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과잉커뮤니케이션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피곤함

18.05.26 16:1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프랑스의 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 모습을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표현했다. 오늘 날 다양한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는 언제 어디서나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의 과잉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의 개념과 상통하지 못하고 '비만'과 같은 질병에 비유되고 있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잉사회가 우리에게 왜 질병과 같은 존재 일까.

서양의 커뮤니케이션은 라스웰(Harold Lasswell)의 S-M-C-R-E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 이 모델은 S(source, 화자)가 C(channel, 미디어)를 통해 M(message, 메시지)를 보내면 E(effect, 효과)가 R(receiver, 수용자)에게 일어남을 말한다. 이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인쇄술의 발달로 책을 만들게 되고 이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일방향적인 모델은 피드백과, 잡음을 포함하지 못하는 단정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현대 미디어 사회를 설명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현대 미디어 사회가 소통의 확장을 일으킨 것은 확실하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수 없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 과잉된 정보는 수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정보가 많이, 빠르게 생산 되면서 우리는 그 속에서 정말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아졌고, 어떤 정보를 선택해야하는지, 어떤 정보가 맞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어려워졌다. 즉 수많은 정보들이 오히려 원활한 소통을 저해 하고 있는 것이다. '군중 속 고독', '풍요 속의 빈곤'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커뮤니케이션 과잉 사회는 가짜뉴스의 침범을 돕는다. 여기저기서 쉽게 정보를 쏟아내는 미디어 환경은 가짜뉴스, 황색뉴스들이 진짜 뉴스인 척 하는 것을 수월해지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오보라고 할 수 있는 '세월호 참사' 사건 또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가짜뉴스를 구분하지 못했던 처참한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참사 당시, 국내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은 진도, 목포 등 인근으로 취재진을 파견했고 세월호 관련 뉴스와 정보는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 많은 정보 속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건 '전원구조' 라는 타이틀이었다. 이 충격적인 오보는 현대사회의 풍요로운 미디어 체계 덕분에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갔고, 여기에 자극성과 선정성이 더해져 더 깊은 오해를 만들어냈다. 물론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는 정부발표 내용을 아무런 의심이나 검증도 없이 그대로 보도해버린 언론의 '무책임함'과 '받아쓰기식 보도' 에서 비롯한 것의 예로 사용하는 것이 더 맞다. 하지만 과잉 커뮤니케이션과 과도하게 발달한 미디어 사회는 이 오보를 심화시키는 데 아주 큰 기여를 했다.

SNS는 과잉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도래하게 한 가장 대표적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SNS를 통해 궁금하지 않은 타인의 일상까지 알게 된다. 아무리 평범한 일상이라곤 하지만 사람들은 긍정적인 모습을 SNS에 올린다. 좋은 음식, 좋은 풍경, 좋은 물건 등등,,, 인간은 상대적인 존재라서 이러한 긍정적임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자신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결국 SNS피드 속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들이 이용자에게 피로감을 주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인맥관리를 위한 SNS활동, 퇴근 후에도 울려대는 직장 상사와의 단체 카톡방까지. 비약적인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과잉 커뮤니케이션이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타입의 스트레스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 가수 딘 의 "Instagram" 이라는 노래가 오랫동안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로서 "이놈의 정보화 시대/ 피드 속 나완 다른 세상/ 아는 것이 더 괴롭다"는 가사가 비단 가수 '딘'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모르는 게 약이요, 아는 게 병이라던 우리네 속담. 21세기 정보화시대까지 내다본 선인들의 지혜에 놀람을 금치 못하며 우리 모두가 넘쳐나는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최소한의 피로감으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참고 문헌
[1] 손달호,김경숙 "SNS 피로감 및 부정적 느낌이 SNS 중단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정보시스템학회, 2016, p114,117,125.
[2] 정혜인 "커뮤니케이션 과잉 사회에서의 내적 결핍에 대한 시각표현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2013, p10,13.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