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삼각편대'... 김연경(192cm·대한민국), 보스코비치(193cm·세르비아), 라르손(188cm·미국)

'꿈의 삼각편대'... 김연경(192cm·대한민국), 보스코비치(193cm·세르비아), 라르손(188cm·미국) ⓒ 박진철·FIVB


김연경(31세·192cm)이 다음 시즌 터키 리그 에자즈바쉬(Eczacıbaşı)에서 뛴다. 그의 선택은 한국과 세계 배구계에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최종 선택은 선수로서 더 많은 업적(커리어)을 쌓는 것이었다. '여자배구 세계 최고' 자리를 누구도 넘볼 수 없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하이가 에자즈바쉬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제시했음에도 뿌리친 이유이다.

터키 리그는 여자배구 세계 최고봉이다. 유럽배구연맹(CEV)이 매기는 유럽 여자배구 리그 순위에서도 압도적 1위다. 2위는 이탈리아 리그, 3위는 러시아 리그다.(2018~2019시즌 적용 기준)

김연경에게도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11~2012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6년 동안 페네르바체에서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그가 남긴 발자취도 화려했다. 터키 리그 우승 2회(2014~2015, 2016~2017), 터키컵 우승 2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11~2012), 유럽배구연맹컵 우승 1회(2013~2014)를 달성했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체력 관리와 국가대표팀 활약에 집중하기 위해 중국 리그로 갔다. 중국에서도 직전 시즌 6위에 그쳤던 상하이를 1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팀으로 만들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7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중국과 한국에서 연일 뜨거운 화제가 됐다. 실력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의 흥행을 한 차원 높여주는 초대형 스타임을 증명해 보였다.

세계적인 부자 구단들이 김연경 영입에 매달리는 건 당연했다. 올해도 여러 구단으로부터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경쟁 구단들이 막판까지 높은 연봉과 좋은 조건들을 추가로 쏟아내면서 협상과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연경 소속사의 설명에 따르면, 김연경이 에자즈바쉬와 체결한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지난해 주팅(25세·198cm)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 구단의 고민... '엄청난 투자, 불만족 성적'

에자즈바쉬는 여자배구 세계 최고 클럽 중의 하나다. 터키 리그에서도 가장 많은 우승을 달성했다.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초호화 군단을 구축했음에도 2011~2012시즌 우승 이후 6년 동안 터키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바크프방크가 4번, 페네르바체가 2번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 2016~2017시즌은 김연경 때문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을 겪었다. 당시 에자즈바쉬는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골든 세트(챔피언결정전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추가 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골든 세트에서도 페네르바체에 14-10으로 앞서갔다. 한 점만 더 따면 챔피언결정전에 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내리 6점을 내주며 믿기지 않는 역전패를 당했다.

대역전극을 주도한 선수가 바로 김연경과 에다(32세·188cm)였다. 김연경은 막판 연속 3득점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후 에자즈바쉬는 페네르바체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또한 3-4위전에서 바크프방크에도 패해 4위에 그쳤다. 그러면서 2017~2018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조차 출전하지 못하는 타격을 입었다.

지난 시즌에도 큰 아쉬움을 남겼다. 에자즈바쉬는 2017~2018시즌 터키 리그 정규리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바크프방크에 2승 1패로 앞서가다 막판 2연패를 당했다. 또다시 우승이 날아갔다. 라이벌 팀들에게 2년 연속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구단과 팬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자즈바쉬의 화룡점정 '김연경'... 완성형 공격수를 얻다

 불멸의 '세계 최고'를 향하여... 김연경, 2018 네이션스 리그 경기 모습 (2018.5.23, 수원 실내체육관)

불멸의 '세계 최고'를 향하여... 김연경, 2018 네이션스 리그 경기 모습 (2018.5.23, 수원 실내체육관) ⓒ 박진철


에자즈바쉬가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좌절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결정적일 때 승리를 이끌어내는 임팩트와 뒷심이 부족하고, 공격에 비해 수비 조직력이 탄탄하지 못했다.

결국 김연경 영입은 에자즈바쉬에게 '화룡점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부족했던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줄 '유일한 옵션', 즉 세계 최고의 완성형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매 경기마다 수비에서 살림꾼 역할을 다 하면서 공격에서도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린다. 그뿐이 아니다. 동료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과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친화력까지 으뜸이다. 가는 팀마다 전력을 급상시키고, 우승 팀으로 만드는 이유이다.

에자즈바쉬는 다행히 지난 시즌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에 오르면서 2018~20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 부분도 김연경 영입이 절실한 요인이다. 우승이 필요한 에자즈바쉬, 최고 업적을 더 쌓고 싶은 김연경. 서로에게 '최상의 선택'이었다.

다시 보기 힘든 '역대급 공격진' 흥미진진

다음 시즌 에자즈바쉬 주전 선수 면면을 살펴보면, 전 세계 여자배구 팀 중에서 가장 기대되고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공격진은 현존 배구 선수를 가지고 구성할 수 있는 최고의 라인업이다. 축구에 비유한다면,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공격진보다 더 강하고 화려하다.

에자즈바쉬의 공격은 레프트 김연경(31세·192cm)과 라르손(33세·188cm), 라이트 보스코비치(22세·193cm)가 이끈다. 세 선수 모두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아래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자국 대표팀의 기둥으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특히 김연경은 한국이 세계 최강 중국과 유럽 강호 러시아에 압승을 거두는 데 선봉장이었다. 김연경의 경기력은 일각의 '기량 하향세'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격에서 강력한 파워와 예리한 각도, 고비 때마다 어려운 볼 처리 능력, 서브와 블로킹까지. 세계 최정상급 기량 그대로였다.

수비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중국은 거의 모든 서브를 김연경에게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그러나 김연경은 완벽하게 받아냈다. 중국의 강한 공격을 걷어내는 디그와 2단 연결 토스까지 뛰어났다. 러시아도 김연경에게 서브 공략을 하다 완패를 당했다.

24일 한국에게 완승을 거둔 이탈리아 마찬티 감독은 경기 직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그는 "김연경은 굉장히 좋은 선수다. 서브 리시브를 많이 받을수록 경기에 집중하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며 "김연경에게 공을 주지 않는 쪽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너무 든든한' 보스코비치·라르손, 김연경 '체력 관리' 가능

보스코비치는 라이트 공격수에서 세계 최고 선수다. 세계적인 라이트 공격수로 러시아 곤차로바(30세·194cm), 네덜란드 슬뢰체스(29세·191cm) 등도 꼽히지만, 현재는 보스코비치가 가장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기량과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보스코비치는 '유럽 최강'으로 떠오른 세르비아(세계랭킹 3위)의 주 공격수다. 세르비아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지난해에는 세르비아를 유럽선수권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수상했다. 이번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22일 태국전에서 30득점, 24일 중국전에서 32득점을 기록하는 등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세르바아는 네이션스 리그에서 26일 현재 5승 1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보스코비치는 2015~2016시즌부터 3시즌 동안 에자즈바쉬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 유럽배구연맹컵 대회에서 에자즈바쉬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수상했다.

보스코비치의 최대 장점은 1997년생으로 나이가 젊은 데다, 공격 파워가 세계 최고라는 점이다. 다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중요한 대회에서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는 점이 흠이다. 김연경의 합류는 보스코비치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라르손은 김연경과 짝을 이룰 레프트 공격수로 최적임자이다.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완성형 레프트이기 때문이다. 김연경의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 부담을 나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라르손은 2014~2015시즌부터 4년 동안 에자즈바쉬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현역 미국 국가대표 주전 레프트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미국 대표팀 주전 레프트로 활약하며,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네이션스 리그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23일 네덜란드전에서는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18득점)을 올리며 3-0 승리를 주도했다. 미국은 네이션스 리그에서 5승 1패로 1위에 올라 있다.

터키 자국 선수들도 기량 출중... '트레블' 가능할까

에자즈바쉬는 김연경뿐만 아니라, 수준급 센터와 세터도 보강했다. 지난 7일 미국 국가대표 센터 기브마이어(31세·187cm)를 영입했다. 25일에는 터키 국가대표 세터 감제(26세·179cm)까지 영입했다. 두 선수는 현재 네이션스 리그에서 미국과 터키 대표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에자즈바쉬는 공격 삼각편대의 뒤를 받쳐줄 터키 자국 선수들의 기량도 탄탄하다. 레프트 멜리하(26세·188cm), 한데(22세·189cm), 센터 베이자(24세·192cm), 야세민 귀벨리(20세·187cm), 리베로 심게(28세·168cm)는 네이션스 리그에서 터키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레프트 귈데니즈(33세·183cm), 센터 뷔쉬라(29세·188cm), 세터 에즈기(24세·170cm)도 지난해 터키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등 좋은 기량을 갖고 있다. 특히 에즈기는 페네르바체 시절 김연경과 호흡이 잘 맞고, 김연경을 잘 활용하는 세터로 평가받았다. 지난 시즌 터키 리그 세터 부문 1위에 올랐다.

보스코비치·라르손과 더불어 터키 자국 선수들도 기량이 좋다는 점은 김연경에게 유리하다. 체력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연경의 공격과 수비 부담을 낮춰줄 수 있고, 약팀과 경기할 때는 휴식을 줄 수도 있다.

김연경이 합류한 에자즈바쉬. 과연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세계 배구계가 에자즈바쉬의 다음 시즌 활약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터키 리그, 터키컵,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제패하는 트레블(3관왕)까지 거론한다. 국내 배구팬들이 겨울을 기다리는 확실한 이벤트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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