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흑인 최초의 복싱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으나 백인을 이겼다는 괘씸죄로 투옥됐던 잭 존슨(1878∼1946)이 죽은 지 72년 만에 사면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사후 사면 서명식을 갖고 존슨에게 씌워진 인종 차별의 굴레를 벗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 역사에서 일어난 잘못을 바로잡고, 진정으로 전설적인 복싱 챔피언의 영예를 되찾아주기 위한 옳은 길을 걷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서명식에는 존슨의 유족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설득했던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현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세계 챔피언 디온테이 와일더, 은퇴한 헤비급 챔피언 레녹스 루이스 등이 참석했다.

 흑인 최초 헤비급 복싱 챔피언 잭 존슨이 죽은 지 72년 만에 사면됐다. 2018년 5월 25일(한국 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 서명식을 가진 후 소파에 놓인 글러브.

흑인 최초 헤비급 복싱 챔피언 잭 존슨이 죽은 지 72년 만에 사면됐다. 2018년 5월 25일(한국 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 서명식을 가진 후 소파에 놓인 글러브. ⓒ EPA/연합뉴스


1878년 텍사스주 갤버스턴에서 흑인 노예의 아들로 태어난 존슨은 1908년 백인 챔피언들 때려눕히고 세계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흑인 챔피언'은 백인에게는 치욕이었다. 존슨은 '위대한 백인의 희망'을 되찾으라는 사명을 띤 숱한 백인 선수들과 싸워야 했다.

전 챔피언 제임스 제프리스까지 은퇴를 번복하고 링에 복귀해 1910년 존슨에게 도전했지만, 결과는 15라운드 KO패였다.

존슨은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했지만, 존슨의 승리를 기뻐하는 흑인들을 백인 폭도들이 습격하는 광기가 미국을 휩쓸었다. 이로 인해 흑인 20여 명이 맞아 죽었다.

존슨은 링 바깥에서도 백인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고 맞서 백인들을 자극했다.

더욱이 백인들이 참을 수 없었던 점은 존슨이 끊임없이 백인 여자들과 스캔들을 일으키다 급기야 백인 여자와 결혼까지 한 것이었다.

백인사회에서 '공공의 적'이 된 존슨은 1913년 전 애인이었던 백인 매춘부 여성에게 피츠버그에서 시카고로 가는 기차표를 끊어 줬다는 이유로 기소된다.

매춘부가 주 경계를 넘어 여행하는 것을 금지한 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였지만 실제로는 그가 백인들을 불편하게 한 데 대한 앙갚음이었다.

존슨은 결국 전원이 백인 재판관으로 채워진 법정에서 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옥살이를 피해 즉각 해외로 도피했다.

하지만 도피생활에 지친 존슨은 1920년 미국으로 돌아와 10개월간 감옥살이를 했고, 말년에는 밤무대 가수로 떠돌다 1946년 교통사고로 숨졌다.

트럼트 대통령은 존슨의 투옥생활에 대해 "많은 이들은 인종적인 이유에서 촉발된 부정의한 처벌로 본다"며 존슨에게서 사후 72년 만에 전과자 딱지를 벗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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