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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희 씨가 주민들로부터 모아 수선한 옷을 들어보이고 있다. 권 씨는 아끼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권창희 씨가 주민들로부터 모아 수선한 옷을 들어보이고 있다. 권 씨는 아끼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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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게 많을수록 즐겁고 더 재밌어요. 행복하고요. 그런데 이웃과 나누고 베풀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제가 도움을 더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래요. 어쩔 때는 송구스럽습니다."

나눔을 일상으로 살고 있는 권창희(61·전남 담양군 담양읍)씨의 말이다. 권씨는 아끼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를 일상으로 삼아 이웃과 함께하고 있다.

권창희 씨가 나눔장터 스티커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6년 전 폐업한 미장원 자리를 아예 나눔장터로 만들었다.
 권창희 씨가 나눔장터 스티커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6년 전 폐업한 미장원 자리를 아예 나눔장터로 만들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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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희 씨가 운영하는 나눔장터에 전시돼 있는 옷들. 주민들이 내놓은 옷을 세탁과 수선과정을 거쳐 내걸어 놓았다.
 권창희 씨가 운영하는 나눔장터에 전시돼 있는 옷들. 주민들이 내놓은 옷을 세탁과 수선과정을 거쳐 내걸어 놓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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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집에는 별난 간판이 하나 걸려 있다. '나눔장터'다. 6년 전 문을 닫은 미장원 자리를 아예 나눔장터로 만들었다.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아나바다 운동을 처음 접한 뒤, 지금껏 계속하고 있다.

아나바다 운동은 10여 년전, 이장으로 일할 때부터 본궤도에 올랐다. 집에서 안 쓰는 가구나 가전제품을 소개하고 알선하던 것에서 시작해 집집마다 입지 않는 새옷과 헌옷으로 확대됐다. 자연스레 나눔장터가 옷방으로 변신했다.

주민들로부터 모은 옷은 수선과 세탁을 거쳐 필요한 사람한테 다시 판다. 싼 것은 1000원에서부터 비싼 것은 5000원까지 받는다. 주민들이 모두 반긴다.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들이 특히 좋아한다.

그녀의 아나바다 운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기증품도 많이 들어온다. 들어오기가 무섭게 다 팔려나간다. 권씨도 따로 옷을 사지 않고, 헌옷 가운데서 골라 입는다.

권창희 씨가 운영하는 나눔장터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미용코너. 그녀는 폐업하기 전 도구를 그대로 활용해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권창희 씨가 운영하는 나눔장터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미용코너. 그녀는 폐업하기 전 도구를 그대로 활용해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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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와 달리, 알뜰하고 실속 있게 사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골라 입고 환하게 웃음 짓는 어르신들을 보면 저도 뿌듯하고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 아니겠습니까."

권씨는 아나바다 운동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해마다 복지센터 등에 공개 기부한다.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부러 기부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주민 모두가 좋은 일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권씨의 봉사는 아나바다 운동에 머물지 않는다. 장애인시설, 요양원, 혼자 사는 어르신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미용봉사를 한다. 머리카락을 손질해 달라며 집으로 찾아오는 어르신도 여럿이다.

그녀가 머리 손질을 해주는 어르신만도 매달 20여 명에 이른다. 미용봉사는 미용실을 처음 운영할 때부터 했다. 30여 년 됐다.

권창희 씨가 나눔장터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권 씨의 미용봉사는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권창희 씨가 나눔장터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 권 씨의 미용봉사는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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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엔 이웃의 농사일도 거든다. 밭의 풀을 같이 뽑고, 수확 작업도 돕는다. 마을의 크고 작은 일과 궂은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장으로 일할 때부터 계속해 왔다. 권씨는 2005년부터 6년 동안 마을이장을 맡아 일을 했다.

권씨는 이장으로 일하면서 주민들을 내식구처럼 대했다. 어려운 이웃에 쌀과 반찬을 나눴다. 끼니를 챙긴 것도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의 집에 수저와 젓가락이 몇 개인지, 등이 가려운지 손이 저린지 알게 됐다.

마을의 노는 땅에 주민들과 함께 감자, 열무, 도라지, 호박 등을 심어 혼자 사는 어르신들과 나누는 일에도 앞장섰다. 수익금으로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도관광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맹렬 여성이장'이란 얘기를 줄곧 들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땐, 남편의 출세를 도우려고 봉사를 했어요.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보여주기 위한 위선이었죠. 남편을 보내고 나서 진정한 봉사에 눈을 뜬 것 같습니다."

권씨의 고백이다. 그녀는 "이웃과 함께 살면서 기쁨을 느끼고,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속까지 행복해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어르신들과 함께 사는 생활이 날마다 행복하다"고 했다.

권창희 씨가 나눔장터에 내걸린 옷 한 벌을 내리고 있다. 권 씨는 나눔장터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해마다 기부해 오고 있다.
 권창희 씨가 나눔장터에 내걸린 옷 한 벌을 내리고 있다. 권 씨는 나눔장터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해마다 기부해 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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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나바다, #권창희, #나눔장터, #담양, #미용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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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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