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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에 걸려있는 한국장학재단의 플래카드
 새학기에 걸려있는 한국장학재단의 플래카드
ⓒ 김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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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대출 꼭 필요한 만큼만 신청하세요!"

2009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출범한 한국장학재단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제도와 학자금 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 장학금은 소득분위에 따라 기준 금액이 지원되며, 학자금 대출은 대학생이면 누구나 신청하여 학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다면 당장에 대학생 본인이 소득, 재산이 없더라도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몇백만 원이라는 돈을 대출받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돈이 없어서 대학에 못 간다는 말은 옛날 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장학재단을 이용하면 시중 대출상품보다 비교적 저렴한 이자로 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 후 일정 소득이 발생했을 때 상환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환 유예제도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로 정부는 꾸준히 학자금 대출 규모를 늘리면서 대출을 장려해왔다. 실제 '등록금이 비싸도 대출로 학교 다니고 나중에 취업하면 그때 갚으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큰 맹점이 존재한다. 쉬운 대출제도로, 즉 지금 없다면 빚내서 내고 나중에 갚으라는 이 대출이라는 방법이 과연 대학생들의 대학등록금 부담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한국의 등록금은 왜 이렇게 비쌀까

과거 반값등록금 열풍은 대학생들을 정치 참여로 이끌었다. 그만큼 대학등록금 문제가 심각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등록금 문제가 대학가의 쟁점으로, 한국사회의 문제로 떠오르게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독재정권으로부터 민주화를 요구했던 8, 90년대에도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투쟁이 새 학기에 있었다. 하지만 '민주화'라는 거대한 시대정신에 가려 '개나리투쟁'은 그렇게 미뤄졌다.

한국의 등록금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기획하여 한국대학연구소가 집필한 책 <미친등록금의 나라>에서는 한국의 사립대학 비중이 전체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립대학 비중을 가진 기형적인 구조"를 "우리나라에 현대적인 의미의 대학"이 들어서기 시작했던 미 군정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해방 이후 폭발하던 우리 국민의 교육열"을 미 군정은 "국, 공립대학 보다는 '사립대학'으로 해결"했고, 그 결과 한국은 세계에서 사립대학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또한, 미 군정은 "교육에 필요한 비용의 대부분을 학부모에게 떠넘기는 '수익자 부담원칙'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영세한 자본으로 대학을 설립했던 사학 재단들은 국가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한 채 대학 운영비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했다. "'교육받는 학생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라'는 수익자 부담 원칙"은 60여 년 이상, 이제는 70년의 역사를 거쳐, 한국 대학 등록금 정책의 배경이 되고 있다.

또 고등교육에 적용되는 이 '수익자 부담원칙'은 이제 대출로 등록금을 해결하라는 이 부당한 방법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대학을 다닌다는 이유로 생긴 '빚'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은 물론,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도, 갓 사회에 나가 있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니고 있다.

개인에게 등록금 부담 지우는 사회, 거부한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대학진학률(등록자 기준)은 68.9%이다. 그리고 국가 교육통계센터의 '대학 설립별 학교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대학은 189개교이며, 이중 사립대학은 154개교로 전체 대학 중 사립대학의 비중은 약 81%이다. 이 통계를 연결해 같이 살펴보면 한국의 고졸자 10명 중 7명이 대학에 가고 그중 8명은 사립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한국사회의 교육이, 대학구조조정이 어떻게 개혁되어 갈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이와 같은 구조 속에 청년들에게는 '학자금 대출'이라는 더 높은 임금을 얻기 위해 선택하는 '나를 위한 투자'가 아니다. 애초부터 사립대학을 비정상적으로 너무 많이 만들고, 그 비용을 개인에게 모두 전가하는 룰을 만들어 놓은 이 사회의 시스템의 문제임을 우리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문제의 모든 해결과 그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이 방법을 우리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이 등록금의 악순환에서,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동시에 대학을 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해서 이 '거부'를 지연시키는 것 또한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존재의 진정한 이유를 찾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권리, 행복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출로 빚을 쉽게 지게 하는 대신, 등록금을 낮추거나 없애서,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아직 실현하지 못해서는 한국이 미국만큼 잘살지 못해서도 아니고 유럽 국가처럼 대학 진학률이 낮지 않아서도 아니다. '사람이 곧 국력'이며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 할 만한 교육열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대학교육'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논의와 합의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태그:#대학등록금, #학자금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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