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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최근 발생한 갑질 논란에 관련해 피의자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성실히 조사받겠습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이른바 '대한항공 사태' 이후 처음으로 경찰에 소환됐다. 이씨는 28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했다.

경찰은 이씨의 폭행 등 혐의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씨는 호텔 증축 공사 및 자택 리모델링 공사 현장의 인부, 자택의 경비원·가사도우미·수행기사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린 이씨는 약 3분 간 포토라인에 섰다. 이씨는 고개를 반쯤 숙인 채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다만 피해자 회유 시도 여부를 묻는 질문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 사실입니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가위나 화분 던진 것 맞나요?
"죄송합니다."

- 피해자 분들 회유를 시도한 적 있습니까?
"없습니다."

- 지금 심경은 어떠십니까?
"피해를 끼쳐 피해자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임직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화분이나 가위 던진 것 맞나요?

"성실히 조사를 받겠습니다."

- 상습적으로 폭행하신 사실 있나요?
"조사를 받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죄송하단 말 외에 할 말 없으신가요?
"성실히 조사받겠습니다."

- 앞서 혐의를 부인했는데, 여전히 같은 입장인가요?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 죄송하단 말 외에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

조씨 일가 중 세 번째 소환... 밀수,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등 재차 소환 예정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최근 발생한 갑질 논란에 관련해 피의자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최근 발생한 갑질 논란에 관련해 피의자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앞서 공개된 이씨 동영상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14년 찍힌 동영상 속 이씨는 호텔 증축 공사 현장의 여성 인부의 팔을 잡아채고, 거세게 등을 밀치며 폭행을 저지르고 있다. 또 이를 말리는 남성 인부의 서류뭉치를 빼앗아 내팽개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이씨를 둘러싼 폭언·폭행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2013년 자택 리모델링 공사 작업자에게 폭언을 내뱉는 음성파일이 공개됐고, 이때 폭행도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호텔 직원이 본인을 할머니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폭언을 내뱉고, 자택의 가사도우미 및 수행기사에게 폭언·폭행뿐만 아니라 가위와 화분까지 던졌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이씨는 대한항공 홍보실을 통해 이러한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경찰은 복수의 피해자 증언을 토대로 업무방해·상해·상습폭행·특수폭행 등의 혐의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사태가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이씨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 중 세 번째로 조사받는 인물이 됐다. 이씨의 막내딸이자 이른바 '물세례 사건'의 주인공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 1일 폭행 혐의 조사를 위해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했다. 맏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4일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출입국 당국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은 이씨도 받고 있는 혐의다. 출입국 당국은 조 전 부사장에 이어 이씨도 곧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을 조사한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6월 초 이씨를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두 딸과 함께 밀수 혐의도 받고 있다. 관세청이 세 사람에게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린 만큼 조만간 소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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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민중당 "구속 수사하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최근 발생한 갑질 논란에 관련해 피의자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정의당과 민중당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경찰에 출석하는 이씨와 대한항공 총수 일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씨가 차에서 내려 포토라인에 서있는 동안 이들의 "조씨 일가 물러나라", "이명희를 구속하라" 구호가 쏟아졌다.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대한민국에 뿌리 깊은 갑질 문화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가장 큰 갑질 적폐의 뿌리를 뽑는 것"이라며 "이씨를 비롯한 조씨 일가가 지금 있어야 할 곳은 대한항공 오너 사무실이 아니라, 호화로운 주택이 아니라, 감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출신인 권수정 서울시의원 후보(비례대표)도 "갑질에 대한 분노를 넘어 우리는 이제야말로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바로 세울 기회를 맞고 있다"라며 "조양호 일가 퇴진, 그리고 이들에 대한 구속수사 및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는 날까지 대한항공 노동자들과 함께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재벌 갑질은 여론만 가라앉으면 피고인이 반성했다는 이유로 관대한 처벌을 받아왔다"라며 "사법부는 재벌에게도 법이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알려주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중대 범죄자인 이씨를 긴급 체포해 구속 수사해야 한다"라며 "그가 경찰청을 걸어나오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면 국민의 분노는 사법부로 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박소영
포토라인에 선 세 모녀 (왼쪽부터) 5월 2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소환되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5월 24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철 이민특수조사대에 소환되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지난 5월 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소환되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 ⓒ 유성호/이희훈
태그:#이명희,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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