화 정착과 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2월 7일부터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 페이지를 만들어 모임을 조직했고, 지금까지 페이지에는 11개의 익명 성폭력 폭로가 올라왔다. 이 모임에는 전·현직 국제개발협력 실무자와 활동가 13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성명을 발표한 참가자들은 "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활동 범위가 국내와 해외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국가와 인종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이 있었고, 그간 비공식적으로만 토로되었다"며 국제개발협력 미투운동의 의의를 밝혔다.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한 피해자들의 폭로 글에 따르면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의 피해, 현지인에 의한 한국인의 피해, 한국인에 의한 현지 피해 등 각각 다른 형태의 성폭력 피해가 이어지고 있었다.

대독된 글에서 한 여성은 "출장을 온 단체 대표가 선물을 주겠다며 사무실 옆에 있는 집으로 데려갔다가 갑작스럽게 뒤에서 껴안았다"며 "성추행 이후에도 둘이 함께 술을 사러 나가야 했으며 단체 팀장에게 말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그 이후에도 파견된 봉사단원도 성희롱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밖에도 도서관 건립 사업을 위해 만났던 현지 교장선생님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입었고, 이를 한국사무국에 고발했으나 은폐되었던 일, 아프리카 현지로 간 단체 대표가 술자리에서 허리에 손을 두르는 등 현지 여성과 자신에게 성추행했던 일 등이 폭로됐다.

이날 지지발언을 한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은 "해외 현장에서 젊은 여성들을 향해서 남성들이 성추행과 성희롱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을 지적했을 때 '좋은 일 하는데 왜 사소한 문제제기를 하느냐'는 말이 돌아왔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제개발협력의 인도적이고 평화적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센터장은 "미투(성폭력)는 단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발생하는 조직의 문제이고 허용하는 사회의 문제이고, 그것을 방치하는 국가의 문제이다"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들은 협력하고 연대할 것이며, 국가에서도 본격적으로 나서기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말하고 소리치고 바꾸자"며 발언을 마쳤다.

참가자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유·무상 원조기관과 민간분야 주체들은 성차별·성폭력 가해자와 가해 기관을 확실하게 처벌하고 각종 연대 활동 및 현장 파견 등에 제약을 두는 제도를 마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은 "성평등 실현과 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제개발협력이 주창하는 고귀한 가치를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태그:#국제개발협력, #NGO, #미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