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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소셜 미디어와는 상당히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지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조상 격 되는 버디버디, 미니홈피, 카카오스토리 등까지 모두 나와는 상관이 없는 세계였다.

예쁜 프로필 사진이 필요했고, 나와 소통해줄 현실의 친구들이 필요했고, 달리는 댓글들에 하나하나 반응해 줄 성실함과 체력이 필요했다. 낯을 가리고 소심했던 나는 정말 학교에서 친구들과 지내는 것조차 벅찬 일이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까지 그런 노동을 할 여력이 없었다.

호기심에 가입을 하고 시작을 해보았지만 무엇을 올리든 댓글이 달리고 하트가 찍히는 소위 잘나가는 아이들의 게시글과 달리 아무도 반응을 해주지 않는 내 게시글을 보기도 싫었고, 굳이 그런 행동을 해서 추가적인 자괴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SNS를 싫어했던 이유는 현실의 관계가 그대로 온라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나는 트위터를 한다. 취미생활을 통해 SNS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옛날과는 아주 다른 인상을 받았다. 대부분의 '덕질'을 위한 트위터 이용자들이 그러하겠지만, 트위터에선 현실의 친구와 엮이는 일을 꺼려한다. 익명성을 바탕에 두고 조금 더 자극적이고 본능적인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내가 만든 관계들이 온라인에서 내가 만들 관계들과 그다지 관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트위터 친구, 줄여서 '트친'이라는 개념이 따로 있다. 더 편안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 즉 현실에서보다 나를 더 놓아주는, 나에 대한 허들이 낮은 공간에서 그런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꽤 매력적이다.

인스타그램에도 인스타 친구, 인친이 있고 페이스북에도 페이스북 친구, 페친이 있지만 이 두 SNS는 여전히 현실의 관계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고, 더 꾸며진 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나는 이런 면에서 트위터가 더욱 내 성향과 맞다고 생각했다.

나를 감추고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만 노출할 수 있으면서도 굳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더 꾸밀 필요는 없다. 수많은 이용자들 중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서로 맞지 않다 생각되면 다른 눈치 볼 필요 없이 그냥 서로 교류를 끊고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가수 아이유의 노래 중 '안경'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속 화자는 굳이 상대방이 남겨놓은 힌트들을 찾아내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저 안 보고 넘기고, 대충 웃고 넘기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 세상인데 굳이 안경을 써서 자세히 보고 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이 노래의 가사에 공감한다면, 당신도 안경을 쓰면서까지 관계를 이어가기 싫다면, 트위터를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태그:#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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